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배우 안석환
[단독인터뷰] 배우 안석환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8.03.05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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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단독인터뷰] 배우 안석환​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연기하다


“무대는 대중과 소통하는 가장 행복한 공간입니다”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은 연기를 선택한 것

 

 

 

 

얼마 전 종영한 tvN ‘김무명을 찾아라’는 형사, 컬링 선수, 산악구조대, 프로레슬러 등 특정 직업군 속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는 무명 배우를 찾아내는 추리 버라이어티였다. 이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무명 배우들의 절실함을 보여줬기에 시청자들에게 남다른 감동을 선사하며 호평이 이어져 시즌 2로 돌아올 예정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배우를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대중은 주인공만을 기억할 뿐 이들의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조연, 단역 이른바 무명 배우들을 여전히 낯선 존재일 뿐이다.

 
1987년 연극 ‘달라진 저승’으로 데뷔했지만 그 후 8년 간 대중에게 기억되지 못했던 무명 배우, 5년만 더 연극 무대에 선 후 성공하지 못하면 장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가 부모에게 조차 면박을 당했던 배우, 그럼에도 지금은 드라마, 영화, 연극을 통해 대중과 진정어린 소통을 나누고 있는 배우, 이제는 더 이상 무명(無名)이 아닌 유명(有名) 배우 안석환의 이야기다. 그 역시도 데뷔 초 오랜 시간 대중에게 기억되지 못하며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고 한다. 칼을 뽑았으니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 배우라는 길이 이제는 천직이며 너무나 감사하다는 배우 안석환. 2018년 무술년의 시작과 함께 그를 만나 배우 안석환이 생각하는 무명 배우와 유명 배우의 삶, 그리고 그가 전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연기 철학과 후배 연기자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이슈메이커가 함께해보았다.


Q. 최근 근황과 작품을 마무리하면 보통 어떻게 일상을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지금 이렇게 수염을 기르고 있는 이유는 연극 ‘리어왕’의 지방 공연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3월에는 JTBC에서 방영 예정인 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이며, 3월 1일 개막하는 연극 ‘에쿠우스’를 통해서도 관객들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등산을 좋아합니다. 한 작품을 정리하며 나를 정화시키며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기에 산만큼 좋은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산에 오르면 머리가 명쾌해지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에 반성의 시간도 가지고 무아지경에서 나오는 정신적 에너지 충전을 즐깁니다.
 
Q. 흔히 배우들은 작품이 끝난 후 본인이 맡은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 동료 배우 중에서는 그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경우에는 다작을 즐기는 편이기에 우선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더불어 무당은 접신을 하게 되니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연기는 완벽한 접신이라기보다 이상적인 통제 속에서 타인화하는 과정이기에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단지 습관처럼 왕이나 깡패 같은 역할을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경우는 있는데 그럴 때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산에 오르며 생각을 비워냅니다.


Q.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처음 무대에 서서 관객과 호흡했을 당시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 저는 상고 출신이고 대학도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 진학 당시에도 연극의 ‘연’자도 몰랐습니다. 대학 입학 후에는 주변에서 서클활동을 하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서클에 가입할까 여기저기 기웃거렸습니다. 그러던 중 ‘예술 연구회’라는 곳이 대낮부터 술은 마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저 역시도 그 누구보다 술은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자석에 끌리듯 그곳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이때부터 연극을 접하게 되었고 망치질하며 세트를 만드는 것부터 조금씩 연기를 배우게 됐습니다. 첫 데뷔는 연극 ‘달라진 저승’이었는데 포스터에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단역이었습니다. 당시 ‘관객이 너무 없었다’라는 것만 기억에 남습니다.


Q. 연기 인생 30년 중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이며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은 연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30대 이전에는 철저한 무명이었고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으며 이른바 밥벌이도 못 하는 불효자였습니다. 그렇게 세월을 흘려보내며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낀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30대 이후에는 연기자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비록 육체적 리듬이 맞지 않아 실수를 하거나 대본을 외우지 못하는 경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내 몸을 만들어가는 긍정적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며 이겨내려 합니다.

 

 

 

 

연기의 기본은 배려와 상상력

1987년 데뷔한 그는 어느덧 연기 인생 30년을 넘어섰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배우 안석환에게 대중과 가장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 그는 주저 없이 연극 무대라고 말한다. 영화와 드라마는 촬영 후 편집과 후반 작업을 통해 변형되기에 오롯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이다. 반면 연극은 관객과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기에 그에게 가장 행복한 공간이며, 관객의 시선은 카메라처럼 왜곡되지 않기에 무대에서는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전한다.


Q. 어느덧 연기 인생 30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맡아온 역할 중 본인이 생각하는 인생 캐릭터 BEST 3가 궁금합니다.

-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의 ‘에스트라공’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700여 회 가까운 공연을 마쳤기에 그만큼 애착이 가며 지금도 제 모든 아이디는 해당 역할의 영문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연극 ‘남자 충동’의 ‘이장정’역입니다. 같은 시기에 영화 ‘넘버 3’를 통해 대중에게 제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었지만 남자 충동은 저에게 6개의 상을 안겼을 뿐 아니라 가장 많은 칭찬을 받게 해준 무대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은 연극 ‘리처드 3세’에서의 왕 역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역할이며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역할이기에 기억에 남는 캐릭터입니다.
 

Q. 반면 본인이 납득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요?

- 그런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능력이 부족한 것이면 몰라도 납득할 수 없는 캐릭터라면 그 작품을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왜냐면 대본을 잘 못 썼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가 그 대본을 선택했다는 것은 잘 쓰여진 대본이라는 의미인데 이를 표현하지 못한다면 제 능력 부족입니다. 내 몸과 목소리로 캐릭터를 어떻게 형상화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Q. 대중에게는 어떤 배우로 기억에 남고 싶은지가 궁금합니다.
- 제가 존경하는 배우는 찰리 채플린입니다. 그는 한 세기에 한 번 나오기도 힘든 대배우입니다. 익살스러운 모습 속에 따뜻함을 전해주는 그의 표현과 눈물을 자아내는 휴머니티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를 흉내 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찰리 채플린의 예술관이나 상상력은 1/10만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를 통해 관객 혹은 시청자들에게 안석환이라는 배우는 ‘참 열심히 하더라’, ‘그 사람은 참 따뜻한 배우였지’라는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연기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의 정답은 있을까요?

- 저는 연기의 기본은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에게는 상대 배우, 스태프, 관객에 대한 배려가 가장 기본입니다. 또한 연기는 인생이기에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연기는 대중들로 하여금 보고 싶고 듣고 싶게 해야 합니다. 동네 아저씨가 떠드는 것과 배우의 연기가 똑같은 것은 안되죠. 마지막으로 연기를 포함한 모든 예술 표현의 기본은 상상력에서 온다고 생각하기에 무한한 상상력 역시 연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Q. 배우 안석환을 롤모델로 삼으며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해줄 긍정적 메시지가 있을까요?

- 저도 그 누구보다 힘든 무명 시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누구나 알아주는 톱스타는 아니지만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인생은 길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갔으면 합니다. 만약 운이 좋아 원하는 바를 당장 이뤘다고 해도 이는 설익었을 뿐이라는 겸손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당장 빠르게 끓여 먹을 수 있는 미소 된장이나 청국장이 되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가 ‘맛있는 된장이 되자’는 생각으로 조금씩 발전하고 성장해서 깊은 맛을 우러나는 맛있는 된장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배우 안석환은 배우 지망생 뿐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 겨울 우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새 시대를 염원했습니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 2018년에는 서로가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모두가 ‘이전보다 조금은 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빙긋이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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