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1회 지석상 거머쥐다
태국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1회 지석상 거머쥐다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7.11.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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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로 불교 윤회사상 표현해 극찬 받아
[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태국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1회 지석상 거머쥐다 

 


동성애로 불교 윤회사상 표현해 극찬 받아

 

 

▲ⓒ 김도윤 기자

 

지난 10월 12일부터 20일까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됐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故 김지석 씨의 업적을 기르기 위해 지석상이 신설됐고, 영화평론가인 토니 레인즈과 달리 파켓, 가린 누그로호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쟁쟁한 10편의 지석상 후보작 중 2편만이 선정됐는데, 그중 한 편이 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의 작품 <마릴라 : 이별의 꽃>이었다.


 

감독의 개인사 담긴 <마릴라: 이별의 꽃>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석상 심사위원들은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의 영화는 바이스리꽃(bai-sri flowers)을 통해 우리의 삶과 감정의 덧없음을 빗대어 표현했다. 불교적인 관점을 통해 '무상'이라는 주제를 표현했다. 정교한 영화 언어를 보여준 <마릴라: 이별의 꽃>은 지석상 수상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모든 것들은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이 훌륭한 영화가 지금 이곳의 관객들에게 남긴 인상은 매우 클 것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씨네21에 따르면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은 태국에서 가장 큰 비디오 제작사 ‘G모티브 제작사’에 창업자라고 한다. 감독은 대학 때부터 LGVT(동성애커뮤니케이션 혹은 동성애)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그의 첫 장편영화는 로맨틱 호러물 ‘더 블루 아워(2015)’이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인 마릴라는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두 작품 모두 LGVT를 소재로 한 영화다. 실제 트랜스젠더이기도 한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은 이슈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마릴라: 이별의 꽃>에는 제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에 따르면 LGVT에서 만난 사람들은 가족, 친구 그 이상의 유대감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 감독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스님 생활하며 사망한 사람들을 위해 제사를 치렀다. 그때 매우 친한 친구가 암으로 사망했고, 그가 직접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그는 “당시 느낀 감정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었다”고 회상했고, “영화를 제작하면서 그때의 상처를 치유 받기보다는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함축적으로 표현


<마릴라: 이별의 꽃>는 과거 연인이었던 쉐인과 피치의 재회로 시작한다. 이별했던 동안에 쉐인은 뱀에게 물린 딸을 저세상으로 보냈고, 피치는 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쉐인과 피치는 바이스리꽃을 만들고, 쉐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피치는 숨을 거둔다. 이후 스님이 된 쉐인은 다른 스님과 수행길에 오른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영화 초반에는 쉐인과 피치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피치가 죽고 나서는 불교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했다. 특히,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은 영화 초반에 등장한 바이스리꽃으로 생명을 나타냈다면, 후반부에 등장하는 소품을 통해 죽음과 윤회를 형상해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표현했다.  


  평소 태국 꽃꽂이에 많은 관심을 가진 감독은 피치가 만든 바이스리꽃을 통해 생명의 탄생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감독은 피치 캐스팅 당시 꽃을 만지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웠던 배우를 캐스팅했다. 쉐인 역할은 애초 영화를 제작할 당시부터 한 배우를 염두에 뒀지만 태국 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배우였기에 큰 기대를 안 했다고. 그러나 감독의 예상과 달리 쉐인 역할을 맡은 배우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고 한다.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마릴라를 보고 운 한국 남성들을 여러 봤다”며, “한국에서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줘 놀라웠다”고 전했다. 감독은 “관객들이 마릴라를 동성애물로만 봐라보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야기로 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한국과 달리 태국은 동성애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이는 문화적으로만 수용한 상황이라고 한다. 태국도 동성애를 법적으로 보호하진 않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향후에는 정치적이고 사회적 이슈가 담긴 LGVT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전했다.


  영화 이후 쉐인은 더욱 한발 나아가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전한 감독은 삶에 대해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성애라는 매개물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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