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최초 북·미 정상 조우 기대
분단 이후 최초 북·미 정상 조우 기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4.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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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COVER STORY] 한반도 비핵화 '운명의 봄' 

 

 

분단 이후 최초 북·미 정상 조우 기대

 

평화체제 구축의 이정표 될 수 있을까

 

▲ⓒ청와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9일(한국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에 응하면서 오는 5월 한반도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4월말 예정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역사상 최초로 조우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미가 1994년 제네바협상과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실패를 극복하고 이번에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 파격 제안에 즉각 화답한 트럼프
 

북·미 정상 간 회담 추진은 2000년 11월 이후 17여 년 만이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 파견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합의했지만, 미국 내 강력한 반대 여론에 부딪쳐 막판에 취소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파격적 외교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회담 최종 확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두 달여 전까지만 해도 ‘핵단추 설전’을 벌이며 대결 구도로 일관했던 두 정상이 몇 단계 예비 과정을 건너뛸 정도로 전격적인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만나자고 한 것은 결국 끌지 않고 곧바로 핵심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지와 비핵화 의지를 이번에 받아냄으로써 공화당 내 강경파 설득에도 유리한 입장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 직후 트위터에서 “김정은이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를 이야기했으며, 이 기간에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 스캔들과 철강 관세 폭탄 반대, 총기 규제 강화 등 여러 가지 비판적인 이슈로 벼랑 끝에 몰린 내부 상황을 타개하며, 11월에 있을 중간 선거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결단으로도 풀이된다.
 

  정상회담 장소는 북한 평양이 유력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평양 방문을 추진했었고, 김 위원장이 신변안전을 이유로 미국이나 3국행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또 김 위원장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독자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인사여서 해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평양 유력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에서는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평양 비토론이 제기되는 등 제3의 장소에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중재 하에 북·미 대화를 위한 초석이 마련된 것은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상호 추동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대화를 중간에서 주선한 우리 정부는 이제 이행담보책임을 지게 됐고 만남이 성사될 수 있도록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전격 수용했다. ⓒ청와대

 

 

‘두 번의 실패’ 회의적 전망도
 

하지만 여전히 암초는 남아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미국의 회의적 시각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역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에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증명될 때까지 최대 압박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특히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재무부의 스티븐 므누신 장관은 미국 N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안보리 이사국들도 미국의 이 같은 입장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대북 제재 동참 의사를 나타냈다. 
 

  북한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천명이나 정상회담 관련 보도는 일절 내놓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대북제재와 주한미군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후폭풍을 고려하거나 일찍 패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전술적 판단에 따른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4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논의에 대한 진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된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갑작스러운 경질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은 회담의 규모나 경호, 장소 등 제반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과의 실무회담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놓고도 의견을 교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도 좋은 신호다. 미국 CBS 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 문제를 다루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도가 42%인 것으로 나타나 지난 1월 시행된 조사 당시 신뢰도 34%에 비해 8%나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해법을 불신한다는 응답은 59%에서 50%로 떨어졌다. 미국인들이 대화국면에 들어간 현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성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남북 대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청와대

 

 

‘한반도 운전자론’ 결실 눈앞에 둔 靑
 

우리 정부도 북미 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남북 대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설치를 지시하고, 준비위원장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명했다. 남북은 회담 전 실무접촉을 통해 정식 만남을 준비할 계획이다. 판문점 연락 채널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과거 1차와 2차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대표단 구성, 의제, 통신·취재 등 편의보장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국내외에서 의문이 나오는 등 변수가 상존해 있는 만큼 조심스럽고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문 대통령 역시 대북 문제에 대해 ‘유리 그릇 다루듯 하라’며 신중을 당부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석대학교 군사안보학과 전현준 교수는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기로인 만큼 회담 준비과정에서 지난 9년의 공백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3월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를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 공동 번영의 길’이라며 이를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뜻만은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 내느냐의 여부에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며 “앞으로 두 달 사이에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성공해 낸다면 세계사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며 대한민국이 주역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만이 예측 불가한 외부적 변수들을 이겨 내고 우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힘이 될 것”이라며 “부디 여야, 보수와 진보, 이념과 진영을 초월해 성공적 회담이 되도록 국력을 하나로 모아 주시길 국민께 간곡히 부탁·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리얼미터가 회담 확정 후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파견된 대북특별사절단과의 합의에서 북한이 보인 태도 변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73.1%가 환영한다고 답변했다. 

 

▲청와대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국가는 물론 세계 주요 국가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청와대

 

6자회담 당사국들 존재감 과시 분주

청와대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국가는 물론 세계 주요 국가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때와 달리 국제사회와의 소통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남북 대화를 지지해 준 다른 국가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 도움을 받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한반도 주변 4강을 상대로 방북 관련 외교를 펼치며 동분서주했다. 정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로, 서 원장은 일본으로 각각 향한 유례없는 ‘크로스 외교전’이었다. 정의용 실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남·북 대화 찬성 메시지를 이끌어냈다. 시 주석은 “국제사회는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진행)에 각국의 유익한 제의를 결합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차이나 패싱’ 문제를 타파하고 정전협정 당사국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에 자신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대화에 일본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서훈 국정원장을 만나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 위해 말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미·일이 협력해서 북한 핵·미사일과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자”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 역시 대북 압박 원칙은 유지하되, 한반도 비핵화 이슈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입장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남과 북, 그리고 미국 사이의 정상회담이 연이어 성사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역사적인 만남이 될 것이다. 60년이 넘게 적대로 일관해온 북·미 관계의 개선은 한반도 평화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고 극적인 정상화로 나아갈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는 이 천재일우의 기회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최종 목표 달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이번 봄의 두 차례 회담이 ‘평화’라는 흔들리지 않을 초석을 세우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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