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의 덫에 멍든 대한민국
한탕의 덫에 멍든 대한민국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03.0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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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한탕의 덫에 멍든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빚어낸 산물

 

 

 

 

허황한 일확천금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대한민국. 로또복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온종일 가상화폐 시세만 들여다보는 ‘비트코인 좀비’들까지 생겨났다.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미들도 크게 늘었다. 이는 경기침체로 안정된 일자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한탕’에 기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현실 속 탈출구는?

경제적·물질적 가치를 중시하여, 인간이 가져야 할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고, 인간을 경시하는 풍조를 일컫는 ‘물질 만능주의’. 이는 산업화에 따른 물질적 풍요와 개인적 권리를 누릴 기회가 증가함에 따라 삶의 가치가 물질적 요소에 치중되고, 이에 따른 여러 부정적 요소가 나타나며 가치관의 혼란이 나타나면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걸친 산업화와 근대화에 맞물리며 전통적 가치관과 물질문화 사이에서의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한탕주의와 만능주의가 생겨난 이유다.
 

  대한민국은 최근 한탕주의에 빠지고 있다. 기성세대와 젊은 층, 청소년 등 세대를 망라하고 일확천금에 열광하며, 일부 상인들은 시기적 특수성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요금 저울질을 하고 있다. 로또 복권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비트코인 역시 직장인뿐 아니라 취업준비생, 대학생, 주부는 물론 심지어 고교생들까지 뛰어들며 밤낮을 잊고 시세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비트코인 좀비’들까지 생겨났다. 주식시장도 다르지 않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자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 원을 넘어서는 등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도 크게 늘었다고 금융권은 전한다. 이는 최악의 실업난 등 체감경기가 좋지 못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물가는 상승하고, 이로 인해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며 일자리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투기 열풍 등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월급 빼고 모든 것이 다 오르는 암담한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서민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신대학교 사회학과의 윤상철 교수는 “이 시대의 구성원들이 사회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삶을 포기하고 투기에 빠지는 현상을 근절하지 않는다면 그 결말은 참혹할 것”이라 경고했고,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의 윤창현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불확실한 미래에 얼마나 벌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빚어낸 산물로 일부 과도한 투자는 우려된다”고 전했다.


 

사회 전반에 팽배한 ‘한탕’ 특수

한탕주의는 이미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일부 상인들의 상술인 ‘바가지’라는 단어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관광하며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 중 하나가 바로 이 바가지 문화가 꼽힐 정도다. 이는 휴가철 성수기나 관광도시에서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었지만,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기자의 지인인 35세 송 모씨는 평소 스노보드를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때 펼쳐질 스노보드 경기 일자에 맞춰 경기장 근처 숙박시설에 예약 문의를 했다가 크게 낙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해왔다. 송 모씨는 “지난해 12월에 미리 숙소를 예약하고자 여러 군데 숙박비 문의를 했지만, 평균 40~50만 원 이상이었다”며 “언론에서 숙박비가 많이 내렸다고 했지만, 체감상 느끼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이 돈이면 국내 여행이나 가까운 해외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한탄했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나 연말, 연초 등에 발생하는 음식점 메뉴판 교체, 주요 명소 숙박비 인상, 심야 택시 승차 거부 및 금액 협의 등 우리 사회 곳곳에는 바가지, 이른바 한탕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의 오세조 교수는 “시장의 논리가 적용되는 현실이지만 과도하게 폭리를 취하는 상인들이 가격을 양심적으로 책정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업종별 협회 등에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대기업도 과도한 상술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 성장의 고리가 느슨해지며 ‘한탕’에 기대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탕주의는 개개인에게 잠시나마 희망을 줄지 모르지만, 자칫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를 병들게 할지도 모른다. 발생하지 않은 일확천금, 폭리에 기대는 사회는 건강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급여 인상과 일자리 증대로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실감 나지 않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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