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
참혹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4.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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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참혹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해결을 위한 전환점 될까

 

 

 

 


한국 전쟁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낳으며 우리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 제주 4·3 사건이 70주년을 맞는다. 당시 제주 인구의 11%에 달하는 무고한 시민들이 국가폭력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으로 여전히 그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각계에서 상처를 보듬고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역사의 의의를 되새기고 있는 중이다.

 

아픈 우리 역사의 한 조각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대규모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발단은 일본제국 패망이후 남북한의 이념갈등에서 시작되었다.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대가 경찰서와 우익 단체들을 습격하며 봉기를 일으키자 군경은 소탕 작전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자 이승만 정부는 제주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강경 진압을 전개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했다.
 

  4ㆍ3 사건은 인명피해는 물론 가옥손실과 공동체의 파괴 등 사실상 계량화하여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제주도의 비극이었다. 2003년 발간된 ‘제주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만 5,000명에서 3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을 대부분이 초토화되어 가옥이 소실됐고, 가축 대부분이 분실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남대학교 철학과 김상봉 교수는 ‘제주 4·3 7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4·3은 해방되기 수십 년 전부터 이미 한국인의 마음속에서 시작된 분단의 비극이 해방 공간에서 현실적 충돌로 표출된 것”이라며 “토벌대와 무장대 모두 항거할 수 없는 약자들을 학살했다는 점에서 비겁하고 비열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실 복원을 위한 여정
 

1960년 4·19 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몰락하자 4·3 사건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에서 양민학살 진상 규명 조사단이 꾸려지고, 유가족 등 주민들이 집회를 열어 ‘특공대 참살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다음해에 일어난 5·16 군사정변으로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은 중단되었다. 이후 군사정권 하에서 20여 년간은 4·3사건에 대한 논의가 금기시되며 강요된 침묵 속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1978년 4·3 사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 한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이 ‘창작과 비평’을 통해 발표되면서부터 금기는 깨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민주화가 이뤄지며 역사 속으로 잊혀져가던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재점화 되었다. 2000년 1월 청와대에서는 그동안 진상규명 운동에 앞장서 온 유족·시민단체 대표 8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이 4·3특별법에 서명했다. 이후 2003년 4·3 사건의 진상을 담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보고서가 확정됐고,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도를 방문하여 진상보고서에 근거해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을 사과했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 사실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2014년 박근혜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며 발생 66년 만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70주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 펼쳐져
 

2018년 4·3 사건 70주년을 맞아 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해 제주 4·3위원회에 참석해 “희생자 추가 신고, 암매장 유해 발굴 및 유전자 감식 지원 등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계속함과 아울러서 70주년 기념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했고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4·3 국가추념일 참석을 약속하기도 했다. 교육부도 새로운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4·3 사건을 고교 역사교과서 학습요소에 반영시킴은 물론 편제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를 4·3 사건을 제대로 알고 기억하자는 의미로 ‘제주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전국 222개 단체가 참여한 범국민위원회와 도내 104개 단체가 참여하는 기념사업위원회를 출범했다. 2013년 종료됐던 희생자 및 유족 신고가 5년 만에 재개돼 올 한 해 신고접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제주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3월 21일부터 4월 10일을 ‘4·3 평화인권주간’으로 지정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진행 중이다. 
 

  박찬식 운영위원장은 “4·3은 아직 완결되지 못하고, 진행형의 역사이다”면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하고, 미국의 책임 인정과 사과도 여전히 남은 역사적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성격 규명이나 역사적 평가의 미진함’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셈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상 속 여러 지원책을 통해 상생과 평화, 인권을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그 과정에서 오랜 기간 가슴 속에 상처를 품고 살아왔던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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