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조이는 조직 내 군대문화
직장인 조이는 조직 내 군대문화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3.02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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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직장인 조이는 조직 내 군대문화

 

말로만 혁신, 업무방식은 여전히 상명하복
 

 

 

  

국내 대부분 기업들에는 상명하복의 군대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기업뿐 아니라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세태가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조직문화는 존중과 배려가 아닌 철저한 복종을 강요하는 강압적 모습이 대부분이기에,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려 기업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상사 눈치 보느라 업무는 뒷전

제조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4년차 직장인 A씨는 개선되지 않는 군대식 조직문화로 인해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는 상사의 강압적인 태도는 업무시간을 넘어 개인적인 술자리에 불려나가는 등 퇴근 이후로까지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A씨는 “회사를 다니다 보면 군 복무를 다시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며 “위에서 내려오는 부당한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하며 ‘NO’라는 말은 입 밖에 낼 수 없는 경직된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많은 국내 기업들은 잘못된 권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군대문화를 신입사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최근 한 은행은 신입사원 연수에서 100km 행군을 실시하며 여성 신입사원들에게 생리주기를 조절하라고 피임약을 지급 한 사실이 알려져 큰 질타를 받기도 했다. 비단 은행권이 아니더라도 대기업들도 애사심과 도전정신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등산이나 해병대 캠프 등을 실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많은 직장인들은 이러한 훈련들이 업무능력 함양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반문한다. 실제 신입사원 연수로 1박2일 극기 훈련을 다녀온 직장인 B씨는 “동기애를 쌓을 수 있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직무능력 향상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신입사원 4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연수원 교육을 받고 온 후 입사를 포기하고 싶어졌거나 실제로 포기했는지 여부에 대해 34%가 ‘그렇다’고 답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고 사업의 조직방식이나 인사관리 방식 등 기업문화가 전체적으로 바뀌어가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관료제에 기반한 군대식 교육으로는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도, 직원 역량 극대화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일을 열심히 하던 직원들도 오락가락하는 상사의 기분에 따라 일의 방향이 바뀌고 무시 받는 일이 많아지다 보면 적당히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것에 몰두해 업무가 소홀해지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명한 경영과 수평적 소통 필요성 제기

국내 기업들의 전근대적인 조직문화는 업무 효율성 저하, 이직·퇴사 고민 등 각종 부작용을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업의 발전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선 조직문화 개선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채용정보 검색엔진 잡서치가 직장인 6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문화와 직장생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문화가 업무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은 68.3%에 달한다. 기업문화가 이직이나 퇴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중 역시 53.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직원들이 평가한 국내 기업문화 평가수치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평균치를 한참 밑돌았다. 지난 2016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실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조직건강을 바라보는 경영진과 직원 간 시각차가 뚜렷했다. 경영진은 자사의 조직건강을 최상위 수준(71점)으로 평가한 반면, 직원들은 최하위 수준(53점)으로 진단하며 상반된 인식을 보였다. 보고서는 “경영진이 기존 마인드에 입각해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할 경우 전사적 호응과 근본적인 변화를 달성하기 힘들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들은 기업문화 변화를 위해 기존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새로운 캠페인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 업체의 임원은 “최근 기업문화와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면서 단체 활동을 되도록 지양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기업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직문화가 한 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입체적 분석을 통해 구성원들의 주도적인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양혁승 교수는 “한국 사회가 그동안 중시해왔던 통제와 경쟁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 전략에서 벗어나 공유와 협업 속에서 창조와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사의 업무지시에 일사천리로 움직이고,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 힘든 업무가 끝나면 수고했다며 늦은 밤까지 회식을 하는 등 집단주의의 응집력은 압축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러한 기업문화는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창조와 혁신의 조직문화가 바탕이 됐다. 글로벌 기업과의 패러다임 경쟁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 개선작업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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