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국민타자 이승엽
[단독 인터뷰] 국민타자 이승엽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8.01.02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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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이슈메이커 = 취재/김갑찬 기자]


[Cover Story] 국민타자 이승엽
 


레전드가 그리는 인생 2막 홈런


우리가 사랑했던 국민타자 이승엽, ‘L36END‘라 쓰고 '레전드'라 읽는다

 

 

 

 

No.36…… 은퇴…… 그리고 이승엽

2017년 10월 3일, 이날은 2017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종전이 개최된 날이었지만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 모인 만원 관중은 경기 결과보다 오직 한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관심을 쏟았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공식 은퇴 경기가 개최된 날이기 때문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지만 이 날 모인 관중들은 물론 야구팬 모두는 그의 모습을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더 컸다. 그동안 수많은 홈런으로 야구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준 이승엽. 그는 은퇴 경기에서도 KBO 통산 466호, 467호 두 개의 홈런을 담장 밖으로 넘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전했다.

 
경기 후 진행된 공식 은퇴식에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36번이 적힌 유니폼을 구단에 반납하며 그라운드를 떠난 그는 “저는 정말 행복한 선수였으며 이 순간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공식 은퇴식 이후 2달여의 시간이 지난 2017년 12월 어느 날, 아직은 정장보다 유니폼이 더 어울리는 국민타자 이승엽은 야구선수가 아닌 인생 2막을 준비 중인 사회 초년생의 설렘을 안고 이슈메이커를 찾았다. 그가 전하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야구 스토리와 새롭게 써내려갈 인간 이승엽의 또 다른 인생 도전기를 이슈메이커가 함께하고자 한다.


Q. 은퇴 이후 현역 시절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고 이제는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은 모습도 제법 적응된 듯 보입니다.


- 최근 야구 관련 행사와 시상식, 강연 등이 이어지며 정장을 입는 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정장보다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이 더 편합니다. 공식 행사가 없는 날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평소 좋아하는 골프도 치고 현역 시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도 편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선수생활 때보다 지금이 더 바쁜 것 같네요.

 

Q. 공식 은퇴식이 얼마 전이었기에 아쉬움도 남겠지만 이제는 은퇴했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지 않을까 합니다. 은퇴 이후 이 점은 좋더라 하는 부분 있을까요?


- 며칠 전 홈구장 라커룸에서 제 짐을 모두 정리했는데 이제는 은퇴했다는 것이 실감이 나죠. 보통 이 시기가 전지 훈련을 앞두고 쉬면서 몸을 만드는 시기인데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아지며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아직 이런 일상이 낯설지만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역 시절에는 저의 행동과 이야기들이 오롯이 사적인 부분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후회도 되는 부분이죠. 저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야구할 때도 이런 편한 마음으로 생활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Q. 과거 선동렬 감독과 박찬호 선수처럼 은퇴 후 KBO 홍보위원으로서의 활동도 염두에 두고 있을까요? 만약 홍보위원으로 위촉된다면 어떠한 일을 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 사적인 자리에서 KBO 사무총장님과 나눈 이야기가 기사화되며 언론을 통해 제가 KBO 측에 홍보위원이 되고 싶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 같은 모양새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절차상, 순서상 맞지 않는 부분이기에 저 역시도 KBO 측에 양해를 구한 부분입니다. 또한 최근 정운찬 신임 총재님이 취임하셨기에 지금 시점에서는 섣부른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만약 KBO 측에서 좋은 제안을 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하겠죠. 제가 KBO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팬의 마음으로 팬들이 원하는 부분을 KBO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덧붙여 선수들과 KBO의 관계에서도 중간자적 입장으로 연결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선수 생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KBO에 도움 줄 방법이 있다면 적극 돕고 싶습니다.

 

Q. 은퇴 후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재단 활동으로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승엽 선수 역시 본인만의 재단 운영을 준비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사실 재단 설립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평소 제 성격상 누구를 만나는 것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재단 설립을 준비하며 ‘제가 이런 일을 할 예정이니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십시오’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기에 최근 제가 사람들을 만나는 주된 이유도 재단 설립 때문이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재단 설립과 관련된 일입니다. 우선 재단은 대구를 중심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제가 태어나서 자란 곳도 대구이고 일본 진출 시기를 빼면 프로 선수로서의 생활도 모두 대구에서 했기에 이곳에서 설립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재단의 정식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L36파운데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후보군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현재 큰 틀은 준비된 상황이고 세부적인 절차 등이 조율되고 마무리되면 1월 중 재단 설립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일의 연속이라 사실 두려움도 있고 걱정도 됐지만 이제는 재미도 붙었고 욕심도 나기에 재단 설립을 잘 마무리 짓고 이를 통해 그동안 팬들에게 받았던 사랑 야구로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이승엽이 전하는 영원한 라이언킹 이승엽

 

1995년 프로에 데뷔한 이승엽은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한국야구사에 그 누구보다 큰 족적을 남겼다. 일본 무대에서의 기록과 국가대표로서의 기록을 제외하고도 그는 한국프로야구 무대에서 15년간 1906년 경기에 출전해 통산 최다 홈런, 타점, 득점, 2루타 등을 기록했으며, 2003년 시즌에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한 시즌 최대 홈런(56개)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록으로도 이승엽의 야구 인생 모두를 표현하기는 부족하다. 아마도 그의 야구 인생은 ‘국민타자’라는 타이틀로 정리되지 않을까 한다. 이승엽 이전에 프로야구 대부분의 타자 최고 누적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양준혁, 한국과 일본을 오고며 야구 천재로 불렸던 이종범, 메이저리그 진출 전까지 3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 심지어 메이저리그에서 1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계약을 이끌며 그 진가를 인정받은 추신수조차도 얻지 못한 국민 타자의 타이틀. 왜 사람들은 이승엽을 국민 타자로 부를까? 그 해답을 그가 직접 전한다.


Q. 국민타자 이승엽의 프로 데뷔가 투수였다는 것을 아는 이가 많지는 않습니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혹시라도 부상이 없었다면 투수 이승엽의 성적은 어땠을까요?


- 투수로서의 이승엽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타자로서 너무나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은퇴했고 팬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죠. 만약 제가 평범한 타자였다면 투수로서 어떤 야구 인생을 살게 됐을까 생각해봤겠지만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투수 이승엽의 모습을 상상해보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투수로 남았다면 평범하게 은퇴하고 지금쯤 유소년 선수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고 있지 않을까합니다. 저에게 타자 전향은 천운과도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선수 생활 중 훌륭하신 수많은 감독님들께 가르침을 받았지만, 신인 시절 삼성라이온즈 감독이셨던 우용득 감독님이 타자 전향을 결정해주셨기에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본인이 현역 시절 쏘아 올린 수많은 홈런 가운데 인생 홈런 3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첫 번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 나온 역전 결승 홈런입니다. 올림픽 내내 부진했었는데 이 홈런 하나로 국민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덜 수 있었고 이 날 승리를 바탕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기록한 동점 홈런입니다. 당시까지 소속팀인 삼성라이온즈는 물론 저 역시도 프로무대에서 통합 우승을 이루지 못했는데 저의 홈런과 이어진 마해영 선배의 끝내기 홈런으로 첫 우승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은 2003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나온 56호 홈런입니다. 당시 56호 홈런의 달성 여부가 아시아 신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팬들과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습니다. 시즌 말미에는 제 홈런공을 잡기위한 잠자리채가 야구장을 가득 메웠고 극적으로 마지막 경기에서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Q. 야구 선수로서 가지는 본인의 최대 강점은 무엇이며, 중요한 찬스에서 타석에 섰을 때 어떤 자세로 타격에 임했을까요?


- 흔히 사람들이 저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마음이 약할 것 같다는 표현을 자주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누구보다 마음이 강한 사람입니다. 제 감정 역시도 그라운드 위에서는 상대방에게 드러내지 않고자 했으며 이 부분이 선수 시절 저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요한 순간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투수와 나 둘 중 하나는 죽는다는 마음으로 임했죠. 내가 이 순간 이 공을 치지 못한다면 2군에 가야 하고 가족을 먹여 살리지 못하며 응원해준 팬들에게 실망을 준다는 생각으로 궁지에 몰린 쥐처럼 절박하게 타석에 섰습니다.


Q.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 남길 바랐으며 본인의 선수 생활을 평가한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 과분하게도 팬들은 저를 국민타자라고 불러줬습니다. 하지만 저는 팬들에게 홈런을 치고 역전을 이끌었던 화려한 선수로 기억되기보다 최선을 다했던 선수, 꾸준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 선수 생활에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95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도 뒤따랐기 때문이죠. 더불어 팬들은 저의 은퇴를 아쉬워하지만 아쉬움이 남을 때 은퇴를 결정하고 딱 알맞은 시기에 유니폼을 벗을 수 있었던 것도 제가 잘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본인의 야구인생을 한 편의 자전적인 영화로 제작된다면 클라이막스를 장식할 순간은 어떤 장면일까요?


- 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선수생활을 보냈습니다. 우선 이 자리를 통해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은퇴 투어를 마련해준 9개 구단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든다면 그 정점의 순간은 유니폼을 벗은 공식 은퇴식 순간이 아닐까합니다. 야구 선수로서의 마지막 순간이 클라이막스가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죠. 그럼에도 이 날만큼 많은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고 저의 마지막을 응원해주기 위해 찾아와준 2만 4,000여 명의 팬들 모습 하나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2017년 10월 3일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팬들과 이슈메이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 어떤 말로도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모두 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국민타자 이승엽. 그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믿고 응원해준 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승엽이 있는 것이라며, 뼛속까지 야구인이기에 야구로 받은 사랑 야구로 돌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그라운드가 아닌 사회초년생의 자세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될 前 야구 선수 이승엽. 유니폼을 벗은 그의 모습이 아직은 낯설고 부족해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묵묵히 응원하고 지켜봐주는 팬들이 있다면 그가 그려나갈 제2의 인생도 대형 홈런으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전해주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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