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강국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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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2.08.29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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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균형과 조화의 엘리트 스포츠를 배울 때”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Elite Sports III] 한국 스포츠의 미래

 

외국의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힘쓴 결과이다. 반면 체육특기생으로 불리는 한국의 스포츠 선수들은 빈약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수들의 노력이 평가받지 못하고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를 선진국을 통해 비춰봐야 할 시점이다.

 

지역 활성화를 통해 엘리트 스포츠의 모범을 보이는 호주

한국의 경우 엘리트 스포츠 시설은 태릉, 태백, 진천에 국한되어있다. 반면 호주에서는 모든 지역에 엘리트 훈련 선수촌이 마련되어있다. 각 지역 안에 시설이 설립된 후 지역별로 경쟁심이 늘어나면서 각 주 안에서 주 대표 선수를 선출하고 주 별로 대항하는 경기를 개최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각 지역에 스포츠분야는 보다 넓게 균형을 갖춘 발달을 도모할 수 있다. 주마다 존재하는 체육협회 조직은 국가대표 이전에 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힘쓴다. 주 대표에서부터 국가대표까지 이행되는 단계적인 진행 절차를 만들어 보다 체계적인 인재 육성시스템을 발달시켰다. 매주 수준별로 구분한 등급(1등급~18등급)별 리그전이 치러지며 클럽에서 우수 선수를 발굴하여 엘리트 코스를 거치게 한다. 일종의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걸러내고, 여기에서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호주 체육협회들은 각 협회들 간의 연계가 되어 엘리트 스포츠를 운영하고 있다. 각 경기단체들은 지역 체육협회와 연계하여 특정 종목에 대한 시설을 대여하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힘쓰는데, 주마다 네트워크를 갖춘 종목들에 대해 지역 체육협회들은 사무실, 체육관 대여 및 스포츠 과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연계성 있는 시스템을 통하여 각 지역 안에서 선발된 선수들은 끊임없는 후원을 받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호주스포츠는 나날이 국제무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 체육협회 시스템은 엘리트 선수관리에 있어서 보다 선수들과 가까이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지역에서부터 시작된 적극적인 관심은 호주 엘리트 스포츠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또한 균형적으로 지역에 위치한 엘리트 체육시설들은 차후 국제경기 유치 여부에 시설적인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주의 스포츠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각 주마다 십 수개에서 수 십 개의 대형 잔디공원을 관리하며, 각 공원마다 축구, 풋볼, 크리켓 등을 할 수 있도록 구분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초등학교나 중등학교는 체육활동을 아예 이 같은 공원에서 치르고 있으며 또한 주마다 지역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어 있어 초등학교 입학 이전의 어린이부터 성인,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지역 클럽에서 스포츠를 배우고 즐기는 시스템이 확고하게 구축되어 있어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메달 개수를 결정하는 선진국의 과감한 투자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미국이 8년 만에 종합순위 1위를 탈환했다. 미국이 중국을 제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포츠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미국 올림픽위원회는 매년 1억 900만 달러(1,232억 원)를 선수 육성과 훈련시설 건립에 투자할 정도로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투자는 런던 올림픽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금메달 46개, 은메달 29개, 동메달 29개를 따내며 1984년 LA 올림픽 이후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한 원동력이 됐다. 개최국이면서 종합순위 3위의 결과를 거둔 영국역시 미국과 다르지 않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를 획득한 후 복권에서 발생한 수익을 전액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 육성에 투자했다. 대규모 투자 직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영국은 11개의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이번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2억 6,400만 파운드(약 2,985억 원)를 투입해 금메달 29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19개의 사상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중국 정부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프로젝트 119’라는 장기 지원을 시작했다. 특히 수영 체조 역도 등에 집중됐다. 런던 올림픽에서 수영 2관왕에 오른 쑨양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들어간 자금은 총 157만 달러(18억 원)에 이른다.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박종성 연구원은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도 호주와 일본 등은 정부가 직접 스포츠에 투자해 올림픽에서 성공을 거뒀다”며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투자 없이는 엘리트 스포츠가 성장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예산을 줄인 국가들의 성적은 초라했다. 유럽 국가들 중 처음으로 체육예산을 삭감한 그리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리스 올림픽위원회는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정부로부터 3,000만 유로(417억 원)의 자금 지원을 기대했으나 재정위기로 초기에는 800만 유로(약 111억 원)를 지원하고 추가적인 지원은 없었다. 모자란 자금을 민간 기업들로부터 충당하려고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스는 이번 올림픽에 지난 베이징 올림픽보다 50명 줄어든 102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스태프와 의료진도 줄어들어 성적도 떨어졌으며 베이징 올림픽에서 4개의 메달을 땄던 그리스는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선진국에 비해 초라한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대한민국이 거둔 올림픽 종합 성적 5위의 성과는 금메달을 기준으로 매긴 순위이다. 세계적 대회가 열리면 국민들의 관심은 금메달을 얼마나 획득할지에 집중된다. 선수단의 대회의 성패도 인간승리의 스포트라이트도 금메달을 딴 선수의 몫이다. 세계무대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더라도 눈물을 흘리며 한없이 서러워하는 모습은 한국 스포츠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종합순위 5위라는 성과를 뒤집어 총 메달의 수로 순위를 따져본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한국은 총 28개의 메달을 획득해 9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총 메달은 38개로 우리나라보다 10개가 많다. 선진국에서는 선수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는 올림픽정신에 입각해 이미 올림픽 순위를 메달의 색이 아닌 메달의 획득 개수로 집계한다.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는 그런 점에서 아직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1등을 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오직 운동만 하는 선수들은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선진국의 선수들은 다른 학생들과 같이 정규 수업을 들어야하며 예외 없이 시험을 치러야 한다. 공부에 소홀해 성적이 평균이하로 떨어진다면 운동이 금지되기도 할 만큼 선수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을 토대로 육성된 엘리트 선수들이 나중에 생활체육 지도자로 나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는 운동부로 대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전 수업만 듣고 훈련을 받으러 가거나 시합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수업을 받을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다. 그러다 합숙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의 생활을 통제받고 고된 훈련을 받게 된다.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을 개발하려고 하더라도 많은 연습량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 김천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정 모 씨는 “학교나 정부에서 학생들의 생활에 배려를 해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생활과 운동을 병행하기에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 괜찮은 결과를 거뒀다 하더라도 은퇴 이후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비인기 종목 출신들은 기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오직 운동만 하다가 갑자기 생활의 수단이 막혀버린 것이다. 한국은 생활체육의 인프라도 부실하고 엘리트 선수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해주지 않는다. 올림픽 여자핸드볼 금메달리스트들이 일반 직장에 다니거나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레슬링 금메달리스트가 할 일도 없고 사회적응도 못해서 방황한다. 생활체육과 엘리트 스포츠가 유리된 한국에서는 선수생활 이후에 운동을 직업 삼아 이어갈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극히 좁은 것이다. 실력을 발휘할 기회도 없고, 죽도록 운동만 해오던 사람들이 다른 일을 하기도 쉽지 않다.

 

 

기본에 충실한 지원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

엘리트 스포츠에 편중되어 발전을 이뤄온 한국의 스포츠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추어 스포츠는 대부분 선수층이 얇아 선수발굴에도 힘들다. 런던 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을 딴 펜싱은 국내 등록선수가 1,450명뿐이다. 다른 메달 종목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들 대부분 장비나 훈련시설이 부족하고 10년 이상의 긴 수련이 필요하지만 인프라 조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생활체육의 저변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집중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대한펜싱협회 서범석 기술이사는 펜싱의 활약에 대해 “협회와 기업의 지원 아래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세계 펜싱을 알아나갔다”고 전했다. 회장사인 SK텔레콤이 10년간 매년 10억 원 이상을 써서 선수들을 국제대회에 출전시키고, 해외 전지훈련을 보낸 결과이다.

엘리트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체계적인 지도자, 유망주 육성이 필요하다. 런던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펜싱, 사격 등이 투자가 빛을 발한 결과이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태권도의 인프라는 그렇게 좋지 않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황경선은 “외국 선수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외국 선수들은 국제대회를 국내대회처럼 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운이 좋아도 국제대회 한 번 뛰기 어렵다. 국제대회에 많이 나가서 기술을 공유하고 외국 선수들과 많이 대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역임한 임번장 건국대 석좌 교수는 “적절한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한국 선수는 어떤 종목에서든 경쟁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전했다. 지금까지의 원동력은 선수 및 지도자의 엄청난 노력, 국가와 기업의 지원이다. 임 교수는 또 다른 ‘힘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 국민들은 올림픽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한다. 스포츠를 알기 때문이다. 국민 40%가 생활체육을 경험했다는 통계가 있다”며 “생활체육과 엘리트 스포츠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한국은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들은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영향력도 커졌다. 김연아의 점프하나에 가슴 졸이며 몰입하게 만든 것도 스포츠가 우리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인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엘리트 스포츠 성과지향적인 정책을 기반으로 발전을 이뤄냈다. 성과지향적인 정책은 곧 엘리트 스포츠의 병폐를 불러왔다. 런던 올림픽이 끝난 지금 엘리트 스포츠의 병폐를 인지하고 생활체육과의 조화와 지원이 이뤄져야 할 때다.

기획/안수정 기자 정리/류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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