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킨 혁신의 공든탑 흔들
10년 지킨 혁신의 공든탑 흔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3.0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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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10년 지킨 혁신의 공든탑 흔들

 

일관된 고압적 자세에 소비자 분통

 

 

 

 

지난 10년간 ‘아이폰’을 통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시장을 선도했던 애플이 흔들리고 있다. 이용자 몰래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업데이트를 단행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안방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모바일 시장의 패권을 놓지 않게 해주던 핵심 동력인 팬덤층에 일대 균열이 일면서 애플은 사상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줄소송 자초한 ‘아이폰 게이트’

애플은 지난해 12월부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를 통해 배터리 잔량이 적거나 낮은 온도에서 아이폰의 운영속도를 떨어뜨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사전에 소비자의 동의를 받거나 사실 고지의 과정은 생략되었다. 그동안 관련 의혹에 입을 다물던 애플은 IT 매체 긱벤치가 성능 저하 문제를 입증하는 테스트 결과를 내놓자 뒤늦게 “종합적인 성능과 함께 최대한의 기기 수명 보장을 위해 속도를 조절했다”며 해당 사실을 시인했다. 
 

  이후 세계적으로 애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아이폰 사용자는 9,990억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스라엘에서도 애플이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며 1억 2,5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국내에서도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이를 진화하는 과정에서도 이용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애플은 새해가 밝은 뒤 본격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배터리 무상 교체가 아닌 교체비용 지원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5년 이상 아이폰을 사용했다고 밝힌 직장인 A씨는 “신속한 지원은커녕 보상을 위해 두 번이나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라며 “애플의 나몰라 식의 대처를 보자니 그동안 아이폰을 믿고 사용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분통을 제기했다.

 

굳건하던 ‘팬덤층’ 이탈 우려 증폭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업데이트 버전에서 아이폰 성능 조절 기능을 끌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겠다며 한발 더 나아간 수습안을 제시했지만 발표가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애플의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 규모 등 소송 결과를 떠나 이번 사태로 애플이 입게 될 이미지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믿었던 신뢰가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애플에 우호적이던 자국 IT 매체들까지 연일 비판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애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위험에 처했다”며 “소비자의 충성과 긍정적 인식 위에 세워진 애플에는 치명적인 일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애플이 가장 우려하는 건 팬덤층 이탈이다. ‘애플빠’, ‘앱등이’ 등으로 불리는 아이폰 팬덤은 2007년 첫 제품 출시 이후 10년간 지속적인 제품 구매를 통해 애플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게 만든 든든한 발판이었다. 2011년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작고한 이후 많은 우려 속에서도 애플 팬덤 덕분에 위기론을 쉽게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러한 팬덤에도 이상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브랜딩 전문가는 “애플 팬덤은 아이폰이나 맥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애플 그 자체를 신봉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로 iOS 생태계로 대표되는 애플의 사용자 경험 근간이 흔들렸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창립 이후 최대 위기 처한 애플

안전성을 위해 제품 성능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데이트는 전자업계에서 간혹 벌어지는 일이다. 2016년 하반기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가 발생했던 삼성전자는 순차적으로 배터리 충전율을 제한하는 강제 업데이트를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사용자들에게 일일이 안내 문자를 발송하며 대외적으로 이 사실을 공지했던 삼성과 달리, 애플은 이를 숨겨오다 외부의 해명 요구에 사실을 시인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이는 이용자들이 만들어준 ‘왕좌’의 자리에 취해있던 애플이 그동안 고수해오던 폐쇄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모바일 시장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아이폰 출시 10년을 기념해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폰 X’의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 X의 판매 부진으로 생산량 목표를 절반으로 축소 결정을 내린 상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업 시장가치는 불과 한 주 사이에 450억 달러나 하락하기도 했다.
 

  아이폰 이후를 대비할 구체적인 성과물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애플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에 기반한 안경,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마땅한 결과물로 선을 보인 것은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혁신이 지속되지 못하면 과거 맥킨토시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호환성과 범용성에 밀려 시장을 내줬던 전례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며 경고한다. ‘혁신의 아이콘’에서 ‘오만과 불통의 아이콘’이 되버린 애플이 창사 이후 최대 스캔들에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실리콘밸리는 물론 모바일 시장 전체가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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