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심비(價心比),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가심비(價心比),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3.02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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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가심비(價心比),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심리적 만족 크면 비싸도 지갑 열어

 

 

 

 

 

최근 유통업계에서 내놓은 2018년 소비시장 전망 자료를 살펴보면 공통적인 단어가 눈에 띈다. 가격보다 마음의 만족이나 심리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가심비(價心比)’다. 지난해 경제성과 실용성을 따진 ‘가성비(價性比)’가 소비시장을 강타했다면 올해는 소비자의 기분과 취향, 안전까지 고려한 가심비로 진화한 것이다.

 

‘타인’이 아닌 ‘나’ 중심의 소비

가심비는 ‘가격대비 높은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에 주관적, 심리적 특성을 더한 개념으로 ‘소비자가 최대 만족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비싼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품질뿐만 아니라 기분과 취향, 신뢰도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올해 소비시장을 달굴 키워드로 ‘가심비’를 꼽기도 했다. 광고회사 HS애드가 최근 SNS에 올라온 120억 건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대중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심비의 언급량이 가성비를 넘어 중요한 소비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성비만 따지거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행해졌던 소비에서 ‘나’ 중심의 소비로 바뀌면서 소비 형태도 ‘심리적 만족 극대화’와 ‘불필요한 소비의 최소화’로 나뉠 것으로 분석된다.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이자 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객관적인 표준이 아닌 주관적인 만족감을 극대화한 제품은 소비자의 헛헛한 마음을 위로한다”며 “약을 먹으면 병이 호전된다고 느끼는 플라시보 효과처럼 정확하거나 일관되지 않아 ‘플라시보 소비’로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 맞춘 제품 속속 등장

가심비 소비 행태의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부터 열풍이 불고 있는 ‘굿즈(Goods)’ 소비다. 사고 보면 쓸모가 없어 ‘예쁜 쓰레기’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굿즈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캐릭터를 향한 애정 표현이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소비 행위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철학을 알리는 ‘미닝 아웃(Meaning Out)’ 현상으로 설명하는데, 가심비와 맞물리면서 굿즈 시장 규모는 향후 1,000억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전국에 ‘롱패딩 열풍’을 이끌었던 평창 롱 다운재킷과 관련 굿즈들 역시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한 대표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가전업계를 중심으로 유통업계와 식음료, 화장품, 패션 시장에서도 가심비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제품 출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간편하게 슈퍼 푸드를 섭취할 수 있는 차 음료나 폴리페놀의 함량을 높인 건강커피, 고급 레스토랑의 맛을 재현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등 심적 만족을 높이기 위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뷰티업계 역시 가격과 성능은 물론 소비자의 만족감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품을 사용할 때 겪게 되는 심리적 불안감을 덜어주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아이템을 선호하는 소비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불안한 현실 파고드는 업계, 소비자 현명한 선택 필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행태가 확산되는 배경으로 과도한 경쟁과 불황 속 깊어지는 박탈감, 화학물질 공포 등 암울한 사회 분위기에서 느끼는 불안, 공허함을 꼽는다. 불신·불안·불황이라는 ‘3불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여성환경연대가 시중 생리대의 유해물질 위험을 발표한 직후 대형 마트에서는 일반 생리대보다 세 배가 비싼 100% 천연 펄프 친환경 생리대 판매량이 급증한 바 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옥시 사태나 살충제 계란 파동 등 안전문제가 잇따르면서 만족감을 얻기 위한 일종의 ‘플라시보 소비’와 같다”며 “가심비는 저성장 시대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선택이다”고 덧붙였다.
 

  크고 작은 개인의 고민에 지친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 즉각적 위로를 받으려고 하는 분위기 속에서 가심비 제품은 꾸준히 주목받을 전망이다. 물론 일각에선 기업들의 이러한 트렌드 따라잡기가 일종의 ‘상술’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들의 경우 대부분이 리뉴얼 되거나 제품 홍보 문구가 변경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결국 감정적인 시그널에 대응하는 유통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최종판단은 ‘현명한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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