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국 금융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국 금융
  • 임성지 기자
  • 승인 2018.04.02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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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지 기자]

[COVER STORY]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국 금융
 

 

채용비리, 금감원 원장 사임 등 혼란의 금융권, 돌파구를 찾나


 

▲(좌)신한은행 위성호 은행장, (중)국민은행 허 인 은행장, (우)농협은행 이대훈 은행장

 

 

금감원은 2017년 11월과 2018년 1월 두 차례에 걸친 감사에서 채용 비리가 의심되는 사례 22건을 적발하고, 의혹이 있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5곳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금감원의 최흥식 원장이 하나은행 채용 비리에 연관되어 2018년 3월 12일 전격 사임했다. 채용 비리 여파로 금융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의 은행장들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각자 다른 경영을 선보이고 있다.


 

잇따른 내홍을 겪는 금융계

5개 은행의 채용 비리를 검찰에 고발한 최흥식 금감원 원장이 채용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전격 사임하자 금융계는 당혹해하고 있다. 3월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은 2013년 하나은행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한 지인의 자녀 이름을 은행채용 담당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에 금감원은 “관행으로 이름을 전달했을 뿐 채용과정에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최 원장도 12일 오전 “금감원 내 특별감사단을 구성해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했으나 당일 오후 청와대에 사임을 표명했다. 2017년 9월 취임한 지 6개월 만이며, 역대 최단기간 재임한 금감원 원장이다. 금감원이 주요 시중은행과 채용 비리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현 상황에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의 사임으로 금융당국과 민간금융사의 진흙탕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은 3월 8일 하나은행 서울 중구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해 채용 비리를 지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 담당자들의 수첩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금융권에 의하면 서울서부지검은 하나은행 채용 비리 의혹 관련 자료 중 인사 담당자들의 수첩에서 채용 비리를 암시하는 메모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부지검 형사5부는 이 메모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 경영진을 지칭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어 대구지검 특수부는 박인규 대구은행장 휴대전화와 제2 본점 인사부, 제1 본점 별관 IT센터 등에 압수수색을 했으며, 같은 날 부산지검 특수부도 부산은행을 압수수색했다. 부산지검은 검사와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 등 20명을 보내 채용 관련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전산 자료를 확보했으며, 채용 특혜로 의심되는 시기의 인사 담당자 3명 등 관계자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부산은행의 경우 2017년 1월 엘시티(LCT) 특혜대출 혐의로 당시 이장호 은행장의 사무실과 자택이 압수 수색되었고, 7월에는 자사주 시세조종 협의로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사무실이 압수수색 되었다. 금융권에서 지속해서 혐의가 일자 금융당국은 카드와 보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한 비리 조사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금감원이 2월 설치한 금융회사 채용 비리 신고센터에 제2금융권 채용 비리 내용이 접수되면서 본격적인 실사 및 조사 작업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센터에 제2금융권 관련 제보가 여러 건 들어왔다”며 “제보 내용을 검토해 혐의가 있는 금융사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제2금융권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저축은행 임원은 “제2금융권은 금융기관이지만 기업구조나 성격상 은행과 달리 민간기업 성격이 강하다”며 “민간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세 은행장, 금융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다
 

2017년은 한국 금융권 리더의 교체기였다. 연 초 신한은행 위성호 은행장 취임을 시작으로 연말에는 국민은행, 농협은행이 각각 허 인, 이대훈 행장으로 교체를 했다. 새 CEO들의 화두는 디지털 금융이지만, 각자 글로벌 네트워크, 안정, 소통 등을 강조하며 자신만의 경영을 보이고 있다. 
 

취임 1년차를 보낸 신한은행 위성호 행장은 ‘초(超) 격차의 리딩뱅크 신한,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유수 은행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누는 ‘World Class Bank 신한’의 꿈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지만 결과는 녹록치 않았다. 그동안의 리딩뱅크 지위를 국민은행에 넘겨준 것은 물론 순이익에서도 하나은해에 밀려 3위가 되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리딩뱅크의 지위는 상실했지만, 위성호 행장 취임당시 역설한 ‘신한만의 새로운 길’인 디지털과 글로벌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모바일 통합애플리케이션인 ‘신한쏠(SOL)’은 생활밀착형 금융상품을 고객관점에서 디지털 금융화해 고객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신한쏠(SOL)’은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키보드뱅킹 등의 금융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앱과 함께 신한은행은 3월 6일 멕시코에 국내 금융권 최초로 현지법인 ‘신한은행 멕시코’를 개점했다. 이번 개점은 지난 2008년 멕시코 대표사무소 개소를 시작으로 10여년에 걸친 성과로 위성호 행장이 강조한 글로벌의 핵심 거점이다. 위 행장은 “멕시코는 미국에 인접한 지정학적 강점과 저렴한 인권비를 바탕으로 중남미 생산기지로서의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진 지역이다”고 강조했다. 위 행장은 2020년까지 전체 손익 중 글로벌 부문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신한은행은 일부 핵심시장에 의존하기 않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현지에 특화된 수익 모델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인수합병, 조인트벤처,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출을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허 인 행장을 중심으로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허 행장은 취임부터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하며, 특별한 혁신을 구상하기보다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취임 후 허 행장은 4개월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그룹 이미지 쇄신에 매진했다. 국민은행은 1월 대한적십자사에 적십자회비 및 새내기 중고생 교복구입비로 2017년 대비 1억 원이 증가한 총 3억을 기부했다. 또한, 국민은행은 KB국민은행 작은 도서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소외지역의 노후공간을 리모델링해 청소년들이 독서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매년 신간 도서 기증, 작가와의 만남 등 독서문화프로그램도 지원할 예정으로 올해 7개의 작은 도서관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사회공헌 활동과 함께 허 인 행장은 대립 관계를 보이는 노동조합, 직원과의 소통 확대를 위해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 허 행장은 3월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전국의 직원을 직접 만나 대화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허 행장이 평일 저녁 직원과 식사 할 예정이며, 참여를 희망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허 행장은 20~30대의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리버스 멘토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리버스 멘토제도는 신입 사원이나 후배가 선배의 멘토가 되는 제도로 젊은 직원의 생각이 직접 경영진에게 전달될 방안으로 마련되었다. 디지털 금융에 대한 준비로 국민은행은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K·B·otSAM(케이봇 쌤)을 출시했다. 이번 서비스는 KB금융이 자체개발한 딥러닝 로보 알고리즘인 ‘KB 앤더슨을’탑재해 고객의 투자규모와 성향, 선호지역별 등 다양한 니즈에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농협은행 이대훈 행장은 취임 이후 직원과의 소통으로 농협은행에 팽배했던 수직적 문화를 허물고자 한다. 매달 이 행장은 우수 직원들과 그뤠잇타임이라는 만찬행사를 진행해 볼링시합, 닭갈비 파티 등 탈 권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본부 직원과 만나 인사할 때도 일일이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허물고자 노력하는 것은 현장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대훈 행장은 소통과 함께 농협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인터넷 은행처럼 하나의 앱에서 모든 은행 업무를 하는 원 앱 전략을 추진하지만, 농협은행은 간편 거래를 전담하는 앱을 따로 두는 투 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행장은 “2018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올원뱅크 3.0버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원뱅크와 농협몰을 연계해 은행 앱에서 간평하게 쇼핑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협은행의 순익을 2017년 대비 20%가량 늘릴 계획이라고 말하며 신탁사업과 함께 점포 통폐합과 희망퇴직으로 인적구조 개선 작업도 가속화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금융권을 강타한 비리, 개선될 수 있을까
 

금감원 원장이 사임하는 초유의 상황에 금융권은 자성의 위한 방안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에 의하면 은행들과 은행연합회, 외부 자문기업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가 정식 발족하고 채용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채용 모범규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TF에는 채용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은행들도 참여한다. TF 관계자는 “더 논의가 되어야 하겠지만 기존 임직원 자녀의 가산점 제도는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언급했다. 모범규준이 상반기에 확정되면 각 은행은 채용내규를 점검해 규준에 맞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게 되고, 이후 금융당국은 채용 모범규준과 내규에 맞는 채용이 진행되는지 점검한다. 한편 기업은행은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업무를 외주화하기로 했고, 임원 면접도 면접위원의 절반을 외부 인사로 채울 방침이다. 우리은행과 농협, 수협도 서류전형, 필기시험 등 각 부분에 있어 외주업체에 맡길 예정이다.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금융권에서 2018년 신규채용에 방향조차 설정하지 못한 상황에 연이어 발생하는 채용 비리 사태가 업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한국 금융 산업 발전의 분기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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