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근로자 사이, 사그라지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 딜레마
기업과 근로자 사이, 사그라지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 딜레마
  • 이종철 기자
  • 승인 2018.03.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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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종철 기자]

기업과 근로자 사이, 사그라지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 딜레마

기업 문화 변화 전 충분한 제도적 점검 필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공약 사항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내세웠다. 이에 맞춰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 3당 간사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내세운 안에 합의했지만, 휴일수당에 대한 의견 차이로 무산시켰다. 근로시간 단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금, 대부분 직장인은 근로시간 단축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경영자 사이에서는 정규직화와 임금상승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기업 유지가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청관계 첫 시험대로 번진 근로시간 단축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법이 시행될 경우 68시간이었던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청와대와 여야 3당 간사는 근로시간 단축에는 합의했지만, 휴일 연장근로의 ‘중복 할증’ 문제를 두고 이견일 보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3당 간사는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휴일에 연장근로를 할 경우 휴일수당(50% 가산)과 연장수당(50%)을 동시 인정(200%, 중복할증)할 게 아니라 하나만 인정해 150%의 임금을 주는 쪽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법안소위에서 관련 내용이 처리되지 못했다. 합의 중 휴일 연장근로 수당이 문제가 됐다. 여당 일부 의원과 정의당이 “휴일 연장근로를 할 경우 수당을 모두 인정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불해야 한다”고 반발해서다. 청와대는 근로시간 단축만이라도 우선 시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91% 이상 찬성한 직장인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대해 대부분 직장인은 반기는 분위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638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들의 근로시간’과 ‘근로시간 단축법’에 대한 견해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 91.7%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 75.2%는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야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1%의 직장인들은 주말에도 근무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근무시간이 길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2016년 기준)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2위다. OECD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17.4%) 길고, 독일(1,363시간)에 비해선 706시간(51.8%)이나 더 일하는 셈이다. 주요 선진국인 덴마크(1,410시간), 프랑스(1,472시간), 영국(1,673시간), 일본(1,713시간), 미국(1,783시간)보다도 300~600시간 길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화두에 오르고 있는 지금, 근로시간 단축은 필수적 사항이 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해외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는 노동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생산량의 절대 수준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KDI는 “근로시간 단축은 비효율적 장시간 근로를 초래하는 유인체계를 바로 잡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제도적으로 근로시간 및 연장근로 임금 할증에 대한 불명확성을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현실적’ 어려움 호소하는 중소기업
 

신세계그룹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동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경영’을 위한 파격 시도라는 긍정 여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을 반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계는 12월 12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에서 추진되는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금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영세 기업들은 당장 최저임금 16.4% 인상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며 “최소한 영세 소기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점과 실태를 충분히 점검하고, 추가 인력공급 대책을 마련한 뒤에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모든 중소기업이 다 어렵지만,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구조적으로 (인력 수급이) 잘 안 되는 곳”이라며 “어쩔 수 없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를 시킬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고령 근로자나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소한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라도 실마리를 풀어달라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박성택 회장은 “우리 중소기업은 현재도 26만 명에 달하는 인력을 뽑지 못하는 등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약 44만 명이 필요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국회가 10% 대기업 노조의 주장보다 전체 근로자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해 근로시간 단축 입법을 처리해 줄 것을 다시 한번 간절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이지만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통상임금, 정규직 전환 등으로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을 느끼더라도, 기업의 경제활동이 자유롭다면 비용을 어떻게든 지불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비용만 늘어나고 투자 등 기업 활동하기 좋은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어려움을 ‘엄살’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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