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는 조상이 물려준 정신적 유산입니다”
“불화는 조상이 물려준 정신적 유산입니다”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2.08.29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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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에서 불교 미술이 문화예술로 승화되다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Buddhist art] 경암불교미술원 권영관 불화장

 

불화는 단순한 아름다움이나 형태만을 추구하는 예술이 아니라 불교적인 이념에 입각한 주제를 그리는 성스러운 예술이다. 국내 불화에 독보적인 불화장이 있어 부산을 찾아갔다. 주인공은 부산광역시지정 무형문화재 제15호 불화장 기능보유자인 경암불교미술원의 권영관 불화장으로 그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함에 있어 전통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으로 고뇌와 수행과 정성을 쏟고 있다.

 

수행하는 마음으로 정성 담아 조성하는 불화

권영관(權榮寬)씨는 불화장으로서의 전승관계(傳承關係)가 뚜렷하게 증명된다. 즉, 20세기 초반의 대불모(大佛母)이자 부산을 비롯한 경상도에 많은 불화를 남기고 있는 완호 양낙현(玩虎 梁洛現)님에게 전수받은 후 전국적으로 뛰어난 불화·불상조각 등을 제작하여 남기고 있는 불모(佛母)였던 그의 부친 권정두(權廷斗), 그리고 다시 부친에게서 전수를 받은 권영관이라는 전승계보가 확실하게 입증되고 있다.

1962년에 전통불화 제작에 입문하여 현재까지 부산에서 오로지 탱화 제작에만 줄곧 종사해 온 권영관 불화장은 1972년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주최 제3회 불교미술전람회에 후불탱화를 출품하여 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1973년 제4회 때에는 최고상을 수상하였고, 다음해인 1974년 제5회에는 대상인 특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수상 경력도 뛰어나다. 또한 최근에는 전통불화 전승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산문화대상 전통문화부문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범어사와 삼광사 등 부산의 주요 사찰뿐만 아니라 국내 및 국외 사찰에 봉안되어 있는 그의 주요 작품은 350여점에 이르고 있다. 또한 그는 전통불화 제작에 있어 불교 경전내용을 도상화 할 수 있는 기능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각종 안료와 배접 방법에서도 전통적인 제작 방법을 충실히 전승·보존할 수 있는 기능보유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은 천연 채색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색깔이 있는 돌이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최고의 석채를 구하기 위해 중국 등 외국에 가서 직접 구입하기도 한다. 좋은 재료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필요조건이라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이 명제를 인정하더라도 남들이 보기에 지나치다고 할 만큼 권 불화장이 천연채색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연채색으로 불화 한 작품을 그릴 시간이면 일반채색 불화 7~8작품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불화는 성화(聖畵)입니다. 법당에 모셔 의식을 올리면 그 자체가 부처님이지요. 그런 그림이 내구성이 없다면 그 의미가 반감되지 않겠습니까. 천연채색으로 불화를 그리는 것은 그래서 타당한 것입니다.”

 

 

불화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경암불교미술원’은 경부선 철길 동쪽 북부자동차학원의 뒤 언덕배기에 돌담으로 집을 짓고 그 한쪽을 2층으로 달아내 불화조성실로 쓰고 있었다. 허리를 펴면 낙동강이 훤히 보이는 2층 30여 평의 작업실에는 불화초(佛畵草·불화를 그리기 위해 붓으로 그린 밑그림)를 배접하여 광목까지 붙여 작업 중인 불화3점이 방 가득 펼쳐져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팔 어깨도 아파서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어질 고된 작업을 수행, 정진하는 마음으로 벌써 50여 년 계속해 오고 있는 권 불화장의 모습이 성스럽게 느껴진다. 부친과 숙부들 밑에서 엄격한 도제교육을 받은 권 불화장은 제대로 된 불화 한축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수 천 수 만 번의 기초연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에 불화 원본을 대고 시왕초(백묘화) 천 장을 그린 뒤 다시 보살초 천 장, 이어 천왕초 천 장을 그려야만 비로소 불화에 손을 댈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으로 간주된다. 최소 3000장 정도의 습작이 있어야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권 불화장은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완성했지만 언제나 작품 하나하나에 부처님의 정신을 담고자 노력한다고 전했다. 많은 불자들이 그의 불화를 선호하는 이유도 그가 가진 곧은 정신과 노력이 작품에 묻어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라 확신한다.

한편 그는 후학 양성에도 열심이다. 틈틈이 제자들을 가르치는 한편 서울의 동방불교대학에서 전통불화를 강의하고 있다. 힘들게 해온 작업이지만 평생 한 것이니만큼 졸업생 가운데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 불모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앞으로도 실력 있는 제자들을 더 양성하여 불화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애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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