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rationality of Power Ⅰ] 근절될 줄 모르는 힘의 남용
[Irrationality of Power Ⅰ] 근절될 줄 모르는 힘의 남용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3.02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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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근절될 줄 모르는 힘의 남용


젠더 아닌 시스템을 점검해야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의 현실

 

창원지검 서지현 검사가 검찰청 인트라넷에 8년 전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게시했다. 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는 ‘미투운동’이 세계적으로 활발해지며 국내의 관심도가 높아지던 중 권력형 성범죄 피해가 폭로된 것이다. 서지현 검사가 촉발한 한국형 미투운동은 문학계로도 확대되고 있다.  

 
권력형 성범죄는 조직 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이른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가 일자리, 경력, 승진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피해자는 인사 상 불이익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말하기 어렵다. 서 검사는 성범죄 피해를 직속상관에게 보고한 이후 여러 번의 사무감사 및 전결권 박탈, 좌천성 발령 등 보복성 조치를 받았다고 밝혀다. 그는 조직 내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용기를 내어 피해 사실을 밝힌 것이다.
 

권력형 성범죄는 최근 여성들이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분야로 진출하며 늘어나고 있다. 특히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가 빠르고 늘고 있는 곳이 군대다. 최근에는 지속적인 피해로 한 여군이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게다가 군대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 중 하나로 가장 폐쇄적이다. 피해자는 근무지를 쉽게 바꿀 수도 없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가해자를 계속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젠더 문제 아닌 권위 과시의 문제
 

권력형 성범죄는 위계질서가 강한 직군에서 자주 발생한다. 검찰·경찰·군대와 같이 상명하복의 규율이 엄격한 직군이 대표적이다. 황상민 심리연구소 소장은 “조직의 위계질서가 강하면 강할수록 상사가 부하 직원에 ‘왕’처럼 군림하려는 특징이 있어, 위계질서를 완화하고 상명하복을 없애고, 모든 직원이 수평적인 관계를 맺을 때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많은 전문가가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은 권력이 주는 쾌감에 있다고 말한다. 범죄의 직접적인 동기가 성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는 “한국의 성폭력은 성적 끌림에서 일어난 범죄라기보다 사회적 성격을 가진 권력형 성범죄”라고 지적했다. 조직 내에서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성폭행은 드물고 성희롱과 성추행이 많다. 성폭행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할 물리적 증거를 남기고, 권력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만큼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형량 강화, 실질 처벌이 필요
 

서 검사가 불을 지핀 권력형 성범죄 이슈는 언제 다시 식을지 알 수 없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상태로 돌아온다. 서 검사를 비롯한 권력형 범죄 피해자들은 남성, 여성이라는 젠더 문제로 사태를 보기보다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피해사실을 신고해도 인사 상 불이익을 받지 않고 가해자는 현행법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 시스템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는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에 불과하다. 
 

군에서는 성범죄 가해자에 대해 ‘원 아웃’ 퇴출을 도입하고 묵인하거나 방관한 사람에게 가중처벌을 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여성단체에서는 범죄형량도 강화되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권력형 성범죄 피해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 폐쇄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관행이 되풀이 되어 피해 사실 자체가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권력형 성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가장 핵심이지만, 우리 사회에 수평적인 문화가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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