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들은 왜 고가 수입화장품에 열광할까?
우리나라 여성들은 왜 고가 수입화장품에 열광할까?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2.08.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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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고가 수입화장품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Aesthetic] 고가 수입화장품 열풍

 

 

백화점 1층에 들어서면 대부분이 화장품, 가방, 구두, 쥬얼리 매장으로 이뤄져있다. 거의 여성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상품매장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눈으로 봐도 백화점엔 여성고객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백화점의 마케팅 전략도 여성들을 위한 것이 많다. 그 중에서도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는 곳은 단연 고가의 수입화장품 코너이다. 브랜드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국산 화장품보다 비싼 것은 물론이고 같은 제품이더라도 외국에 판매되는 가격에 비해 심하면 2배 가량 비싼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에센스 한 병에 수 십 만원을 호가하는 수입화장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가 수입화장품, 반 이상이 중간이윤

▲지난 2월 21일 중국 경제전문지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최근 자체 조사 결과 화장품의 경우 고가의 수입화장품 브랜드는 원가의 100배 가까운 폭리를 취했다고 밝혔다.

 

피부와 미용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고가의 화장품에 투자하는 여성들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부 여성의 경우 많지 않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화장품을 서슴없이 구입하고 있다.

그 중에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고가 수입화장품들은 여성 소비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에서 이미 100만개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 라는 광고기사나, 우리가 영화에서만 보던 유명 헐리웃 배우들의 광고모델을 하거나, 역사가 있는 명품 브랜드 화장품의 마케팅 전략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했고, 고가 수입화장품에 대한 여성들의 소비는 더욱 높아졌다. 실제 지난해 L면세점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한 제품은 가격이 20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수입화장품이었다.

하지만 고가 수입화장품에 대한 가격 거품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중국 경제전문지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최근 자체 조사 결과 고가의 수입화장품 브랜드는 원가의 100배 가까운 폭리를 취했다고 밝혔다. 실례로 소매가격이 560위안(한화로 약 10만원)인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의 제조원가는 6.5위안(1160원)에 불과하며, 50g당 650위안(11만6000원)인 시세이도의 아이크림은 포장비용 포함 원가가 10위안(1800원)에도 못 미친다.

업계에 따르면 모든 제품 부류가 그렇듯 화장품의 소비자 가격 책정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화장품 제품의 원료, 용기, 광고비, 부가세, 백화점 수수료 등에서 중간이윤이 나가고, 백화점 내에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는 백화점 중간이윤이 차지하는 비율이 31∼40%라고 밝혔다. 수입화장품의 경우는 화장품 회사의 이윤보다 백화점 수수료가 더 많은 가격 책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백화점 수입화장품 매장의 판매가는 수입원가보다 최고 7∼8배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수입화장품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각종 광고와 초일류 서비스 등으로 마케팅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이것을 부풀려 과다한 마진을 남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가격만을 따져 제품의 품질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고가의 브랜드가 희귀 원료를 첨가하거나 임상시험을 단계를 늘리고 정도를 강화하는 등 자신들만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것은 사실이다.

 

 

고가 수입화장품 품질도 최고급일까?

고가 수입화장품의 중간이윤이 차지하는 비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화장품법 개정안 시행으로 다음달 5일부터 화장품 견본품(샘플) 판매가 금지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라인 수입화장품 샘플 판매 사이트가 과부하되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일어났다. 가격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수입 화장품을 쓰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값비싼 화장품이 곧 최고급 품질일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가격이 비싸면 제품 품질도 좋은 것일까.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는 이유로 해당 브랜드는 그 명성을 확고히 하며 소비자로부터 자연스레 신뢰를 얻기 마련이다. 평소 고가 수입화장품을 즐겨 쓰는 직장인 양ㅇㅇ(27·여)씨는 "명품 브랜드이니까 당연히 품질도 좋을 것이라 생각되고, 가격이 부담되긴 하지만 많이 팔리는 만큼 제품에 신뢰가 가서 비싸도 사게 돼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듯이 제품이 너무 싸면 사기 꺼려는 것은 사실이거든요" 라고 말했다.

최근 K방송 프로그램에서 고가 수입화장품 회사의 제품과 저렴한 국내 화장품 회사의 제품으로 임상 실험을 시도했다. 이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임상 실험을 통해 여성 25명을 대상으로 13만원대 미백특허성분을 내세우는 F사 제품과 미백기능이 없는 1만원대 단순보습제품을 바르게 했는데 8주 후 제품을 바르기 전과 바른 후 그리고 양쪽의 차이를 측정한 결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잡지 화장품 전문가들이 꼽은 주름개선분야 최고 화장품으로 꼽힌 고가 수입화장품 역시 임상 실험결과 큰 효과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증명됐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해당 게시판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고가 수입화장품이 고품질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소비자가 먼저 인식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다.

또한 화장품은 피부과에서 처방받는 약품의 기능이 아닌 단순미용을 위한 제품이기 때문에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개념도 사실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능성 수입 화장품의 가격이 고가라고 해서 주름을 개선해주거나 피부를 하얗게 해주는 등의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쌀수록 소비 욕구 더 높아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고가 수입화장품의 인기는 비쌀수록 좋은 제품일 거라는 소비 심리도 주된 원인 중에 하나이다. 옷이나 가방, 핸드백 같은 패션 상품들과 달리 화장품은 매일쓰는 데다가 아름다움 뿐 아니라 기능성도 들어 있어 가격저항이 약한 분야 중 하나이다. 지나치게 비싼 옷을 샀을 때 보다 고가 수입화장품을 샀을 때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의 시선도 관대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또한 고가 화장품이 주는 만족감과 약간의 허양심도 빼놓을 수 없다.

직장인 김ㅇㅇ(28·여)씨는 "사실 고가 수입화장품과 국내 화장품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남들을 의식해서 수입 브랜드를 선호하는 거랄까? 수입 화장품 광고가 화려해서 더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고, 가격이 고가니까 왠지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돼요"라며 “회사 동료들의 파우치에 온통 수입화장품이 가득하고 서로 화장품 정보를 공유해 수입화장품 한두 개라도 안 쓰면 소외된 기분” 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한국인들의 문화가 허영 소비심리로 연결되면서 명품이라는 이름 아래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화장품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고가 전략이 잘 먹히는 품목으로 꼽힌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도 명품브랜드의 화장품에 대해서는 비싼 가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화장품 업체들이 너도나도 고기능성의 프리미엄급 제품을 쏟아내고 있고 세트 당 수 십만원대의 초고가 제품이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는 것이다.

고가일수록 더 열광하는 소비심리 때문에 수입화장품의 경우 가격을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얼마나 더 비싼가가 경쟁력 있는 상품인지를 좌우하고 있다. 수입업체들이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게 가능한 것도 결국 그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소비자들의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피부와 미용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고가의 화장품에 투자하는 여성들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고가 수입화장품에 도전장 낸 ‘저렴이’

고가 수입화장품이 품질이 최고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깨기 위해 국내 중저가 M브랜드에서 수입화장품을 겨냥해 만든 제품들을 잇 따라 출시하고 있다. 제품의 가격은 1/3로 대폭 낮추되 원료를 비슷한 걸 사용해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개발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갖고 있던 고가 수입화장품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없애고 국내 화장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큰 몫을 했다.

또 수입 브랜드 제품의 용기만 가져오면 새 제품을 준다는 이벤트도 하며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해 구매효과를 얻게 하려는 것으로 이 마케팅은 평소 수입 브랜드를 쓰고 싶지만 가격 때문에 쓰지 못했거나, 수입 브랜드를 쓰고 있는데 화장품 소비가격을 줄이려는 사람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했고 그 브랜드의 히트상품을 만들었다. 이렇듯 최근에는 고가 수입화장품과 효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대폭 낮춘 ‘저렴이 제품’이 등장하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직장인 조ㅇㅇ(28·여)씨는 “온라인상에 사람들이 고가 화장품과 저가 화장품 두가지를 모두 써보고 이에 대한 비교 품평을 자세하게 써 놓기 때문에 저가 화장품에 대한 평이 좋다면 굳이 고가 화장품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모방 제품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동일한 효능을 구현했을 경우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순히 디자인만 모방한 경우 화장품 시장에 형성된 원조 브랜드 이미지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저가 브랜드가 명품 화장품 브랜드와 동일한 효능을 구현해 냈을지라도 화장품 시장에서의 기존 소비층은 나눠져 있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케이블 방송에서는 수입 화장품과 국내 화장품을 가지고 사람들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1~5위까지 순위를 정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반사람들이 참여해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사람들에겐 프로그램에서 매겨지는 순위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고가의 수입화장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1~2만원대의 저가 화장품들이 1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화장품 브랜드의 인지도와 가격, 효능과 성분이 반드시 정비례한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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