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Satire] 시사풍자
풍자는 우리의 암울한 현대사 속에서도 시민들이 말하고 싶은 바를 대변해왔다. 시사만화에서 개그프로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풍자의 영역은 꽤 넓다. 인터넷시대를 반영하여 최근에는 만화를 인터넷이라는 공간으로 가져온 웹툰이나 유명인들의 개인적인 공간인 트위터를 통해서도 시사풍자가 이루어진다. 또, 스마트폰을 시간에 관계없이 청취하는 ‘나는 꼼수다’ 같은 팟캐스트를 통한 시사풍자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본지는 현재 대한민국 시사풍자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대한민국 최초 정치필화사건, 고바우영감
무표정한 얼굴에 그 위로 솟은 머
시사풍자, 만화 검열 넘어 미디어로 확대
고바우영감의 등장과 함께 신문의 지면 위에는 또 다른 ‘고바우영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67년부터 서울신문에 ‘까투리 여사’를 연재한 윤영옥 화백도 정부의 새마을운동을 비판한 1972년 6월 19일자 만화로 인해 이후 5년 이상 만화 연재도 중단해야 했다. 1979년 10?26사태로 인한 계엄령에 따라 서울시청에는 계엄사령부 언론검열단이 상주해 일간신문 기사를 사전 검열했다. 1979년 11월 26일자 동아일보 네 칸 시사만화 ‘나대로선생’은 ‘불가’ 판정을 받았다. 5공 말기였던 1986년 한국일보의 시사만화 ‘두꺼비’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안의섭 화백이 1년 7개월간 작품연재를 중단 당했다. 다행히 1987년 언론에 대한 검열이 내용을 이루는 ‘언론기본법’은 국회에서 폐지됐다. 시사풍자만화가 다시금 활성화 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지만 현재 시사풍자만화는 과거에 비해 활성화되어있지는 않다. 이를 두고 시사만화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 손문상 집행위원장은 “시사만화가들이 자성해야 하지만 예전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시사만화가 줄어든 것은 시사만화가가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신문사 경영진이나 데스크가 시사만화를 신문을 경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로 판단하다 보니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시사만화평론가 김진수 씨는 “권력의 속성은 정치권력에서 경제 권력으로 대체됐고, 신문사 내부의 자체통제도 시사만화가들의 자유로운 비판정신을 위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광고주인 재벌을 비판하려면 신문 경영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보화가 진행된 시대에 걸맞게 시사풍자의 매개체도 미디어로 확대되었다. 과거에는 TV개그프로그램에서 故 김형곤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이나 최양락의 ‘네로25시’ 같은 코너들이 시사풍자개그로 서민들의 눈물과 애환을 대변하였다. 최근 TV 개그프로그램에서 시사풍자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은 KBS의 ‘개그콘서트’가 두드러지는데 그 중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코너에서는 경찰 관계자와 군 당국자가 테러사건을 두고 비상대책을 논의한다. 경찰 관계자는 부하가 발표하는 비상대책에 대해 특유의 “안 돼!”라는 유행어로 비난을 한다. 또, 군 당국자는 필요 없는 대책을 말하다 부하로부터 일침을 받고 “고래?”라고 하고는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결국은 비상대책위원회이면서 전혀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 정치현실을 꼬집고 있다. 사회초년생 때부터 숨만 쉬고 돈을 아야 겨우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사마귀유치원’도 현대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 사마귀 유치원의 개그맨 최효종을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은 큰 파문을 낳기도 했다. 인터넷과 SNS가 연계되면서 정치풍자는 그 영역이 넓어져 진보 미디어라는 뜻의 ‘뉴 블루 미디어’라고 표현한다. ‘뉴 블루 미디어’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올해 1·15 통합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어플이 활성화되며 시사풍자 성격을 지닌 팟캐스트 방송이 확대되었는데, ‘나는 꼼수다’가 가장 대표적이다. ‘나꼼수’는 수많은 팬들을 양성하며 젊은 층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젊은 층의 지지와 폭발적인 호응으로 ‘나꼼수’는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를 유도해냈다는 평가를 받아 2011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이 선정한 제21회 민주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슨가족에서는 대통령도 비판해
정치풍자는 표현의 성역
대한민국 최초 시사풍자만화는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영의 만평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뤄지는 시사풍자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12년 5월 13일 이슈메이커에서 시민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시사풍자가 자유롭게 이뤄진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응답이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답변에 참여한 대학생 안종남 씨(26)는 “우리나라는 시사풍자라는 영역이 여전히 자유로운 분위기는 아니다. 반면에 미국은 대통령까지도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회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출판업 종사자인 엄기도 씨(가명, 38)의 의견은 앞에서 언급된 사회 분위기 보다는 시사풍자 매체 자체에 중점을 둔다. 그는 과거에 비해 시민의 이목을 끌만큼 재미있는 시사풍자 매체나 프로그램이 많지 않기 때문에 풍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 전문가들은 현재 거대 언론 대신 SNS 등의 작은 미디어가 여론을 대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한다. 작은 미디어들이 여론 형성에서 두드러지는 상황에 대해 경기대 사학과 김기봉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주류 매체와 대안 매체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이재봉 교수의 의견은 시민의 정치적 관심에 토대를 둔다. 우리 사회에 있어 자유로운 시사풍자의 영역이 확대되려면 시민의 정치적 관심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현대사연구소 이주천 소장은 “과도한 사회적 풍자는 사회의 전체적인 사기저하를 부르지만, 건강한 수준의 시사풍자는 활력을 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를 넘는 시사풍자가 사회적 과열현상을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사풍자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견해도 전문가와 다르지 않다. 청주에 거주하는 백민수 씨(가명, 39)는 매체에서조차 과감한 시사풍자에 대한 시도를 꺼린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전북에 사는 대학생 이소라(가명, 25) 씨는 “나꼼수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그동안 정치풍자에 목말랐던 서민들을 대신해 가려운 곳을 긁어준 측면이 있어서 그렇다”라며 그동안 정치참여에 저조했던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기존미디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정보들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나꼼수가 대한민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크지만 나꼼수에서 제공된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언론학자들은 주류 미디어들이 시사풍자를 소화하고 이를 위한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전히 주류 미디어들이 과감한 시사풍자를 지양한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 ‘건강한 시민의식’이 확대되어 ‘건강한 풍자’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취재/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