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味 윤금식 대표
加味 윤금식 대표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2.08.29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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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문화를 통해 소중한 우리 멋과 뿌리를 보존하겠습니다”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Cover Story] 우리의 멋과 혼이 배어 있는 전통문화 1번지

한류열풍이 거세짐에 따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외국인이 한국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관광객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가 크게 없는 현실에서 대구 종로의 가미는 단연 눈에 띈다. 가옥을 개조해 현대적 감각과 어울리도록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가미의 윤금식 대표. 온고지신, 법고창신을 모토로 전통을 젊은 세대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그에게 있어 전통이란 어떤 의미인지 들어봤다.

 

 

도심 속 옛 선인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가미’

종로의 좁은 길목을 따라 들어가면 전통음식점 가미의 작은 간판이 보인다. 전통한옥을 개조해 만들어진 음식점답게 마당의 싱그러운 정원이 기자를 맞았다. 가미의 입구에 들어서면 금강경으로 쓰인 대한민국 전도가 눈길을 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장자의 기품을 나타내기 충분하다. 잠시 후 마루에서 기자를 반겨준 윤금식 대표는 아담한 체구의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가미의 역사와 작품들에 대한 소개를 시작하는 그에게 ‘전통문화 지킴이’라는 수식어는 어색함이 없다.

 

 

 

가미를 가득 채우고 있는 작품들은 윤 대표가 오랜 세월 직접 수집한 작품이다. 대구의 요정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작품은 번성했던 대구의 요정문화를 축약해 놓은 것인데, 그가 직접 문헌 조사와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 하나하나 찾아가며 대구 100년의 요정역사를 정리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윤 대표의 정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어 금강경으로 쓰인 태극기와 대한민국 전도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여 쓰인 작품으로 장인의 숨결이 물씬 느껴진다. 이처럼 곳곳에 세월의 흔적과 역사가 살아있는 가미의 각 방은 각기 다른 우리 문화의 테마로 꾸며져 있다. 방 저마다 윤 대표가 직접 테마를 정하고 꾸며낸 공간으로 그의 세심한 정성과 각고의 노력이 스며들어 있다. 어떤 방은 전통혼례에 쓰였던 작품들을 모아 과거의 혼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방에서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걸어 옛 선인들이 가졌던 천문학에 대한 관심과 깊이를 체험할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작품 옆에 붙은 작은 설명들이 눈에 띈다. 이 설명은 내외국인 모두 편하게 방의 테마를 즐길 수 있도록 윤 대표가 직접 만든 설명이다. 비록 문화재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반인의 시각으로 설명을 달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다.

50년에 달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가미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윤 대표가 운영을 해온 27년 동안 가미는 없어져 가는 문화를 보존하고 명맥을 잇는 곳으로 유명세를 치르는 중이다. 화려하고 새로운 것에만 관심이 쏠려 고유의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가미는 은은하면서도 농도 짙은 감동을 선사한다. 현재의 가미도 우리의 전통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각양각색의 작품들로 가득 차 있지만, 앞으로 우리 것을 알릴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면 공부해서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윤 대표의 눈은 인터뷰 내내 빛이 났다. 그에게 전통을 공부하는 것은 항상 가슴 벅차고 즐거운 일이다. 일주일을 빠듯하게 살아가는 그는 전통을 배우고 식견을 늘여가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아까워하는 법이 없다. 동양철학의 근원인 사서삼경을 비롯한 전통문화와 관련된 공부라면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하는 윤 대표는 손님들이 가미를 생각할 때 ‘우리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여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작품의 양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더불어 그는 가미를 찾은 이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흥미와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손님과 직접 마주하는 직원의 마인드를 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일환으로 가미의 전 직원은 개량한복을 갖춰 입고 있으며, 전통한복을 고수하지 않은 이유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활동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전통을 고집하는 그의 노력이 27년 동안 가미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 아닐까?

 

 

한국 문화의 생생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곳

가미는 단순히 술과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 문화를 즐기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장이 되고 있다. 각 방을 채우고 있는 사연 있는 고미술품들은 현대적 색채와 조화를 이루며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윤금식 대표는 우리의 정서가 담긴 고유의 공간을 지향하고 전통 혼이 담겨있는 장소를 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가미 곳곳에 놓인 작품들이 그의 손에서 재해석되지 않았다면 한 낮 골동품에 지나지 않았을 테지만, 윤 대표의 손을 통해 배치된 작품들은 가미의 모든 곳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보통 전통작품을 전시한다고 하면 케이스에 씌워서 조명을 밝히지만, 윤 대표는 작품을 만든 장인의 숨결을 손님들이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작품 뿐 아니라 작품이 높인 곳을 우리의 멋과 향이 담긴 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가미가 고급손님들의 비즈니스 장소에서 박물관에 버금가는 발전을 이뤄낸 데에는 손님들의 호응이 기반이 됐다. 외국 바이어를 상대하는 기업의 대표라고 밝힌 한 손님은 “외국 업체와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가미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의 전통에 대해 관심이 많던 외국바이어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장소를 찾던 중 가미는 우리가 물색하던 최적의 장소였습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고객 만족도를 바탕으로 현재 가미는 비즈니스 장소로 각광받는 것과 더불어 대구의 근대골목투어가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되면서 지역 유일의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다녀간 관광객들이 소장품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한국의 전통을 더 알게 되었다며 알아주었을 때 큰 자부심과 행복을 느낀다는 그에게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경영자의 참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미가 한국문화를 알아갈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소통과 화합의 장소가 되기를 꿈꾸는 윤 대표의 노력은 2층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볼 수 있는 기생의 역사에서 드러난다. 이 공간은 기생이라는 직업이 천시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윤 대표가 발품을 팔아가며 수집한 자료로 꾸며져 있다. 조선시대부터 정리되어 있는 기생의 역사를 살펴보면 당대의 기생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활동했던 기생들이 전통사설, 판소리, 기악, 춤, 신파극 변사, 예악 등으로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예인이자 전통 예악의 지킴이였다. 권번에서 어린 기생들을 가르치며 대를 이어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의 맥을 이어온 것이다. 전통문화 계승을 위한 윤 대표의 열정은 오고무의 공연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한복자락 끝에서 전통을 고수하는 윤 대표의 의지가 표현된다. 오고무 공연의 연주자는 윤 대표가 직접 수소문해 찾은 인물로 전통을 지키려는 그의 의지를 알고 가미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가야금과 오고무, 판소리를 통해 한국 문화를 풍류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공연을 통해 손님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가미는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음식점일 뿐만 아니라 해외속의 한국을 알리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신뢰로 이어진 가족 같은 직원들

업종의 특성상 종업원들의 이동이 잦고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직원들이 드물게 마련이다. 가미를 27년 동안 운영을 하면서 책임자를 맡았던 직원은 모두 8명으로 그것도 지금의 3명을 제외하면 5명에 불과하다. 가미에 이렇듯 직원들이 오래 머물며 종사하는 것에 대해 윤금식 대표는 자신이 인복이 좋은 사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물론 그의 인복도 인복이지만 그보다 앞서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이 직원들에게 통한 것을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유 대표는 항상 ‘힘은 재주를 이길 수 없고 재주가 덕을 따를 수가 없다’는 진리를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그는 “자신을 통해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감사의 울림을 전달할 수 있는 지성의 마음과 행동이 함께 한다면, 그것이 곧 신앙생활의 근본인 기도가 될 수 있고 개인의 가장 큰 재산인 덕을 쌓아 갈 수 있습니다”라는 중요한 진리를 직원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때론 아버지처럼 엄하게 꾸중하고 타이르는 말 속에는 직원으로서 대하는 것이 아닌 인생선배로서의 충고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윤 대표는 항상 노력하면 걸맞은 위치까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강조하는데, 직원 대기실의 작은 현판에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心性性德(심성성덕 : 심성으로 덕을 이루어라)과 弗爲胡成(불위호성 :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라고 서각으로 새긴 현판은 직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자신의 이름과 함께 새긴 것으로 직원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드러난다. 개업 초기에 자신이 가졌던 마음가짐을 직원들도 함께 공유하고, 말로하지 않더라도 직원이 함께 느끼길 바랐다. 휴게실 내부도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와 서재를 갖춰 언제든지 직원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윤 대표의 직원 사랑에 대한 세심한 노력이 들어간 결과다. 그는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소양을 쌓아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조력하고 있다. 아침 조례를 통해 그날의 일과를 보고하는 상투적인 조례가 아닌 인생의 철학을 들을 수 있고 발전의 장으로 만든 것 역시 그 일환에서다. 직원들이 가장 큰 자산이고 가족처럼 여긴다는 윤 대표에게서 직원과 함께 성장하길 원하는 진정한 오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난의 대물림이 싫어 악착같이 버텨온 시절

윤금식 대표가 전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가족 덕분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직접 장사를 해가며 학비를 보탰다. 그는 당시를 “형편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 속에서 스스로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매순간을 열심히 살았습니다”라고 회상한다. 윤 대표는 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열정을 보였다. 그리고 하루하루의 치열한 삶을 성인이 될 때까지 일기로 남겨 놓았다. 가미를 창업하고 일기장을 정리하면서 마주한 그의 젊은 시절은 하루도 쉬었던 날이 없었을 정도로 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열심히 살았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인생의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자신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을 겪은 그에게 가난이란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더불어 수많은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지탱해준 부모님의 영향이었다. 부모님의 근면함과 후덕한 인정은 그에게 더 없는 훌륭한 삶의 표본이 된 셈이다. 그의 부모님은 항상 배가 고파도 남의 배를 먼저 생각하고 나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윤 대표에게 전해줬다. 오늘날 까지 그를 지탱해주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은 이제는 대를 이어 자녀들에게도 이어지는 모양새이다. 가족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모습에서 가족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다. 그는 “아버지의 직업을 아이들이 혹여 부끄러워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라며 “기존의 술집이라는 우리 사회의 이미지 때문에 아이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에 항상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전한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그의 모습에서 깊은 자녀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가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그에게 있어 이곳은 또 다른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인식을 만회하기 위해 아버지로써 선택한 것이 전통문화를 지켜가는 일이었다. 자신의 근원에 대해 찾고, 전통의 뿌리를 알 수 있는 작품을 남기는 것을 삶의 목표로 정한 윤 대표는 “사람과 만물에는 근원이 있습니다. 근원을 알 때 본연의 본분을 다할 수 있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근원을 모른 채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에요”라고 밝혔다.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시작한 전통을 이어가는 그의 노력은 어느덧 윤 대표의 소명으로 발전한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작은 행동이 사회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음을 만족으로 여기고 잊혀 가는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통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 창출

윤금식 대표는 요정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잊혀 가는 문화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등 열성을 보인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최종 목표는 세대를 초월해서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전통카페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커피문화를 우리의 전통문화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카페를 만드는 것을 꿈꾸는데,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우리 것에 대한 위대함과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함에서다.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짐에 따라 종로거리는 근대골목투어의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 가미는 내외국인이 한국의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손꼽힌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전통카페의 개업도 가미의 연장선에 있는 윤 대표의 야심찬 계획이다. 전통을 계승하기 위한 그의 의지를 알고 있는 현대 외식산업의 선구자라 자칭하는 이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콘셉트라 정말 의미가 좋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나아가 한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런 곳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격려했다. 윤 대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작은 도약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아리랑 모텔이다. 이곳은 방마다 12지를 상징하는 의미를 부여해 각기 다른 테마로 손님을 맞이한다. 방 하나하나에서도 그의 우리문화 창달이라는 철학이 느껴진다. ‘아리랑’이라는 이름에서도 연상되는 이곳은 전통숙박시설로 단순히 하루 자고 가는 의미가 아닌 하루를 묵더라도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표방한다. 실제로 이곳은 그저 지나칠 수 있는 문 하나에도 한국의 서화를 배치해 멋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머리맡에 놓인 작품들에도 세세한 설명을 곁들여놓는 세심함을 잊지 않았다.

행동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생각은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이에 사소한 노력 하나하나를 모아 결과적으로 큰 변화를 추구하는 윤금식 대표. 현 시대의 문화를 새롭게 써나가는 그를 통해 가미가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는 전통문화의 창(窓)이 되고 있다. 대구의 근대골목투어가 대한민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것에 걸맞게 가미를 통해 전통 요정문화가 관광객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한 부분을 알리는 명소로써 거듭날 것을 기대해 본다.

 

취재/이종철 기자 글/류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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