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레인보우 희망재단 박정태 이사장
[단독 인터뷰] 레인보우 희망재단 박정태 이사장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8.03.05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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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부산 야구의 심장, 탱크 박정태

야구로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작은 거인, 아이들의 그늘이 되다 

 

 

 

 

 

야구 도시 부산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인 레인보우 희망재단 박정태 이사장. 그가 재단을 설립한 지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에게 이사장이라는 직함은 낯설다. 여전히 수많은 부산의 팬은 악으로 깡으로 그라운드 위를 누볐던 선수 박정태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불우했다고 기억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박정태 이사장은 자신과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린 시절 하지 말아야 하는 소위 나쁜 짓도 많이 했다고 그는 회상한다. 박정태 이사장에게 야구가 없었다면, 그리고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좋은 어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박정태는 없었다고 그는 단호히 말한다.
 
롯데자이언츠 소속 선수 박정태는 그 어떤 선수보다 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부산에서 ‘박정태’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인식될 정도다. 그는 말한다. 이제는 야구로 받은 사랑 야구로 돌려줘야 할 때라고. 박정태 이사장은 어린 시절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자신의 편이 되어준 사람들처럼 자신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휴식 같은 그늘이 되리라 다짐했다. 야구로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레인보우 희망재단 박정태 이사장을 만나 그가 전하는 나눔의 의미를 함께해 보았다.



Q. 최근 근황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 레인보우 희망재단 설립 이후 1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가 재단을 운영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최근에는 소년원 야구대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 어린 시절처럼 방황의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강력한 그늘이 되어주고자 합니다. 이들은 그늘이 없으면 100% 쓰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야구 대회를 개최해 상처도 많고 자존심도 센 아이들에게 자발적 동력을 부여하고 선한 영향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원석을 발굴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Q. 레인보우 희망재단, 참 따뜻한 이름입니다. 재단 네이밍의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 처음 이름을 만들 당시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습니다. 무지개가 사랑과 꿈을 연상시키는 따뜻한 단어라고 생각했기에 재단 명칭을 레인보우 희망재단으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우리 재단의 중점 사업은 무지개 색깔별로 나눈 ‘레인보우 카운트 야구단’입니다. 빨간색은 저소득층 아동, 주황색은 장애아동, 노란색은 아동시설, 초록색은 학교 밖 아이들, 파란색은 다문화가정 아동, 남색은 학교폭력 피해 아동, 보라색은 탈북청소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소외된 아이들로 팀을 구성하다 보니 오히려 평범한 아이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한 팀을 더 만들었습니다. 무지개 색 모두가 더해지면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 일반 아이들을 위한 검은색 팀이 탄생했습니다. 이렇게 총 8개 팀의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초록색 팀 아이들에게 가장 마음이 끌립니다.


Q. 부산의 팬들은 여전히 롯데자이언츠 소속 박정태를 원합니다. 현장이 아닌 본인만의 재단을 설립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제가 캐나다 코치 연수 당시 국내에서와는 달리 소외감도 느끼고 굴욕도 많이 당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선진국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에 느끼는 바가 많았고 저 역시도 한국에 돌아가면 아이들이 공부와 운동의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저 역시도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또는 약자로 살아가다 보니 다문화 가정과 저소득 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코치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당시의 생각을 정리해 지금의 재단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Q. 재단을 운영하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처음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야구 교육을 진행하니 주변에서 색안경을 끼고 저를 바라봤습니다. 심지어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 역시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이러한 선의를 베푼 사람이 없었다며 저에게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시간을 두고 그분들에게 다가갔고 이제는 저의 진심을 알아주게 됐습니다. 어느 날은 보호 감호소에 있는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 줄 수 있겠냐는 검찰과 경찰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흔쾌히 방문했고 아이들은 저를 만나고 180도 변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유명한 사람이 왔으니 배워보자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야구 이외의 분야에서도 많은 사회적 인사들이 참여했으면 합니다. 명사들의 재능기부가 소년원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입니다.     


Q. 2018년 레인보우 희망재단의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 제가 현역 시절 좋은 경기를 펼치면 박정태라는 이름이 신문 1면에 나왔고, 이러한 순간이 반복되며 어느새 사람들은 저를 레전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제 이름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팬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레전드 박정태’라는 고유명사를 허투루 사용한다면 이제까지 이뤄온 저의 명성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박정태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우리’가 함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자 합니다. 이들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힘이 아닌 우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겠습니다.


야도(野都) 부산의 자존심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프로야구. 그 중심에는 부산이 있다. 야구팬 사이에서는 부산을 야구 도시라 부르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로 부산 시민들의 야구사랑은 남다르다. 더욱이 부산을 대표하는 구단인 롯데자이언츠는 1982년 프로원년부터 지금까지 팀명과 지역 연고를 변경하지 않은 유이한 팀 중 하나로 팀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부심은 상상 그 이상이다. 
 
2011년 KBO는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베스트10을 선정했다. 팬, 야구인, 언론인이 모두 참여한 최고 권위의 투표였다. 이만수, 한대화, 양준혁, 장효조, 김재박, 선동열, 장종훈, 김기태, 이순철 등이 각 포지션 레전드 올스타로 선정됐으며 박정태 이사장은 이들과 함께 2루수 부문 레전드로 선정됐다. 롯데자이언츠 소속 선수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박정태 이사장. 많은 부산 야구팬이 그를 여전히 기억하고 응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악착같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쓰려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고 탱크처럼 돌진하는 그의 플레이가 부산의 모습과도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Q. 90년대 야구를 하는 아이들에게 박정태 타격폼은 단연 화제였습니다. 이와 같은 타격폼이 탄생하게 된 비화가 있을까요?

- 저를 보면 알겠지만 야구하기에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으로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동료들을 따라잡기가 역부족이었습니다. 현역 시절 타격 당시 배트에 공이 계속 밀리는 느낌이었기에 체중을 싣고자 했으며 더 강한 타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저만의 타격폼을 만들게 됐습니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타격폼을 수정했고 3년 만에 만들어진 타격 자세가 사람들이 기억하는 제 모습입니다. 당시 많은 유소년 선수들이 제 타격 모습을 따라했고 지금도 그런 선수들이 있다곤 하지만 이 자세는 저에게 특화된 타격폼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추천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Q. 현역 시절 가지고 있었던 야구 철학은 무엇이며, 매번 어떤 자세로 타석에 들어섰을까요?

- 인디언 속담에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 역시도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절실한 마음으로 야구를 했습니다. 내가 여기서 이 공을 쳐 내지 못하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타석에 임했습니다. 제가 야구를 잘해서 지금의 행복이 이어지는데 이 공을 치지 못한다면 행복이 날아갈 것만 같았고 어머니께도 불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을 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야구가 간절했기에 진짜 야구로는 절대 지기 싫었습니다. 


Q. 은퇴 당시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 남길 바랐을까요?
- 사실 저보다 야구를 잘했던 선수는 많습니다. 얼마 전 은퇴한 이승엽 선수도 비롯해 저와 함께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베스트10에 선정된 모든 선수들이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물론 팬들에게 야구 레전드로 기억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저는 팬들에게 세상을 바꾸려고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감사함을 알고 은혜를 보답하며 원석인 아이들을 보석으로 만드는 데 큰일을 했던 사람으로 기억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Q. 차기 롯데 감독 후보군으로 항상 하마평에 오르고 있습니다. 팬들 역시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현장 복귀 계획은 있을까요?

- 정말 많은 곳에서 현장 복귀 러브콜이 옵니다. 하지만 저는 바보라고 할 정도로 고지식합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추도 소금을 쳐야 숨이 죽는 것처럼 저는 아직 저를 다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롯데 구단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제가 다 내려놓지 못한 상태에서 감독이 되었다면 이런 생각을 할 기회도 없었을 것입니다. 향후 저도 자존심을 더 내려놓고 성장하며 구단에서도 저를 진심으로 원할 때 부산 팬들을 위해 롯데의 우승을 위해 이 한 몸 바칠 예정입니다. 혹자는 다른 구단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어떠냐고 하지만 저는 롯데가 아니면 의미가 없습니다.


레인보우 희망재단 박정태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기-승-전-아이들’이었다. 모든 질문의 마지막 답변은 아이들 걱정이었다.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많은 사람이 힘써주길 바라는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 현역 시절 박정태 이사장에게 야구는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야구는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이자 희망과 변화를 이끄는 도구이다. 그는 “제가 나아가는 방향대로 많은 사람이 동참해줬으면 합니다. 제가 이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우리의 활동이 저의 사리사욕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작은 관심과 성원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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