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저널리즘 부활의 신호탄
독보적 저널리즘 부활의 신호탄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02.02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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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COVER STORY] 뉴욕타임스 발행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독보적 저널리즘 부활의 신호탄

 

 


디지털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제시

 

 

 

모든 언론사의 꿈이자 목표일 수 있는 언론 분야의 퓰리처상을 지난해 기준 무려 122번을 수상한 언론사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 중 한 곳. 하루 300만 명 이상이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경영진의 전략과 발표될 보고서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곳. 바로 뉴욕타임스(NYT)다. 바로 이 언론사에 최근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1896년부터 약 120년간 설즈버거 가문의 가족경영체제로 운영된 뉴욕타임스의 6번째 발행인으로 30대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A. G. Sulzberger)가 취임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략으로 혁명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가 이끌 뉴욕타임스의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진화의 챔피언’의 의미 있는 도전

“나에게 주어진 도전은 뉴욕타임스가 기존의 가치를 지키며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도록 인도하면서 적응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경력의 대부분을 신문기자로 보냈지만, 뉴욕타임스 디지털 진화의 챔피언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변화들이 잉크와 종이로 꿈꿨던 것보다 더 풍부하고 활기찬 보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2018년부터 뉴욕타임스의 발행인으로 취임한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가 지난 2일(현지시각) 앞으로의 편집 방향을 밝힌 ‘발행인으로부터의 편지’라는 제목의 기고 글에 실린 내용이다. 그는 1986년부터 약 120여 년간 설즈버거 가문의 가족경영체제로 운영된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사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의 6번째 발행인에 올라섰다. 이는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으며, 주목받은 만큼 뉴욕타임스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이미 그는 지난 2014년 혁신보고서의 바이블로 인정받고 있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작성을 주도하며 유력한 후계자로 주목받아 왔었고, 이를 통해 뉴욕타임스 온라인화의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부발행인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디지털 뉴스룸으로의 전환을 선도했으며, 프린트 허브를 만들어 종이신문 제작의 효율을 극대화시키고자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심층 탐사 보도, 저널리스트 전문화, 스토리텔링 보도를 디지털화시키는 작업에 집중하며 자타공인 ‘디지털 진화의 챔피언’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발행인으로부터의 편지’를 통해 “인터랙티브 그래픽, 팟캐스팅, 디지털 비디오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에 투자한 덕분에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라며 “앞으로 몇 년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잉크와 종이로 꿈꿀 수 있었던 것들보다도 더 풍부하고 생기 있는 기사가 탄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기자들이 한 가지 사안을 몇 달에 걸쳐 파고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계속 줄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기자들이 개인적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해 나갈 때 그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뉴욕타임스와 배타적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잘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정당과 종파,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공정하고 치우침 없이 보도하라는 창립자 아돌프 옥스의 정신을 실행할 마지막 찬스”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언론계 어려움 극복 위한 강한 의지 표명

한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세계적으로 언론계 전반에 걸친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돈이 많이 들고 힘든 뉴스를 만드는 일을 받쳐주던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너져가고 있고, 언론사들은 직원을 감축하며 위축되고 있다. 오보가 늘어나고 자극적인 기사와 루머, 선동 등이 늘어나며 진정한 저널리즘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불신을 조장해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인들 때문에 언론의 신뢰는 하락하고 있지만, 뉴욕타임스의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동료와 나는 그런 힘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변호사들이 법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의사들이 건강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루듯이 우리는 우리의 전문성 강화를 계속해서 독려할 것”이라고 극복을 위한 강한 의지를 표했다. 이어 설즈버거 가문의 아돌프 옥스 설즈버거(1858∼1935)가 뉴욕타임스를 인수한 1896년 상황을 언급하며 “(당시는) 지금 우리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양극화된 정치·언론의 환경 속에서 혼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옥스가 중시했던 저널리즘의 가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전한 것이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가 게재한 이 글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 화제다. 그동안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양상을 보인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치부하며 배타적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잘 알려진 그는 트위터를 통해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에 새 발행인이 왔다. 축하한다”며 “정당과 종파,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공정하고 치우침 없이 보도하라는 창립자 아돌프 옥스의 정신을 실행할 마지막 찬스”라 비꼬며 “높은 수준의 공정한 기자들을 가져라, 존재하지 않는 가짜 취재원들은 버리라”고 전했다.
 

  하지만 동료 언론들의 반응은 트럼프와 달랐다. 스페인 매체 엘문도의 뉴욕특파원인 마리아 라미네즈와 쇼렌슈타인 미디어·정치·공공 정책 연구원인 데이비드 비어드는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의 취임에 기대감을 표했고, 법률 매체인 저스트 시큐리티의 전 부편집인 케이트 브랜넌은 ‘우리는 변호사들이 법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의사들이 건강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루듯이 우리는 우리의 전문성 강화를 계속해서 독려할 것’이라는 대목을 트위터에 언급하며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의 기고문은 나를 한동안 멈칫하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디 애틀랜틱의 편집이자 법률 기자인 맷 포드는 “모든 부분에 동의하지만, 기자들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조금 다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서 옥스 설즈버거 2세(Arthur Ochs Sulzberger Jr.)로부터 자리를 넘겨받게 된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그의 아버지에 비해 더욱 ‘절제된’ 성품을 가졌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경영과 실무능력 갖춘 준비된 젊은 발행인

이처럼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의 취임에 다양한 반응이 있는 가운데, 그가 이렇게 젊은 나이에 발행인의 자리에 올라섰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에 대한 해답 중 하나는 뉴욕타임스가 가족기업이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설립 이후 줄곧 발행인이 세습돼왔는데 이번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아서 옥스 설즈버거 2세(Arthur Ochs Sulzberger Jr.)로부터 자리를 넘겨받게 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그가 30대라는 점인데, 이는 지난 4대 발행인이었던 아서 옥스 설즈버거(1926∼2012)에 이어 두 세대만의 일이다. 참고로 설즈버거 가문은 뉴욕타임스 이사회의 70%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검은색 활자에 지면 전체가 심각한 기사 투성이라 ‘그레이 레이디’(Grey Lady)라고도 불렸는데, 앞서 언급했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바로 이 ‘그레이 레이디’의 디지털화와 혁신에 불을 붙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래왔듯 정치경제학 전공으로 브라운대학을 졸업한 후 ‘프로비던스 저널’, ‘디 오레고니안’ 등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2009년 뉴욕타임스 메트로폴리탄 부서로 합류하게 됐다. 이후 캔자스 시티 사무소 등을 거치며 경영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 영역도 두루 섭렵한 인재다. 그의 아버지이자 5대 발행인인 아서 옥스 설즈버거도 AP 등에서 기자 경력을 쌓다가 뉴욕타임스로 옮겨와 기자 생활을 오랫동안 하며 미디어에 대한 감각과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는 그의 아버지에 비해 더욱 ‘절제된’ 성품을 가졌다고 한다. 구성원들은 그가 회사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노력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라 예상하지만, 세간의 지나친 관심을 받는 것은 피하려 할 것이라고 전한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뉴욕타임스의 발행인이 되려는 열망을 갖고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8년간의 시간을 통해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게 됐다”며 “나의 일상을 이곳에서 보내는 것만큼 풍요롭게 느껴지거나 보상받는 길은 없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저널리즘의 가치 지키며 디지털로의 혁신 주도

1851년 창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뉴욕타임스는 ‘뉴욕 트리뷴’의 고급판이라는 독특한 체제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순조롭게 발행 부수를 늘려나갔다. 하지만 미국의 남북 전쟁 이후 남부에만 관대했던 논조가 반감을 불러 일시적으로 성장이 침체했던 시기도 있었다. 이후 20세기에 들어 세계 각지에 취재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이제는 명실상부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사로서 지위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언론계의 전반적인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뉴욕타임스도 변화가 시급했고, 이에 대한 적임자로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가 낙점되며 뉴욕타임스는 다시 한번 비약할 준비를 마친 듯하다. 독보적 저널리즘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그는 취임 기고 글을 통해 “뉴욕타임스는 호기심, 용기, 공감에 바탕을 두고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사들을 계속 찾아낼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을 개선하는 일은 이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믿기 때문이다”라며 “폭넓은 생각과 경험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전달함으로써 양극화와 집단사고에 저항할 것이다. 왜냐하면 저널리즘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라고 견해를 밝히며 새롭게 출발하는 뉴욕타임스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했다. 
 

  종이신문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뉴욕타임스도 이 같은 시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뉴욕타임스의 유료 독자 3,500만 명 중 2,500만 명이 디지털로만 구독하는 상황이다. 편집국에는 신·구를 막론한 1,450명의 언론인들이 있다. 지금 뉴욕타임스가 신임 발행인에게 원하는 것은 이들 간의 조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유연하게 흐름을 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 그리고 아돌프 옥스 설즈버거가 중시했던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 이 두 가지일 것이다. 혁신을 향한 그의 항로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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