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사회에 대한 신랄한 독설
풍자, 사회에 대한 신랄한 독설
  • 이희수 기자
  • 승인 2012.08.29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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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검열시대 고바우영감에서 현재의 나꼼수까지
[이슈메이커=이희수 기자]

[Social Satire] 시사풍자

 

풍자는 우리의 암울한 현대사 속에서도 시민들이 말하고 싶은 바를 대변해왔다. 시사만화에서 개그프로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풍자의 영역은 꽤 넓다. 인터넷시대를 반영하여 최근에는 만화를 인터넷이라는 공간으로 가져온 웹툰이나 유명인들의 개인적인 공간인 트위터를 통해서도 시사풍자가 이루어진다. 또, 스마트폰을 시간에 관계없이 청취하는 ‘나는 꼼수다’ 같은 팟캐스트를 통한 시사풍자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본지는 현재 대한민국 시사풍자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대한민국 최초 정치필화사건, 고바우영감
무표정한 얼굴에 그 위로 솟은 머

리카락 한 올. 고바우영감은 똥 치우는 사람 일행이 앞에서 걸어오는 다른 동료에게 “귀하신 분 행차 하시나이까” 하고 정중히 인사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이상하게 여긴 고바우영감이 “저 어른이 누구신가요?”라고 묻는다. 고바우영감의 물음에 “경무대에서 똥을 치는 분이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1950년대 말이 시대적 배경인 당시에는 대통령 관저인 경무대(지금의 청와대)가 절대권력의 상징이었다. 이 4컷의 만화로 인해 고바우영감과 그를 탄생시킨 김성환 화백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때의 사건에 대해 김 성환 화백은 “사실 그 만화는 계획적이었습니다. 무려 한 달 반을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 당시 이승만(전 대통령) 양자인 이강석의 권세가 막강하다 보니 이강석을 행세하는 ‘가짜 이강석’들이 돌아다녔지요. 거기에 아부하던 도지사, 시장들이 나중에 망신을 당한 일이 있었고 그런 시대 상황을 그린 겁니다”라고 회상했다. ‘경무대사건’뿐만 아니라 고바우영감은 오랜 세월동안 여러 정권들을 거치며 필화사건들을 겪게 된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시기에도 필화 사건이 있었다. 1973년 10월 26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고바우영감’은 일부 내용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정보 당국의 압력을 받아 2판에서 만화가 삭제되기도 했다. 김 화백은 “글자 한 개, 선 하나에도 시비를 걸어왔고 툭하면 수정을 요구해 심할 때면 하루 네 차례 이상 지우고 다시 그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의 필화사건에 대해 전북에 거주하는 이용구(가명, 65) 씨는 “신문을 넘기며 고바우영감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필화사건이 일어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죠. 지금은 이렇게 편히 말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경무대의 경만 꺼내도 큰일 나는 줄 알았던 때니까요”라고 회상했다. 이 씨의 말처럼 당시 고바우영감의 인기는 뜨거웠다. 고바우영감 노래와 영화가 유행하고 고바우라는 이름을 빌린 상점이 증가했을 정도다. 전 문화부장관 이어령 교수는 국민의 한숨 속에 고바우가 자란다는 말을 남겼다. 서민을 괴롭히는 사람은 어김없이 고바우영감의 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종필, 김영삼, 김대중 등의 정치인도 만화에 등장했다. 암울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국민이 느끼는 정치적 분노와 근심이 커질수록 고바우영감의 활약은 계속되었다. 고바우영감의 인기에 힘입어 1977년에는 하버드대학에서 '고바우의 언어'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도 나왔다.

 

시사풍자, 만화 검열 넘어 미디어로 확대
고바우영감의 등장과 함께 신문의 지면 위에는 또 다른 ‘고바우영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67년부터 서울신문에 ‘까투리 여사’를 연재한 윤영옥 화백도 정부의 새마을운동을 비판한 1972년 6월 19일자 만화로 인해 이후 5년 이상 만화 연재도 중단해야 했다. 1979년 10?26사태로 인한 계엄령에 따라 서울시청에는 계엄사령부 언론검열단이 상주해 일간신문 기사를 사전 검열했다. 1979년 11월 26일자 동아일보 네 칸 시사만화 ‘나대로선생’은 ‘불가’ 판정을 받았다. 5공 말기였던 1986년 한국일보의 시사만화 ‘두꺼비’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안의섭 화백이 1년 7개월간 작품연재를 중단 당했다. 다행히 1987년 언론에 대한 검열이 내용을 이루는 ‘언론기본법’은 국회에서 폐지됐다. 시사풍자만화가 다시금 활성화 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지만 현재 시사풍자만화는 과거에 비해 활성화되어있지는 않다. 이를 두고 시사만화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 손문상 집행위원장은 “시사만화가들이 자성해야 하지만 예전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시사만화가 줄어든 것은 시사만화가가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신문사 경영진이나 데스크가 시사만화를 신문을 경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로 판단하다 보니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시사만화평론가 김진수 씨는 “권력의 속성은 정치권력에서 경제 권력으로 대체됐고, 신문사 내부의 자체통제도 시사만화가들의 자유로운 비판정신을 위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광고주인 재벌을 비판하려면 신문 경영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보화가 진행된 시대에 걸맞게 시사풍자의 매개체도 미디어로 확대되었다. 과거에는 TV개그프로그램에서 故 김형곤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이나 최양락의 ‘네로25시’ 같은 코너들이 시사풍자개그로 서민들의 눈물과 애환을 대변하였다. 최근 TV 개그프로그램에서 시사풍자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은 KBS의 ‘개그콘서트’가 두드러지는데 그 중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코너에서는 경찰 관계자와 군 당국자가 테러사건을 두고 비상대책을 논의한다. 경찰 관계자는 부하가 발표하는 비상대책에 대해 특유의 “안 돼!”라는 유행어로 비난을 한다. 또, 군 당국자는 필요 없는 대책을 말하다 부하로부터 일침을 받고 “고래?”라고 하고는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결국은 비상대책위원회이면서 전혀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 정치현실을 꼬집고 있다. 사회초년생 때부터 숨만 쉬고 돈을 아야 겨우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사마귀유치원’도 현대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 사마귀 유치원의 개그맨 최효종을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은 큰 파문을 낳기도 했다. 인터넷과 SNS가 연계되면서 정치풍자는 그 영역이 넓어져 진보 미디어라는 뜻의 ‘뉴 블루 미디어’라고 표현한다. ‘뉴 블루 미디어’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올해 1·15 통합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어플이 활성화되며 시사풍자 성격을 지닌 팟캐스트 방송이 확대되었는데, ‘나는 꼼수다’가 가장 대표적이다. ‘나꼼수’는 수많은 팬들을 양성하며 젊은 층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젊은 층의 지지와 폭발적인 호응으로 ‘나꼼수’는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를 유도해냈다는 평가를 받아 2011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이 선정한 제21회 민주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슨가족에서는 대통령도 비판해

미국의 대표적인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심슨가족(The Simpsons, 이하 심슨)’은 현재 미국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최대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심슨은 작가인 맷 그레이닝이 성장해온 미국 오레건주 스프링필드를 배경으로 유머, 미국 전통의 문화, 전반적인 사회, 텔레비전 문화와 같은 다양한 부분을 풍자한다.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족의 생활상을 호머 심슨, 마지 심슨, 바트 심슨, 리사 심슨, 매기 심슨으로 구성된 심슨 가족을 통해 다소 비판적으로 미국사회와 국제 정세를 풍자하는 형식이다. 심슨 가족에는 에피소드마다 대통령이 언급되거나 풍자 대상으로 등장했는데,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마이클 잭슨, 롤링 스톤즈 등의 유명인도 나왔다. 또, 이 애니메이션에서 김정일도 모습을 드러내 그에 대한 풍자로 화제가 됐다. 심슨에는 때때로 한국 사회의 모습이 비춰지는데, 시즌 21에선 아들 바트가 숙제를 하지 않아 바트의 부모님이 교장실에 불려가는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부모가 보는 앞에서 교장 선생님은 바트가 미루어 두었던 과제물을 잔뜩 쌓아 놓는데 이 광경을 지켜본 어머니 마지는 4학년 아이한테는 너무 지나친 과제물이라고 푸념을 한다. 이에 아빠 호머는 교장 앞에서 아들에게 숙제를 더 많이 내 줘야 한다고 한술 더 뜨면서 “숙제를 끝마치고 한국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한다. 이를 통해 과도한 한국의 교육열을 보여주고 이와 함께 한국의 교육에 대해 긍정적으로 발언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넌지시 드러낸 것이다.

 

정치풍자는 표현의 성역
대한민국 최초 시사풍자만화는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영의 만평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뤄지는 시사풍자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12년 5월 13일 이슈메이커에서 시민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시사풍자가 자유롭게 이뤄진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응답이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답변에 참여한 대학생 안종남 씨(26)는 “우리나라는 시사풍자라는 영역이 여전히 자유로운 분위기는 아니다. 반면에 미국은 대통령까지도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회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출판업 종사자인 엄기도 씨(가명, 38)의 의견은 앞에서 언급된 사회 분위기 보다는 시사풍자 매체 자체에 중점을 둔다. 그는 과거에 비해 시민의 이목을 끌만큼 재미있는 시사풍자 매체나 프로그램이 많지 않기 때문에 풍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 전문가들은 현재 거대 언론 대신 SNS 등의 작은 미디어가 여론을 대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한다. 작은 미디어들이 여론 형성에서 두드러지는 상황에 대해 경기대 사학과 김기봉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주류 매체와 대안 매체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이재봉 교수의 의견은 시민의 정치적 관심에 토대를 둔다. 우리 사회에 있어 자유로운 시사풍자의 영역이 확대되려면 시민의 정치적 관심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현대사연구소 이주천 소장은 “과도한 사회적 풍자는 사회의 전체적인 사기저하를 부르지만, 건강한 수준의 시사풍자는 활력을 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를 넘는 시사풍자가 사회적 과열현상을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사풍자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견해도 전문가와 다르지 않다. 청주에 거주하는 백민수 씨(가명, 39)는 매체에서조차 과감한 시사풍자에 대한 시도를 꺼린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전북에 사는 대학생 이소라(가명, 25) 씨는 “나꼼수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그동안 정치풍자에 목말랐던 서민들을 대신해 가려운 곳을 긁어준 측면이 있어서 그렇다”라며 그동안 정치참여에 저조했던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기존미디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정보들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나꼼수가 대한민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크지만 나꼼수에서 제공된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언론학자들은 주류 미디어들이 시사풍자를 소화하고 이를 위한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전히 주류 미디어들이 과감한 시사풍자를 지양한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 ‘건강한 시민의식’이 확대되어 ‘건강한 풍자’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취재/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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