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선출권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
총리 선출권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3.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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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총리 선출권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

 

역대 총선 결과, 개헌 당론에 영향을 끼친 듯


 

 

 

여야는 모두 1987년 마련된 직선제 헌법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가져 권력 남용 문제가 발생했다는 데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헌법개정안 협의에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야가 가장 대립하는 사안은 ‘총리 선출권’.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면 안 된다는 더불어민주당, 국회가 선출해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자는 자유한국당의 속내를 살펴본다.


 

문재인 정부, 4년 연임제 개헌안 발의
 

작년 5월 대선 과정에서 각 당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개헌 일정이 3달 앞으로 다가왔다. 의회는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를 조직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토의,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구조를 둘러싼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이가 상당해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 투표가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회의 협의 과정이 지지부진하자, 문재인 정부는 3월 13일 청와대 발 4년 연임제 개헌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국회의 숙의 과정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표명하며 청와대 발 개헌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사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정한 개헌안은 이미 2월에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운영의 중심을 대통령으로 한 4년 중임제로,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했다. 양당은 차기 헌법에서 1987년 도입된 헌법 아래 제왕적 권력을 행사해 온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데 개헌특위에서 여러 차례 동의했다. 여당은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제한해 중간선거에서 평가를 받고, 자유한국당은 의회와 총리의 권한을 높여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한다는 입장이다.


 

누가 총리를 뽑을 것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되면서 이른바 현행 대통령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새 헌법을 꾸리는 데 있어 양당이 가장 큰 입장차를 보이는 것은 총리 선출권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후보자에 대해 국회가 동의하는 방법으로 총리가 선출된다. 총리 후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대통령의 권한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총리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보조하며 대통령의 독주를 막지 못한다고 비판받아온 자리다. 이른바 이것이 총리가 대통령의 바람막이라고 비난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총리에게 국정운영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책임 총리제'라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헌법에서 보장하지 않는 책임 총리는 의회의 결의 없이 언제든 교체될 수 있어 대안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국회가 총리를 직접 선출해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의석수의 과반을 점유하는 정당 혹은 제1 정당이 연정을 통해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가 총리선출권을 가지고, 총리가 내각을 꾸리는 것은 사실상 내각제라며 반대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리를 직접 선출할 만큼 우리 국회가 성숙하지 않았다. 양극단으로 나뉜 국회에서 내각제는 잦은 정부 교체를 야기해 정치를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의 선거 경험이 개헌안을 좌우하다

여당이 이원집정부제 혹은 내각제를 반대하는 이유와 야당이 대통령 중심의 4년 중임제를 거부하는 이유는 알려진 바대로 일까? 실제로 헌법학자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과거 총선 결과가 두당의 개헌안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987년 헌법이 운영된 이래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적이 한 번에 불과하다.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이름으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299석 중 과반에 겨우 미치는 151석을 얻었을 때가 전부였다.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여론이 강했다는 것을 상기할 때 당시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은 불완전한 것으로 평가받았고,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임기 말기에 반 노무현 분위기 팽배돼 과반 의석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경험이 있다. 과반 의석의 경험이 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수락하기 어렵다. 자칫 자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하더라도 총리를 자력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야당이 배출한 총리가 실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86년 출범한 프랑스 좌우동거정부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당시 자당이 내각을 꾸리지 못해 야당인 우파연합의 시라크 총리와 함께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프랑스 헌법은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 총리는 내치를 담당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으나, 실상 대통령이 외치와 내치를 겸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였다. 좌우동거정부는 이러한 관례와 달리, 시라크 총리가 실권을 가지고 정부를 운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리를 직접 선출하고도 과거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국정을 운영하기 힘들었다. 국회가 총리를 선출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을 배출해도 과거보다 국정 운영이 힘들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4년 임기의 대통령이 차기 선거 결과에 따라 연임할 수 있는 4년 연임제를 정부 발의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발의안에 거부의사를 밝혔고 국회의 총리 선출권을 재차 주장했다. 여당에서는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모양새를 취해 국회를 존중하고 총리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조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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