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가 말하는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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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8.02.0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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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음악평론가 임진모

 

 

 

 


레전드가 말하는 레전드

 

서태지부터 방탄소년단까지, 그가 걸어온 길 

 

기자는 청소년기 ‘서태지와 아이들’의 왕팬 이었다. 지금말로 ‘서태지빠’ 정도 될 것 같은데, 랩이라는 장르를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히트시킨 가수인 서태지를 통해 울고 웃었던 지난날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기자에게 서태지의 음악성을 알리고 뮤지션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준 한 사람이 있다. 화려한 가수들 뒤에 가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가 있었기에 가수들이 더 빛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그는 서태지를 통해  평론가로서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서태지 평론을 들으며 성장했고 현재는 그의 방탄소년단 평론을 들으며 K-POP의 우수성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의 평론은 락큰롤과 비틀즈를 얘기할 때 더 빛이 난다.   

 

라디오의 황홀한 음악세계 나를 매료시켜

 

Q. 중3때 음악평론가의 길을 선택하셨던데,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우리 아버지가 유리가게를 하셨는데, 항상 라디오를 틀어놓으셨어요. 무의식적으로 음악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토크보다는 음악위주였으니까요. 중3 겨울방학이 꽤 길어요. 한 4개월 정도. 그 시기에 내 의지로 라디오로 음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가 74년도였는데 존 덴버, 카펜터스, 로보, 신중현, 이장희, 송창식, 4월과 5월 그리고 좀 어려웠지만 수많은 팝송들을 접할 수 있었고 비틀즈가 해산되고 4명이 솔로로 활동하던 시절이라 그들의 음악도 많이 들었어요. 엘튼 존, 데이비드 보위 등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감동했고 너무 아름다워서 황홀했어요. 그 다음에 라디오키드됐어요. 그리고는 음악평론가가 되기로 결심했죠.

 

Q. 74년 당시에는 음악평론가가 그리 흔한 직업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A. 전업으로 삼은 분은 없었고 황문평, 이백천 선생님이 계셨어요. 정말 천재들이셨죠. 고등학교 들어가 장래희망란에 음악평론가라고 적어 넣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저를 부르셨죠. ‘음악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 공부 열심히 해라’가 주요지였죠. 그 말씀이 오히려 저를 음악에 더 빠져들게 했던 것 같아요. 사춘기에 겪는 반항심리라고 해야 할까요? 

 

Q. 음악평론가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A. 음악평론가 첫 번째 조건은 많은 음악을 듣는 것이라 생각해요. 음반자체가 나한테는 스승이었어요. 고등학교 내내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했어요.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부모님께 지금도 감사드려요. 대학에 들어가서 음악평론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생각해봤어요. 기본적으로 역사공부가 중요하다 판단해서 미국사, 유럽사, 한국사 공부를 했죠. 팝송을 들어야 하니 영어공부도 했고요.  

 

Q. 기자생활을 하셨던데요?

A. 음악평론가 공부하다가 경향신문사에 우연히 합격했어요. 근데 그게 저에게는 음악평론가로서의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어요. 신문사에 들어가면 정말 많은 자료들이 있거든요. 음악관련 잡지들을 신청하고 구독하고 베끼면서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어요. 그때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1993년도에 ‘팝리얼리즘 팝아티스트’라는 책을 낼 수 있었어요. 내 모든 것을 바꿔놓은 책이죠.

 

Q. 음악평론가로 공식적으로 언제 데뷔하셨나요?

A. 신문사 다닐 때부터 글을 썼으니 85년부터 평론글을 썼어요. 음악평론가로 전업한 건 91년 5월이었죠. 그때 음반제작도 겸했는데, 서울대 아카펠라그룹 인공위성을 제가 제작했어요. 그러다 93년 10월부터는 음악평론가의 길만 걸어왔습니다. 단지 원고료, 출연료로만 먹고 살았어요. 그러다보니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생계부분이더라고요. 가족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저는 알려지려고 안간힘을 쓰지는 않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오래하자고 생각했죠. 

 

Q. 평론가님 평론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A. 저의 평론에 대해 임진모만의 해석력을 가지고 있다고 사람들이 평가해요. 제가 생각하는 접근법이 있어요. 예를 들어 ‘서태지의 음악이 뭐냐’라고 물었을 때 저는 ‘서태지는 아버지가 싫어하는 모든 음악을 했다’이렇게 표현했어요. 이런 스타일들이 제 평론의 특징인 것 같아요.  

 

더 이상 레전드가 탄생할 수 없는 음악환경으로 변화

안타깝긴 하지만 다양성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

 

 

 

 

Q. 대한민국 음악 현주소를 평가해주신다면

A. 대중들이 저를 기억할 때, 서태지와 너바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 뮤지션들이 등장해서 제가 자주 언급함으로써 평론가의 플랫폼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난 그들이 없었으면 평론가로 자리 잡기 힘들었겠죠. 내 데뷔시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하는 건 현재는 이와 같은 모든 사람이 아는 가수가 탄생하기 힘든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는 거예요. 방탄소년단과 서태지의 차이점은 서태지는 전 세대를 들썩거렸다는 거죠. 방탄소년단은 빌보드에서 활약하고 K-POP을 다시 부활시켰다 해도 아직도 어른들은 몰라요. 지금은 세대별로 계층별로 찢어진 상황이에요. 서태지 그 시절은 대중가수 시대였고 방탄소년단은 소중가수 시대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서태지, 신승훈, 신해철을 누가 모르나요? 이제는 환경과 방식이 다 바뀌었어요. 이제 더 이상 레전드가 탄생할 수 없는 환경이예요. 안타깝긴하지만 받아들여야하는 현실이죠. 소중가수가 부정적인 단어는 아니에요. 소중가수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성격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이죠. 이제는 세대별, 취향별, 계층별로 추구하는 음악이 다릅니다. 그만큼 음악영역의 폭이 넓어진 거죠.

 

Q. 2017년 워너원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A. 워너원현상의 핵심은 여태까지 아이돌 선발과정을 못 봤는데, 워너원은 멤버가 선발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아이돌문화가 가지고 있는 세대적 제한과 폐쇄성을 완전히 거두어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기성세대가 들어올 수 있었죠. 이제는 거리 좁히기예요. 최근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거리 좁히기’입니다. 아이돌 문화를 쟤네들 것이라 치부했던 것을 반성적으로 검토해야할 시점이에요. 요즘 볼빨간 사춘기 등 ‘고막여친’, ‘고막남친’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데, 이 또한 거리 좁히기예요. 

 

Q. 선호하는 음악장르와 뮤지션이 궁금합니다.

A.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은 록이에요. 락세대에 살았고요. 20세기에 가장 성공한 음악이라고 봅니다. 록은 신비화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시대적 가치를 가진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미국 70, 80년대를 거치면서 청춘을 새롭게 자리매김 시켰고 락을 통해 음악이 영제너레이션으로 이동할 수 있었죠. 저는 청춘의 활기, 생기 이런 것들이 중심이 되는 음악을 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힙합과 EDM을 자꾸 접하려고 해요. 여기에 청춘들이 몰려있으니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A. 현재진행형으로서의 활동은 막바지라 생각해요 63,4세까지 뛰고 그 다음부터는 평론문화를 위해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싶어요. 후배평론가나 뮤지션도 생각하고 있어요. 아카데미와 장학재단을 만들어 뮤지션들을 돕고 싶어요. 그거보다 먼저 이루고 싶은 꿈은 제대로 된 한국음악사, 서구음악사 두 권의 책을 내는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못 다하신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A. 한 가지만 당부 드리고 싶은 건 복고물결은 항상 역사에서 존재해왔어요. 복고적 분위기보다 새로운 음악이 쏟아져 나오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조금만 나이 들면 자기가 젊었을 때 음악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지금 나오는 음악에도 빛을 주었으면 해요. 방탄소년단, 볼빨간 사춘기, 우원재 같은 음악을 들으라는 거예요. 저는 음악의 가장 탁월한 기능은 세대동행의 기능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상사가 볼 빨간 사춘기도 모르는데 20대 직장인들과 어떻게 이야기하겠어요? 방탄소년단이 부대이름이라고 생각하면 사장과 간부와 이야기하고 싶겠습니까? 요즘 음악을 들어서 젊은 세대와 꾸준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고막상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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