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35년 만에 대수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35년 만에 대수술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8.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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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적립 줄이고 조건강화, 일부선 “소비자에 피해 전가”의혹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Economy Focus] 신용카드

 

 

논란을 빚었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35년 만에 개편돼 전체 가맹점의 96%에 해당하는 가맹점의 카드수수료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카드사의 수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일반 카드 이용자들의 혜택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카드 이용 구조는 가맹점과 카드사, 소비자의 삼자 구도인데 반해 최근 가맹점 수수료 논란은 ‘카드사-가맹점’ 양자 갈등으로 이뤄져 사실상 소비자는 빠져있는 상황이다.


 

 

영세가맹점 수수료 1.5% 수준으로 ‘뚝’

지난 7월 4일 금융위원회는 연매출 2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 1.5%를 적용하고, 연매출 1,000억 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신(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수수료체계 개편에 따라 전체 223만개 가맹점 중 214만개 가맹점의 수수료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부적으로는 기존 업종에 근거해 수수료율을 책정하던 방식에서 개별 가맹점의 신용도·매출 등을 감안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가맹점은 구매대금의 선지급일에서 이용대금 납입일까지의 자금조달 비용과 함께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연체 등 대손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또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 비용은 실제 가맹점이 보는 혜택에 따라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적용될 방침이다. 체계 개편에 따라 가맹점별 수수료율 편차는 1.5~4.5%(최대 3%포인트)에서 1.5~2.7%(최대 1.2%포인트)로 좁혀진다.

수수료율 인하와 함께 수수료율 적용 체계도 바뀐다. 1978년 업종별 요율 체계가 도입된 지 35년 만이다. ‘절대 갑’의 위치에 있던 대형가맹점들의 수수료율 압박 관행에도 메스를 가하게 된 것이다. 연간 카드매출액 1,000억 원 이상 법인 가맹점은 ‘적격비용’ 이하의 수수료율 요구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적격비용은 새로운 수수료율 체계 방정식에 따라 나온 수수료율을 뜻하며, 매출 1,000억 원 이상 가맹점은 234개로 집계됐다. 금융위는 대형가맹점의 횡포를 막기 위해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판촉행사 비용이나 전산설비 비용 등을 요구하는 부당행위가 적발될 경우, 대형가맹점과 카드사를 모두 제재한다는 강경한 방침을 내세웠다. 대형가맹점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카드사도 시정 불이행 시 3개월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5,000만원이 부과된다.

대형가맹점과 함께 연매출 2억 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5%로 기존 1.8%에서 0.3%포인트 인하된다. 직불형 카드 수수료율은 1.0%로 현행을 유지하게 된다. 이해선 금융위 국장은 “카드사가 수수료 산정 원칙과 기준을 위반하거나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면 시정요구, 제재, 관계 기관 통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80여개 직능단체와 소상공인단체의 자영업자들이 소속된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전체 가맹점의 67%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이 혜택을 보게 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오홍석 회장은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5%로 낮춘 데다 특히 시행시기를 9월로 앞당긴 결정에 대해 만족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체 전체 8,739억 원의 수익 줄 것”

한편 ‘신(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라는 금융위의 결정에 대해 카드 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이 같은 새 수수료율 체계에 따라 여신금융협회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카드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8.739억 원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초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이 1.6%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우대수수료율 인하폭도 컸고 전체 가맹점의 96%는 수수료율이 하락한다니 앞으로 뭐 해먹고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 결정이 갑작스레 결정된 게 아니라 당국과 어느 정도 협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이라 당혹감은 덜하지만, 카드사 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수익성 악화에 대비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걱정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당장 신규 수익원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부가서비스 축소 등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카드업계의 전반적인 반응인 셈이다.

전문가들도 카드사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창욱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초안에서는 편의점 등 소액 다건 가맹점에 대해서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하려고 했지만 실패하면서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폭이 초안 0.18% 포인트에서 0.24% 포인트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균 수수료율이 0.24% 포인트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영업수익은 신한지주 2,921억 원, KB금융 1,388억 원, 삼성카드 1,696억 원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더불어 부가 서비스를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면 금융지주사들의 실질적인 연간 세전 순익 감소폭은 2% 미만으로 추정되지만 삼성카드는 순익 감소폭이 약 10.9% 수준으로 다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용판매 취급액 시장점유율이 높고 그룹 총자산 대비 카드 자산의 비중(특히 신용 판매 자산)이 높은 곳이 상대적으로 이익 감소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개편안에 따른 각 카드사들의 영향이 보다 구체화되면 이를 반영해 각 카드사와 금융지주사들의 수익 추정치를 일괄 하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부가서비스 축소 불가피’ VS 금융당국 ‘마음대로 부가서비스 금지’

카드업계는 수익이 줄어드는데 비용부담이 만만찮은 부가서비스 및 각종 혜택 축소는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의 각종 제재로 수수료 수입 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의 80%를 차지하는 부가서비스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고유직책의 하나로 고객에게 제공되는 부가혜택 축소에 나섰다. 이미 상반기에 200여건 정도의 서비스를 줄였다. 혜택을 줄이는 대표적인 방식은 할인을 위한 전월 사용실적 조건을 높이는 것이다. 수수료 체계 개편이 논의된 올 초부터 카드사들은 전월 사용액 조건을 2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늘렸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시행에 따라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축소를 대안으로 내 놓았지만,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카드 수수료율 체계 개편으로 인해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축소 또는 폐지할 것을 염려해 금융위가 7월 18일 ‘여신전문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현행 여전법 감독규정 25조에 따르면 신용카드사가 특정 상품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면 출시 1년이 넘은 상품에 대해 변경 6개월 전에 회원들에게 미리 통지하는 절차만 거치면 된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이 처음에는 혜택을 대폭 강화해 미끼상품을 출시한 다음 시간이 지나면 일방적으로 혜택을 축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경우 금감원의 승인심사를 받도록 했다. 부가서비스 변경요건도 보다 엄격하게 했는데, ‘현재의 부가서비스를 유지할 경우 해당 상품의 수익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카드사가 상품의 손익과 부가서비스 비용의 관계를 스스로 소명하지 못하고는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바꿀 수 없도록 제동을 건 것이다. 여신금융상품 광고에 대한 규제도 신설된다. 우선 신용카드의 경우 과다 이용 위험에 대한 경고문구 표시가 의무화된다. 예를 들어 광고에 ‘과도한 채무, 고통의 시작입니다’, ‘신용카드 사용, 갚아야 할 빚입니다’와 같은 문구가 삽입되는 형태이다. 이자율, 수수료, 부수혜택 등 중요 거래조건을 광고에 필수로 반영해야 한다. 권대영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카드사가 부가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신규 상품에 ‘미끼 서비스’를 붙여 소비자를 현혹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고래싸움에 등터진 것은 결국 카드 고객들

최근 직장인 A씨는 휴가를 맞아 놀이공원을 찾았다가 기분이 상했다. 지난해 발급한 신용카드에 해당 놀이공원 입장료 무료 혜택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믿고 놀이공원을 찾았지만 무료입장을 거부당한 것이다. 전월 이용 실적이 모자라다는 이유였다. A씨는 “신용카드를 갖고 있으면 당연히 무료입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용실적을 채워야 하는 것은 몰랐다”며 황당해했다. 이어서 수수료인하로 가맹점은 득보고, 카드사는 손해 안 보려고 부가서비스 줄이면 결국 소비자만 그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며, “가맹점과 카드사 간 싸움이 결국 소비자에게 불똥 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A씨처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시행에 대한 방안으로 카드업계 내놓은 각종 혜택축소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일방적으로 전가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부가서비스와 할인 기능을 홍보하며 소비자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인 카드사들이 수익감소 우려를 이유로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비용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등 자기혁신이 선행돼야 함을 주장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마케팅비용 및 성과급 축소 등과 같은 자구책이 아니라 부가서비스만 축소해 비용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마케팅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카드 등 5개 카드사의 모집비용은 지난 2010년 37%, 2011년 46%로 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의 수익감소 규모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경실련은 분석했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2009년 한 해 9.76% 성장한 데 이어 2010년(17.38%), 2011년(19.1%)에도 점증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카드사들이 그동안 고객 유치를 위해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다 수수료 체계가 개편되자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 없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계 빚을 키우는 기형적인 신용카드시장을 손보기 위해 가맹점수수료 체계에 칼을 빼든 이유는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포인트, 청구할인,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맹점에 부담이 전가돼 수수료율 상승을 불러온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부가서비스 축소보다는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보완하도록 주문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카드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을 더 줄이긴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즉 ‘소비자’가 빠진 ‘카드사-가맹점’ 양자 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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