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2만개 시대, 허와 실
편의점 2만개 시대, 허와 실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2.08.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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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양적 성장, 질적 성장 숙제로 남아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Society Focus] 편의점 2만개 시대

 

 

지금은 편의점 전성시대다. 이제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이라는 마케팅전략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또 우리에게는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되었다. 어느덧 편의점은 전국적으로 2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 규모 역시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증가하는 편의점 수

편의점은 최근 유통업계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하는 거의 유일한 업태다. 백화점 마트 SSM 등이 상권포화와 규제 등으로 주춤한 사이, 편의점은 2007년 1만점을 돌파한 지 4년 만에 배로 늘어났다. 이처럼 편의점은 급증한하는 배경에는 접근성이 좋고, 단순히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싱글족, 시니어 계층을 겨냥한 공과금 납부, 세탁, 택배 등 서비스를 늘려나가는 식의 선진국형 유통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게 성장의 열쇠로 보인다. 이전의 동네 슈퍼가 제공하던 역할 이상의 서비스가 원동력이란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기호가 그쪽으로 바뀐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편의점 본사들이 소자본 창업희망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출점 공세를 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이 쉬운 만큼, 아울러 매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그늘도 깊게 드리워지고 있다. 편의점은 SSM 등과 달리 출점 규제가 없고 인테리어 비용 지원 등으로 예비창업자들이 쉽게 창업에 나서기 때문이다.

편의점협회는 자영업자가 비교적 안정적인 편의점 가맹점으로 바꾸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편의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편의점 창업자는 지난 2009년까지는 회사원·공무원 출신이 37.7%로 다수를 차지했지만 작년부터는 자영업 출신(40.1%)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편의점을 여러 곳 운영하는 기업형 점주들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기불황에 휘청거리는 타산업에 비해 편의점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것 또한 편의점 수가 늘어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는 단품 위주의 소비가 주수익이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매출이 증가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도시락을 들 수 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이 근무시간을 늘리고 먹는 시간을 중이기 위해 값이 싸면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많이 찾았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편의점을 찾는 이유

편의점이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데에는 국내 1인 가구의 증가가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다품목 소비로 목돈을 써야하는 마트보다는 편의점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은 1인 가구로 2010년 처음으로 4인 가구를 추월했다. 전체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인 가구는 2000년 16.3%에서 2010년 24.4%로 증가한 반면, 4인 가구는 32.1%에서 23.1%로 줄었다. 통계청은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 속에 혼자 살거나 자녀 없이 부부끼리 사는 가구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편의점업계의 과학적인 수식구조 분석이 가능해진 것도 매출 증가를 촉진시켰다. 과거와 달리 편의점 업체들은 교통, 주변배후지 등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수익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활용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택가·오피스·원룸촌·대학가·학원가·공장지대·유흥가·도로변’ 등 입지를 분류하고 입지별 특성에 따라 상품 배열은 물론이고 제품 종류나 비율도 다르게 하고 있다.

또한 90년대 초반의 젊은 층이 사회 주요 계층으로 성장한 것도 편의점 이용률을 높였다. 그들은 젊은 시절부터 편의점을 이용한 1세대 편의점 소비자들로 할인카드나 1+1행사 등을 챙길 줄 알고 있다. 그들의 소비가 최근 편의점들의 수익구조로 이어지며 매출이 과거보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그동안 편의점의 주 고객층이 20~30대였다면 40대 이상 소비자들의 비율은 매년 2~3%씩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마케팅으로 매출 높인다

고객들은 편의점의 브랜드를 보고 선택하기 보다는 접근성에 따라 편의점을 선택한다. 그렇기 때문에 편의점들은 브랜드 충성도를 형성하고 선호도를 높이는 게 숙제이다. 이런 인식하에 각 업체별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훼미리마트가 최초로 선보인 공공요금 수납 서비스, 버스카드 무인 충전기 설치는 이제 기본이 됐다. 최근엔 편의점 최초로 훼미리마트 전용 선불식 기프트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하루 두 번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구워 판매하는 베이커리형, 최상급 원두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테이크아웃’으로 판매하는 카페형 편의점을 내놓는 식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GS25 역시 휴대전화 충전, 택배, 영화·스포츠 티켓 판매까지 영역을 넓혔다. 도서 배달, 꽃 배달, 민원서류 발급은 물론 렌털 신청도 받는다. 최근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증정상품을 보관했다가 증정기간 중 언제든지 근처 GS25에서 찾아 먹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는 ‘나만의 냉장고’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고 있다. 미니스톱의 경우 일반 편의점에서는 판매하기 어려운 햄버거, 치킨 등 즉석 패스트푸드를 판매해 차별화에 나섰으며 씨스페이스는 비디오 대여, 로또 판매를 처음 시도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불어 편의점이 독자 개발하는 자기상표부착(PB) 상품은 차별화에 불을 댕기고 있다. 지난해 전체 편의점 상품 중 10.4%를 차지했다. 그동안 컵·우산과 같은 저가 생활용품 중심으로 개발됐던 PB 상품이 이제는 식품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2006년 틈새라면, 공화춘을 시작으로 PB상품을 내놓기 시작한 GS25의 경우 전체 상품군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7년 21.2%에서 지난해 32.1%로 뛰어올랐다. 전주비빔삼각김밥, 깊은산속옹달샘물, 라땡면 등을 기획한 세븐일레븐 역시 PB상품이 효자다. PB상품 매출 비중은 27.9%(2011년)에 달한다. 최근에는 강호동·홍진경·김혜자와 같은 연예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가격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편의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선입견을 깰 정도로 가격 마케팅이 한창이다. 훼미리마트는 매주 금요일에 정상가보다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최고급 와인을 판매하고 있으며 아울러 매주 금요일마다 수입 맥주를 최대 30% 할인 판매하는 ‘프라이데이 비어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미니스톱은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수입 맥주 6종을 최대 32% 할인 판매했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맥주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으로 주말 할인 행사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편의점 업체가 요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매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은 쉬워도 폐업은 힘들어

문제는 성장 정체 우려다. 편의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매출성장률은 1%대라는 게 업계 정설. 한국편의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하루 평균 매출액이 154만3000원에서 2010년엔 155만8000원으로 거의 오르지 않았다. 대신 폐업은 늘어나는 추세다. 2000년 폐업한 편의점 수는 189개, 하지만 2010년에는 한해에만 880개가 문을 닫았다.

현재 편의점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불공정거래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불공정한 계약과 과도한 위약금, 허위로 작성된 상권조사 및 예상매출, 판매지역권의 불인정, 과도한 로열티, 강제발주와 불명확한 재고 및 손실 산정’ 등 본사-점주 간 불공정 약관을 문제 삼는 점주가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뾰족한 해결책 없는 상태이다.

가맹본사가 점포비용을 부담한다면 로열티가 최대 65% 정도로 높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취약점도 있다. 이 밖에 인력 운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편의점은 오후 4시부터 밤 12시 시간대에 고객이 집중되고 심야 시간대 이용도도 30%에 달한다. 이 때문에 24시간 운영에 따른 인력 운용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오랜 시간 점포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체력 저하로 사업을 포기하는 이도 많다. 파트타이머는 이직률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정직원과 파트타이머 운용을 적절히 조화시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고 직접 매장을 운영한다면 체력 안배에도 신경 써야 한다. FC창업코리아에 따르면 편의점은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순수익으로 가져가는 점포도 있는가 하면 20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가져가는 점포도 많다. 상위 10% 정도가 800만 원 이상 가져가는 점포라면 보통 60% 정도가 300만~700만 원 정도를, 나머지는 그 이하를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이상헌 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장은 “창업하기 전에 유동인구에 비례한 수익성이 중요한데 본사에서 상권 분석을 해주지만 고객 수요를 직접 세보고 인근 편의점의 객단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손님 수가 많은데 객단가가 1500원대 밑으로 내려오는 곳은 수익성이 안 좋다. 수도권 66㎡(20평) 기준 1일 200명, 객단가가 3100원 선이 넘는 입지가 중요하다. 가족들이 협업을 통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매출 비중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신선가공식품 유통기한을 꼼꼼히 확인해 품목과 수량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편의점 업계의 높은 위약금 때문에 폐업이 쉽지 않은 구조로 돼 있어 편의점 수가 잘 줄지 않아 양적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이익이 나고 번성하는 점포도 있지만, 왕래가 많지 않은 주택가 편의점들은 한결같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편의점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계약 기간이 5년인데, 무조건 의무적으로 그 기간을 채워야 하고 만약 그 안에 그만두면 ‘인테리어 잔종가’라는 페널티를 본사에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액수도 커서 3.3㎡당 수백만 원 꼴이나 된다. 대전에서 2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계약기간을 채우더라도 기간 만료 3개월 전에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으면 폐점이 어려워요”라고 호소하며 “1999년 공정위가 자율경쟁을 제한한다며 ‘상권 내 개점 기준’을 없앤 후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이 우후죽순 들어선 것도 수익이 줄어 든 가장 큰 요인이라고 봐요”라고 불만을 얘기했다. 편의점 2만개 시대가 된 현재 양적 성장보다 내실을 기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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