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의 하모니를 이끄는 백발의 거장
[단독]한국의 하모니를 이끄는 백발의 거장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2.08.29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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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합창단 활성화를 통해 합창의 발전을 가져올 것”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Global Maestro] 인천시립합창단 윤학원

감독

 

한국합창의 대부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합창의 아름다움을 국민들에게 알려준 윤학원 감독. 그는 합창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음정과 박자가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듯이 삶도 그런 과정이라고 말한다. 합창에서 인생을 배우고 인생을 말하는 세계 속의 한국인 윤 감독을 만나 합창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2009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열린 미국지휘자협회 컨벤션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한국의 합창을 세계에 알린 인천시립합창단. 한국적인 공연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항상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고 있는 윤학원 감독은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합창에도 조화와 하모니가 중요하듯이 삶에도 하모니가 필요하다는 그를 통해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조화를 이루는 삶이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었다.

 

 

목소리가 만드는 아름다운 하모니, 합창을 말하다

 

 

합창을 빼고는 감독님을 말할 수 없습니다. 합창에 발을 들이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중학교 시절에 처음 접하게 된 교회 성가대의 모습을 보고 합창이 정말 멋지다고 느꼈어요. 그렇지만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죠. 합창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성가대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성가대 활동은 합창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던 계기가 됐던 거죠. 본격적으로 시작했더니 끝없는 매력에 더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 진학해서도 합창의 끈을 놓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 기독학생연합회의 지휘를 맡게 되면서 내가 가진 지휘자로서의 능력을 발견하게 됐던 거죠. 마치 다른 세계를 만난 것처럼 지휘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더군요. 그 이후로 본격적인 지휘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판소리나 창의 요소가 가미된 한국적 공연으로 세계에서 많은 찬사를 받고 계신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10여 년 전만해도 한국의 합창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물론 한 두 팀은 주목을 받고 있던 팀들이 있었습니다만 합창에 있어서 한국은 변방이었죠. 2009년에 인천시립합창단이 오클라호마에서 세계 4대 합창단으로 초청받아 공연하게 됐는데, 그 공연이 세계의 지휘자들에게는 충격이었나 봅니다. 너무 잘했거든요.(웃음) 우리만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무대를 꾸몄기 때문에 한국의 합창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이후부터 해외의 합창단이 인천시립합창단으로 배우러 올 정도로 한국의 합창이 세계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매년 외국의 지휘자들이 우리가 연습하는 것을 견학을 하고, 70여 명의 대학교 합창단이 저에게 클리닉을 받고 돌아갈 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공연은 많은 퍼포먼스가 무대를 채우고 있는데요. 퍼포먼스에 중점은 두는게 있으십니까?

“선명회(현 월드비전 선명회 합창단)를 맡으면서 제일먼저 생각했던 것이 있어요. 당시 TV에 나오는 분들이 전부 움직이면서 노래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합창은 서서노래하고 저 사람들은 움직이면서 노래하면 합창을 누가 보러 올까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그래서 합창단이 될 수 있다면 노래하면서 움직이는 걸 시도했죠.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지금까지 발전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뮤지컬 적으로 해보기도 하고 매 세션마다 다른 퍼포먼스를 삽입해서 우리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TV를 보다 우리 공연이 더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TV와의 경쟁을 하느라 더 많이 공부하고 연습하는 수밖에 없지만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에 감동해주시는 관객들을 보면 피로감이 싹없어집니다.”

 

 

 

 

 

한국적 공연을 선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대우합창단을 지휘하고 있으면서 유럽 순회공연을 갔어요. 1987년도에 뮌헨공연을 앞두고 친한 독일 지휘자에게 물었죠. ‘뮌헨은 대도시이고 비평가들이 많은 도시인데 그곳에서 바흐를 공연하려고 한다. 너희나라 노래인데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더니 한참 있다가 대답을 해주더라고요. 그 지휘자로 부터 ‘너희 합창단은 음정도 좋고, 박자도 좋고, 소리도 좋은데 그 안에 영혼이 없다’란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외국 사람들이 판소리를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 아니겠어요? 그렇게 생각이 되니까 내가 바흐를 죽어라 해도 독일 사람들을 능가하는 것은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천시립합창단을 맡으면서 한국적 공연을 만들기 위해 몰두하게 됐죠.”

 

 

한국적 합창은 새로운 도전이었을 텐데, 준비하시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듯 합니다.

“처음에는 전임 작곡가와 함께 논의를 하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한국적인 것을 하고 싶었지만 세계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요. 더불어 현대적이어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예를 들어 우리의 판소리도 좋지만 그대로 세계무대에 서면 코드가 맞지 않아 호응을 얻어낼 수 없잖아요. 현대화를 통해 세계에서도 공감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데 주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클라호마에서 첫 연주부터 기립박수가 나오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감독님을 이어 아들, 손자 모두 지휘의 길을 걷고 있는데, 지휘가 운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들 같은 경우는 저보다 지휘공부도 많이 했고, 외국에서 8년을 지휘공부를 하고 돌아와서 서울에서 많은 경험을 한 훌륭한 지휘자입니다. 지금은 창원시립합창단에서 지휘를 하면서 한세대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데 한세대에 합창지휘전공이 30명을 넘을 만큼 인재가 많이 있어요. 아들이 지휘자로써 아주 능력이 있는 지휘자로 발전한 거죠. 한번은 창원시립합창단과 인천시립합창단이 경합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춤추면 우리도 춤추고 뮤지컬하면 우리도 뮤지컬을 하고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우리가 조금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모르겠어요. 아마 이기기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요즘은 경합하자는 말을 안 하고 있어요. 요즘은 손자도 지휘를 하겠다고 해서 조언을 많이 해주고 있죠. ‘지휘는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 대하는 일이다’라고 항상 말해주고 있어요. 지금은 피아노를 열심히 배우고 화성과 작곡을 공부하면서 기초를 쌓고 있죠.”

 

 

 

 

 

어린 천사들과의 인연을 인천시립합창단으로

 

 

선명회와의 인연은 감독님이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는데요. 선명회는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선명회를 맡기 전 동네아이들에게 과자나 아이스크림 사줘가며 불러 모아 우리 집에서 합창을 가르쳤던 것이 시작인데요. 아이들의 합창 실력이이 부쩍 늘어 인천 신신예식장에서 연주회를 했는데 반응이 놀라웠어요. 거기에 계셨던 문화원장님이 문화원합창단으로 하고 싶다는 제의에 문화원합창단이 되고, 많은 매체에 문화원 소속으로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어린이 합창단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선명회 합창단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 흔쾌히 수락하게 됐습니다. 선명회 합창단을 맡으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합창단을 시도해 볼 수 있었고, 영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로 공연을 가게 됐죠.”

 

 

1995년 인천시립합창단이 많은 불화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는데, 감독 제의를 받고 많이 부담이 됐을 것 같습니다.

“대우합창단을 하다가 5년 만에 해산했어요. 그래서 프로합창단을 다시는 안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인천시립합창단이 좋지 않은 일로 합창단이 해체됐는데 6개월 뒤에 단장님과 과장님이 저를 찾아오셔서 저에게 부탁하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한사코 거절을 했지만 인천이 제 고향이나 마찬가지고 자란 곳이니까 내 인생의 마지막을 여기서 마쳐야겠다는 생각에 수락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중앙대 교수로 있었는데 학교에 안식년을 제출하고 6개월 동안 매일같이 와서 합창단원들의 훈련과 합창단의 소리를 만드는데 주력했죠. 개인 레슨을 통해서 합창단이 한시라도 빨리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세계적 합창단의 평가를 받는 인천합창단의 향후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적인 것, 세계적인 것, 현대화한 것이라는 것을 모토로 새로운 작품을 매년 만들어가고 있어요. 올해 10월 15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주 현대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전임 작곡가인 우효원씨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예술의 전당에서 작품을 접하실 수 있어요. 지금도 외국에서도 많은 연주제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잠시 보류하고 있습니다. 문화회관에 합창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연극단이 함께 있기 때문에 합창단만 재정을 더 많이 달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시에서 허락을 해주시면 많은 공연을 다닐 계획을 가지고 있죠.”

 

 

한국 합창의 대들보, 아마추어 합창의 발전이 우선돼야

 

한국 아마추어 합창은 외국과 달리 크게 활성화 되어있지 않는데요. 원인에 대해 생각하신 바가 있다면?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프로가 많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생기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서 프로가 많거든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가 입시위주의 교육이기 때문에 공부하라고 합창을 하지 못하게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의 합창단들이 없어지고, 반 대항 경연대회가 1년에 한번은 있었는데 다 없어졌죠. 입시위주의 교육이 이뤄졌기 때문에 미술, 음악, 체육은 상대적으로 등한시 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합창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라는 연대감이 형성돼서 왕따나 학교폭력이 줄어들게 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마추어 합창의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신다고 알고있습니다. 감독님이 추진하는 핵심과제는 무엇인가요?

“남자의 자격 합창이 나오고 나서 각 지역에서 합창단을 만들고 있어요. 합창의 발전을 위해 먼저 사회가 조성이 되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 아마추어 합창단이 많이 생겨야 됩니다. 인천에 동 단위 합창단을 만들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죠. 지금은 8개를 만들었는데 합창 동아리를 동마다 만들어서 지휘자는 저희 단원들로 해서 9월 26일 인천 예술문화회관에서 연주회를 할 예정입니다. 한 동에 2곡씩 연주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합창이 참 재미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느끼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린이 합창단을 CTS와 연계해서 소년소녀합창단 30개를 만들었는데 활성화되면 점점 더 커져서 100개나 200개로 발전하지 않겠어요? 어렸을 때 합창을 하게 되면 그 아이들이 커서도 합창을 할 수 있으니까 인프라를 조성하는데 주력하고 있죠.”

 

 

국민의 멘토로써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실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것도 좋지만 한 가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초등학교 1학년서부터 ‘나는 음악이다’ 정하고, 대학교 3학년 때 ‘나는 지휘다’ 마음먹고 노력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하나를 꾸준히 노력하면 다른 사람보다 앞서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한 가지를 열심히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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