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유통가 ‘언택트 마케팅’
확산되는 유통가 ‘언택트 마케팅’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1.03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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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확산되는 유통가 ‘언택트 마케팅’

‘피로사회’ 도래 속 점원과의 대화도 스트레스 호소

 

 

▲ⓒPixabay

 

 

30대 직장인 A씨는 홀로 쇼핑할 때는 늘 이어폰을 귀에 꼽는다. 주변 점원이 다가와 말을 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혼자만의 쇼핑을 즐기고자 하는 A씨에게 점원들의 호의는 불편하기만 하다. 그는 “옆에서 누군가가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물건을 꼭 사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을

유통업계에서 ‘언택트(Un-tact)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과의 만남을 대신해 기기를 이용해 소비과정을 신속하게 만드는 관련 기술도 주목받는 추세다. 이는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을 선호하는 현대 소비자들로 인해 생긴 현상이다.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반대를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언택트 마케팅을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제는 소비자들이 언택트 기술에 익숙해지고, 나아가 편안하게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 역시 낯선 이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꺼리는 개인주의 성향이 확산된 것이 언택트 쇼핑이 각광받는 이유라고 분석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직장과 사회에서 인간관계 탓에 받는 스트레스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쇼핑 중 점원과 대화를 주고받는 ‘관계맺음’ 조차 괴롭고 귀찮은 일이 돼가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직원 응대 꺼리는 고객 잡기 나선 유통가

언택트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유동 고객이 많은 백화점과 쇼핑몰이다. 화장품 편집매장인 ‘올리브영’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 강남 본점에 기존 매장과 다른 가상 메이크업 어플리케이션과 키오스크 등 디지털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색조 화장품을 얼굴에 직접 바르지 않고도 색상이 잘 어울리는지 실시간으로 합성해 보여주거나 ‘스마트 미러’에 얼굴을 대면 사용자의 피부 나이와 상태를 분석해 알맞은 제품을 추천해 주는 식이다. 이처럼 각종 신기술 체험공간을 마련한 강남 본점은 개장 한 달 만에 방문객 5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주요 유통 대기업들은 ‘쇼핑 도우미 로봇’ 도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쇼핑도우미 로봇인 ‘엘봇’을 선보이며 ‘3D 가상 피팅 서비스’와 ‘픽업 데스크’ 이용법 등을 소개했고, 현대백화점은 외국인 쇼핑객들에게 음성인식 통역 소프트웨어인 ‘지니톡’을 탑재한 안내용 로봇을 선보였다. 신세계그룹 역시 지난 9월 쇼핑 로봇 ‘나오’를 시범 운영한 데 이어 10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선보였다.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하우디’에는 대형 밴딩머신이 설치돼 있다. 이들은 모두 고객이 키오스크를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로봇이 해당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역시 직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혁신 속에서도 ‘인간’ 중심의 발전 필요 지적

이와 같은 ‘침묵 마케팅’이 먼저 등장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의 한 의류업체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점원이 말을 걸면 긴장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점원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뜻하는 파란색 쇼핑백을 매장 내에 비치하기 시작했고, 지난 3월부터는 교토시의 한 운수회사가 기사가 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이른바 ‘침묵 택시’ 운영을 시작해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대면 접촉을 ‘피곤한 일’로 인식하게 된 배경으로는 대화보다는 ‘클릭’이 편한 세대의 출현이 꼽힌다. SNS 등 비대면 접촉에서도 ‘과잉 연결’에 시달리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26.4%가 ‘면대면 대화나 전화보다는 문자나 메신저를 통한 대화가 더 편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혼밥’, ‘혼술’과 같은 문화가 유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같은 IT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흐름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소외시키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근 금융권에서 인터넷 뱅킹 등의 등장으로 고령층의 금융소외 현상이 대두된 것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비대면 접촉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굳이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기술로 대체하고, 보다 대면 접촉이 필요한 곳에는 인력을 재배치하는 기술과 방법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항상 최종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기술의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인적 서비스가 차별화의 핵심 요소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처럼 빠른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유통기업들이 언택트 마케팅의 반대급부로 발생할 다양한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며 진화를 도모할지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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