[공정성Ⅰ] 신뢰 잃고 가라앉는 대한민국 언론
[공정성Ⅰ] 신뢰 잃고 가라앉는 대한민국 언론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3.09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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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권력의 압박 속에 언론 자유 죽어가다

수익 창출 위해 대기업에 충성 경쟁 벌이기도

 

 

 

권위주의 정부와 맞서온 故 김수환 추기경은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면 국민들은 빛 속에서 살 것이고,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면 어둠 속에서 살 것이다”라고 했다. 독재의 시대를 지나 민주주의 시대로 넘어온 대한민국의 언론은 공정하지 못한 보도와 행실로 여전히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저널리즘, 권력의 시녀가 되다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서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 신뢰도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에 오른 36개 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평가항목인 정치적 공정성, 공공 뉴스, 뉴스 정확성, 뉴스생산량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부여받았다. 언론의 공정성에 대해 국민도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공개한 '2017봄 글로벌 의식 조사'에서 한국은 정치적 이슈 보도의 공정성과 정확성에서 각각 27%, 36%에 그쳤다.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의 공정성과 정확성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보도 분야 중 정치 이슈 보도는 가장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측정된다. 정치 뉴스를 생산하는 데 있어 언론이 권력의 힘에 눌려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7년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 자유 지수를 살펴보면, 한국은 63위에 불과했다. 정부가 사장을 선정할 수 있는 KBS, 추천에 있어 여당이 유리한 MBC 등 공영방송 사장은 늘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받아왔다. 세월호 참사 사간과 같이 정치적 이슈가 아님에도 지난 정부의 실책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일부 공영 방송들은 관련 보도의 양을 줄이거나 사실과 다른 뉴스를 생산해 원성을 샀다.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MB정부 당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당시 정부의 성향에 가깝다고 평가받은 신임 사장이 취임한 것으로 계기로 공영방송 잔재 청산, 고강도 인적 쇄신, 편파 프로그램 퇴출 등에 초점을 맞춰 MBC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관계자들은 당시 사장이 국정원의 방침에 따라 방송국을 좌지우지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한 언론사의 데스크가 여당의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한 논조의 보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기에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형님 같은 권력자 욕하는 꼴 못 보는 언론의 민낯
 

국내 판매 부수 1위를 기록하는 언론사는 조선일보다. 하지만 대기업 광고가 없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언론사도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기업이 지출하는 광고 게재료가 언론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기업이 사회에 불의를 빚는 일이 있을 때 언론사가 직필을 기고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논조로 유명한 D 모 월간지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우호적인 기사를 싣거나 광고를 유치받은 일까지 벌어졌다. 언론사의 중요 책무인 시시비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른바 기자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충성 경쟁을 일삼는 것이다. 지난 3월 MBC가 방송하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이와 관련된 충격적인 파일을 공개했다. 몇몇 대형 언론사의 데스크가 삼성 미래전략실의 장충기 당시 차장에게 기사의 내용을 보고하고 심지어 수정까지 이뤄진다는 내용이다. 한 매체의 데스크는 장 차장에게 ‘그동안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물론이고요. 도와주십시오. 저희는 혈맹입니다’라는 개인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국정농단 2심 재판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날, 일부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재판의 문제점을 들추기보다 법정 구속에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 경제를 위해 어떤 경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다수 보도됐다. 인터넷 언론사 정치부 기자 J씨는 “정부가 일을 그르치거나 기업이 구설에 오를 때 기자들은 ‘풍년’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정치, 경제 권력의 치부를 닦아줄 일이 생겨야 떡고물이 떨어질 테니 말입니다”라며 언론의 현 세태를 부정했다.
 

랩퍼 제리케이는 <다 뻥이야>라는 곡에서 ‘펜대를 제대로 댈 데 안대고 팬 데 또 팰 때만 쓰는 고약한 언론’이라는 가사로 한국 언론을 비판했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는 비굴한 언론의 이미지가 투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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