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과 정치보복 사이 벌어진 공방전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사이 벌어진 공방전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7.11.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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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사이 벌어진 공방전

개혁 주장하는 여당과 감정풀이로 해석하는 야당

 

 

 

11월 14일,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놓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보수 야당은 공정성을 상실한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고, 여당은 적폐청산 수사를 철저히 하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두고, 일부 야당에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1월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적폐청산에 정치보복으로 맞선 MB


지난 11월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과 야당 의원들의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군 정치개입 의혹을 둘러싼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등 적폐청산 수사를 철저히 하라고 촉구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요구는 소환 조사하라는 겁니다. 이렇게 적폐청산 수사를 그냥 엿가락 늘어지듯이 칙칙 늘어지는 게 아니고”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거론하며 무리한 수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상식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더 교활하고, 조직적이고, 그러한 적폐청산을 빙자한 저는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이번 수사는 정치보복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확고히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고, 청와대에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적폐청산에 힘써왔다. 적폐청산 수사 과정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되고, 김태효 전 청와대 비서관이 출국 금지당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시행하는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11월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면서 “감정 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것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중차대한 시기에 외교·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작심하고 정면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11월 13일과 14일에도 잇따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연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검찰 수사가 턱밑까지 다다른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망나니 칼춤에 비유된 정치보복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생각에 혈안이 된 정부와 여당이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는 작태를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대표는 11월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나라의 미래를 열어 달라는 국민적 열망은 뒤로한 채 ‘완장부대’가 나서서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고 있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특히 검찰과 국정원을 향해 “망나니 칼춤에 동원되는 기관이라면 정권의 충견에 불과하고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홍 대표는 “보수 우파의 적통을 이어받은 본당으로서 건국시대의 상징인 이승만, 조국 극대화의 상징인 박정희, 민주화 시대의 상징인 김영삼, 세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에 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MBC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처리한 데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권력이 공론장을 훼손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공론장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이고, 언론은 공론장을 지탱하는 핵심적 기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MBC 사장은 정권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공영방송을 권력의 입맛에 맞게 재편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언론 적폐 청산이라는 정권의 선동적 구호 아래 YTN과 MBC에 이어 KBS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며 “권력이 언론을 길들이고, 길들여진 언론이 공론장에 침투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11월 15일 신동욱은 자신의 트위터에 “靑 상납 의혹, 이병기 前 국정원장 구속영장 청구, 노무현 김대중 국정원 구린내 진동하는 꼴이고 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보수 정권 국정원 마녀사냥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 적폐청산이라 쓰고 국정원 인적청산이라 읽는 꼴이고 국정원 복수극 꼴이다. 노무현, 김대중 국정원 특수 활동비도 공개하라”고 덧붙였다.

 

적폐청산에 정치적 의도와 목표 없다


청와대는 적폐청산과 관련, “특정한 정치적 의도·목적·목표를 갖고 행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고 그것이 국민적 합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에 대해 또다시 언급한다면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그에 대해 일일이 (언급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개인을 목표로 두고 처벌하기 위한 것보다는 우리 사회가 안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라는, 새 정부에 내려진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뿐만 아니라 어느 정부든 우리에게 구조적 모순이 있다면 해결하는 게 당연히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현 정부의 적폐청산 행보는 정치보복이다’는 발언에 대해 “속담으로 말하자면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발언 속에 보면 자신이 대통령 재임 시절에 했던 경험에서 나오는 것들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적폐는 감정풀이다’는 발언은 본인이 광우병 집회에 감정풀이를 했고, ‘정치보복에 불과하다’라는 말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미 본인이 정치보복을 했다”며 “‘또 국론분열만 야기한다’는 것은 댓글로 이미 국론을 분열을 시켰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의원은 “(MB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들을 너무 많이 했다”며 “예를 들면 청와대 내 민정수석실에서 민간인 사찰을 해 놓고 그 민간인 사찰한 자료를 다 없애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적폐 청산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을 ‘공범들’로 규정하고, 친일 독재 부패 세력은 꼭 한 번 작살내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후방에서 지원 사격을 가했다. 이재명 시장은 ‘김포정치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적폐 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세력은 공범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시장은 “현재나 과거의 이 불합리한 구조로 부당하게 작은 노력을 하고 큰 이익을 챙기는 집단들이 있다. 이제 소수 기득권 세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걸 바꾸려면 그들이 저항하지 않겠나? (그간 불법으로 그러모은 것을) 뺏겨야 되니까. 그거를 뺏지 않고는 뺏어서 공정하게 만들지 않고는 사실 비전이 없는 것이다”라며 “희망이 없는 건데. 엄청난 저항이 기다리겠다. 적폐 청산은 오히려 쉽다. 성역 없이 조사하고 책임을 물으면 되는 건데 기존의 기득권 구조를 바꿔서 공정한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엄청난 저항이 있을 거다. 그거는 의지와 국민의 힘으로 합리적으로 권력을 통해 할 수밖에 없는데 그거는 보장돼 있지 않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촛불을 들고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이 권력을 이용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일에 더 신경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개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많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하고 안타깝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적폐청산 필요하지만 정치 도구가 돼서는 안 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의견이 상반된 가운데 국민의당은 현 정부의 적폐 청산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정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고수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당 대표는 “(과거 정권의) 잘못된 부분이나 법을 어긴 부분이 나왔으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 원칙”이라며 “거듭 말하지만 법을 어긴 사람들에 대해서는 수사하고 재판에 넘겨서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해야 하며 동시에 제도적으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MBC 사장을 해임한 것을 예로 들었다. 안 대표는 “MBC 사장을 자르고 하는 것들은 (불가피하다면) 다 좋다”며 “그런데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새 사장을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 일을 안 하면 지난 정부들과 같은 적폐”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김 사장 해임 이후로 미뤘다고 꼬집은 것이다. 

 
또 안 대표는 “국회에서 사법부 영역까지도 정치 공세 하는 누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적폐 청산에 대해 지속적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의 기로에서 갑론을박이 벌여지고 있다. 적폐청산은 최순실 사건 후 국민이 갖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만큼 국민은 적폐청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80%에 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정치보복이라 주장하는 야당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적폐청산에 단 한 건의 감정이 들어간다면, 현 정부의 의도와 벗어난 해석이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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