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열기로 달궈진 엘리트 스포츠 열풍
올림픽 열기로 달궈진 엘리트 스포츠 열풍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8.29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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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로 선진국형 ‘금맥’ 터졌다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Elite Sports Ⅰ] 엘리트 스포츠

 

지구촌 70억 인구를 열광시켰던 런던올림픽이 지난 8월 13일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의 기분 좋은 성적을 거두며 당초 목표인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이내)’을 초과 달성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질적으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메달을 획득한 종목이 기존의 전통적 효자종목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선진국형 스포츠에서 총 13개의 메달을 따내면서 역대 올림픽과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고, 전문가들은 ‘엘리트 스포츠’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사진제공: 대한체육회

 

제3공화국의 ‘스포츠 애국정신’

사전적 의미의 엘리트 스포츠(Elite Sport)란 전문체육분야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활체육스포츠를 말하는 풀뿌리 체육(Grass Root Sport)과 상업주의에 입각한 프로페셔널 스포츠(Professional sport)와 구분되는 용어다. 대한민국 2007 체육백서는 특정 경기종목에 관한 활동과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되고 대한체육회에 가맹된 법인 또는 단체인 경기단체에 등록된 선수들이 수행하는 운동경기 활동을 엘리트 스포츠로 정의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측면에서는 특정 소수의 선수에게만 집중적으로 투자와 훈련을 시켜 국위선양을 하게 하는 스포츠를 엘리트 스포츠라고 한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제3공화국(박정희)에 들어와서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마인드로 정부는 ‘국민체력 고취’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1963년 제3공화국은 국민체육진흥법을 제정해 직장체육, 학교체육, 엘리트체육 등 분야별 정책 및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국가 엘리트 스포츠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했고, 엘리트 스포츠의 중요성과 체육대학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그해 말 대통령령으로 한국체육대가 설립됐다. 당시의 엘리트 스포츠는 일종의 ‘애국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실 이 같은 스포츠 애국정신은 해방 전후부터 이어져왔던 우리나라 특유의 민족성에 기인한다.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하면서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됐고,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서윤복 선수가 또 다시 우승하면서 당시 세계 각국의 UN 대표들에게 대한민국을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제3공화국 스포츠-체육정책은 대내적으로 국민 총화의 실현, 경제 발전을 위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국위 선양과 스포츠 외교를 지향했다. 스포츠·체육 자체가 가지는 정치적·사회적 파급효과가 매우 컸기에 결과적으로 성적만능주의를 생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구조는 학원 시스템과, 종목별 청소년대표, 각급 상비군과 국가대표 등의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각 학교와 종목별로도 유망주 발굴과 육성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한체육회는 기초 종목 육성에 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육상, 수영, 체조, 유도, 핸드볼, 탁구, 빙상, 스키 등 8개 종목에서 초등학교 4학년 미만의 학생들 가운데 학교별로 추천을 받아 종목별 특기와 적성을 집중적으로 테스트한 뒤 동·하계 합숙훈련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대한체육회는 육상을 비롯한 28종목에서 1,300여명 규모의 국가대표 상비군을 운영하며, 경기력 향상을 위한 합숙훈련과 해외 전지훈련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학원체육을 선진국형 클럽시스템과 접목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2002년 월드컵을 통해 질적으로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축구의 경우 학원 스포츠와 병행하는 ‘클럽시스템’을 정착시켰다. 학교의 틀 안에서 프로 축구단이 축구부를 위탁경영하는 방식으로, 학교는 재정 부담을 덜고 프로 구단은 충성심을 갖는 유능한 선수를 확보하는 윈-윈 게임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으로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스포츠 기반 시설과 폭넓은 저변, 그리고 막대한 인적자원과 천문학적 자본을 스포츠에 투입하고 있는 체육 선진국들도 일부 종목에서는 벤치마킹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성장하고 있다.

 

엘리트 선수육성의 전당 태릉․진천 선수촌

태릉선수촌은 1966년 국가대표선수 합동 훈련을 위한 종합 트레이닝 센터로 건립된 이후 국가대표 선수를 길러내는 전진기지로 자리 잡았다. 40여 년간 한국 엘리트 스포츠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한 태릉선수촌이지만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선수촌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선수촌의 설비가 노후하고 무엇보다 4백 50명밖에 수용할 수 없어 전 종목 대표선수의 합숙 훈련을 감당할 수 없기에 충청북도 진천에 진천선수촌이 건립된 것이다.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회죽리 일원에 모두 1,840억 원을 들여 준공된 진천선수촌은 수영센터와 다목적체육관(농구·배구 등), 실내사격장, 실내 테니스·정구장, 조정·카누 등 수상종목 훈련장, 빙상장 등의 훈련시설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종합육상장, 투척필드, 다목적 필드(소프트볼·럭비·야구 등), 테니스·정구장, 클레이사격장, 크로스컨트리 트랙 등 실외훈련시설도 구비돼 있다. 진천선수촌을 거쳐 간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사격과 양궁에서 금메달 6개와 동메달 1개 등 모두 7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가장 큰 강점은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최신식 시설이다. 진천선수촌에는 12개 종목의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진천선수촌은 훈련하기 편하게 돼 있고 교통이 편리해 언제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감독이나 코치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2017년까지 3,300억 원을 들여 진천선수촌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2단계 사업에는 동계 종목 훈련장 건립도 포함돼 있다. 쇼트트랙 훈련장과 아이스하키장, 컬링 훈련장이 그것이다. 2단계가 마무리되면 모두 37개 종목 800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모든 훈련 시설은 각 연맹이 규정하는 국제 규격을 충족하며 미국 대표팀 훈련소인 콜로라도스프링스와 비슷한 규모의 선수촌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대한체육회 진천선수촌 2단계 건립추진 TF팀의 주용범 팀장은 진천선수촌의 특징으로 ‘선수와 지도자의 의견이 선수촌 건설에 반영된 점’을 들었다. 예를 들면 지도자들은 선수들을 위한 기숙사 시설로 2인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수촌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데 둘이 있으면 서로 말벗이 될 수 있고, 선수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주 팀장은 ‘2인이 함께 이용하면서도 최대한 선수 각자가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구조로 짓기 위해 공간 배치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진정성' 돋보인 런던올림픽 스포츠 공헌

국내 스포츠가 엘리트 위주로 재편된 1980년대, 정부는 스포츠와 대기업의 연결고리를 통해 스포츠 강국의 토대를 구축해 나갔다. 이에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굴지의 기업들은 엘리트 스포츠를 하나씩 담당하며 한국 스포츠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런던올림픽 출전종목 22개 중 양궁, 사격, 펜싱 등 7개 종목의 협회장을 국내 10대 그룹 CEO가 직접 맡고 있다. 그 결과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획득한 28개 메달 가운데 10대 그룹이 후원하고 있는 종목에서 22개 메달이 쏟아져 전체의 79%를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기적이 아니다. 후원 대기업들은 평균 15년 이상 협회장을 맡으면서 전지훈련, 국제대회 출전 지원, 경기장 건립, 국제대회 유치 등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묵묵히 지원해 왔다.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계의 최대 후원자이자 국내 유일의 올림픽 공식 파트너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은 11개 종목 19개 팀을 운영하고 있고, 이 가운데 여덟 개 팀이 비인기 종목이다. 런던올림픽에서 김지연의 여자 사브르 금, 여자 플뢰레 단체 동, 정진선의 남자 에페 동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는 펜싱은 SK가 지원한다. 2002년부터 펜싱을 지원해온 SK에서는 2009년부터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펜싱협회장을 맡고 있다. SK는 비싼 장비를 사주고 1년의 반을 유럽에 머무르며 훈련을 하는 선수단의 체재비를 지원하는 등 아낌없이 선수들을 밀어줘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2개 중 7개를 싹쓸이하며 런던올림픽 선전을 예고한 바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001년 갤러리아 사격단을 창단했고, 2008년에는 기업 주최의 최초 사격대회인 한화 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창설했다. 한화는 해마다 7억 원 이상의 기금을 사격연맹에 지원해 사격 발전을 지원하는 중이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일 종목으로 역대 최다인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획득했고 런던올림픽에서도 금메달 2개를 따내는 등 사격 중흥 시대를 열었다. 포스코 역시 양학선 선수가 체조 도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후원의 결실을 맺었다. 포스코는 한국 체조를 27년간이나 묵묵히 지원해 왔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체조협회 회장을 맡은 이후 1995년부터는 포스코 건설이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포스코가 그동안 체조 발전을 위해 쏟아 부은 투자금은 총 130억 원에 달한다.

지난 5월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국내 10대그룹의 스포츠 사회공헌지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국내 10대 그룹의 스포츠 관련 지출은 4,2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예산 8,403억 원의 50.9%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스포츠 관련 투자가 있지 않았다면 작금의 스포츠 선진국 대열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이용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본부장은 “이번 런던올림픽 성적이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10대 그룹 후원 종목 선수들이 거둔 성적을 크게 뛰어넘었으며, 특히 펜싱, 사격 종목에서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밝히면서 “스포츠 발전을 위한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도 눈길을 끈다. 양궁, 펜싱, 사격 등의 종목은 동호인이 많지 않고 올림픽 때가 아니면 관심도 사라지는, 소위 ‘비인기 종목’이다. 대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소속팀이 없거나 제대로 된 후원을 받기 쉽지 않은 선수들이 상당수인 실정인 것이다. 이에 10대 그룹은 지난해 비인기종목 지원에 모두 1,325억 원을 지출했다. 세부적으로는 선수단운영에 471억 원, 비인기종목 협회지원에 140억 원 등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대기업 투자를 두고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런던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비인기 스포츠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장기적인 지원 노력이 새롭게 조명 받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스포츠 사회공헌 노력만큼 국민들도 비인기종목 스포츠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오경수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연구원도 런던올림픽을 평가하며 “펜싱, 사격 등에서의 선전은 경제적 뒷받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고가장비와 소재기술 등의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첨단기술, 특수 시설을 갖춘 스포츠 인프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력까지 3박자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비인기 종목 선전의 이유를 설명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등의 행사들은 단순히 스포츠 행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경제 행사로 꾸준히 발전해 왔고, 이제는 세계인의 축제로 발돋움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고, 애국심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화합과 결속까지도 공고히 하는 역할을 스포츠가 담당한다고 했을 때, 여기에서 국민들이 즐기며 얻는 행복감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터. 바로 엘리트 스포츠의 중·장기적 비전이 제시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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