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 VS 인권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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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8.02.0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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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알 권리 VS 인권보호

 


가려진 범죄자 얼굴로 불안에 떠는 시민들

 

 

 

 

지난 9월 5일 청와대 게시판에 조두순 출소를 반대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여기에 61만 5,354명이 동의했다. 이에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재심은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청구할 수 있다”며 “무기징역 등 처벌 강화를 위한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결과에 나영이 아버지는 조두순의 얼굴만이라도 공개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고, 청와대 게시판에는 지난 11월 8일부터 “조두순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청원글이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실을 보도해도 배상 책임 물어야 하는 언론사 

오늘날 대한민국은 현행법상 피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할 수 없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까지는 주요 일간지들이 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실명을 그대로 보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8년 7월 14일 확립된 판례로 인해 언론사는 범죄 피의자의 신원을 사실 그대로 보도해도 배상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여기에 경찰청은 2005년 10월부터 피의자 얼굴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촬영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출소를 앞둔 조두순의 근래 얼굴을 아는 시민이 없다는 이유에서 조두순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범죄자 얼굴 공개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지현 씨는 “다른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직장인 송지연 씨도 “범죄자들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다만, 그는 “범죄자의 재범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사회로부터 범죄자로 낙인찍혔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 점을 감안해서 범죄자 얼굴 공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한남대 유아교육학과에 모 교수는 “범죄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이들의 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선 시민 위해 피의자 얼굴 공개 

지난해, 괌에서는 한국 법조인 부부가 아이를 차량에 방치해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한국 언론사들은 피의자들의 머그샷을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미국 언론은 그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했다.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다. 연세대 이연갑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 일본, 독일은 원칙적으로 실명 보도를 허용한다. 다만, 일본과 독일은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중 어떤 이익이 더 중요한지 따져 공공의 이익이 우선시 될 때에만 실명보도가 가능하다고 한다. 영국은 죄질이 나쁜 경우에는 검거 과정에서부터 이름과 주소, 얼굴까지 공개하고, 프랑스는 피의자의 인권보다는 다수 시민들의 인권을 중요시하기에 추가범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흉악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다.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길리는 범죄자가 목에 죄목을 걸고 섬을 돌도록 해 섬 주민들 모두가 범죄자의 죄명을 알 수 있도록 한다. 실제 그곳에 도둑질을 하다가 걸린 외국인 두 명이 섬을 돌다가 얼굴이 SNS에 노출돼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길리 주민들은 관습 덕분에 범죄 발생률이 현저하게 낮다며 이를 평화를 지켜주는 좋은 규칙이라고 전했다.

 
  

흉악범에게만 적용되는 특강법

최근 모습을 파악할 수 없는 조두순과 달리 지난해 여중생을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얼굴뿐만 아니라 신상까지도 모두 공개됐다. 비슷한 시기에 이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영학의 신상만 공개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난 2009년 일어난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이후 2010년 4월 법이 개정되면서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이른바 ‘특강법’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특강법에 의거하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들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그 덕에 언론은 강호순, 김수철, 오원춘, 박춘풍, 김하일, 김상훈 등 흉악범들의 얼굴이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두순 사건은 2008년 벌어졌기에 얼굴을 공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 몇 언론사들은 범죄자와 그 가족의 인권보호를 위해 범죄자들의 얼굴을 모자이크해야하지만 그들을 잡은 경찰의 모습은 그대로 노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범인 검거현장에서 경찰들의 모습만 노출돼 시민들이 오해하거나 경찰 신분이 노출돼 그들의 가족들이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인권 보호를 위해 피의자의 신분을 가렸다면, 그들보다는 경찰의 신변부터 모자이크하여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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