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Ⅰ]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정치와 색
[色Ⅰ]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정치와 색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7.11.03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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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정치와 색 

 


이미지 쇄신과 변화의 도구로 발전

 

 

▲ ⓒPixabay

 

 

철학가이자 색채 연구가이기도 했던 괴테는 “색채를 과학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어린아이가 악보 없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했다. 이처럼 인간이 시각적으로 판단하는 인상 중 80%가 색채에 의한 것이다. 이는 유권자의 표를 얻어야 하는 정당과 정치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색은 강력한 시각적 자극과 심리적 연상 작용을 거쳐 이미지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사회 지배한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

1950년대 초 미국은 ‘매카시즘(McCarthyism)’으로 불리는 극단적 반공주의로 큰 홍역을 앓아야 했다. 이는 공화당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공산당원의 명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작되었다. 당시 공산주의 확산을 두려워하는 미국 사회 분위기를 이용해 정치적 반대파를 무분별하고 근거 없이 비난하도록 선동한 것으로, 이로 인해 미국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해야 했다.


  미국에서 매카시즘은 오래전에 사장됐지만 우리나라의 ‘색깔론’은 그 뒤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공산주의자를 비하하며 속되게 표현하는 ‘빨갱이’, ‘종북’이라는 말은 반대 세력에 대한 가장 확실한 억압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정치권에서는 1963년 5대 대선에서 윤보선 후보가 박정희 후보의 여순반란사건 연루를 문제삼으며 색깔론이 본격화 된다. 1970년에는 상황이 바뀌어 김대중 신민당 대통령 후보가 박정희 후보의 공화당에 의해 친북적 공약을 비판했고, 이후 DJ는 끊임없이 이념 시비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에도 국내 주요 선거 시기에 이념 문제는 단골 소재였고, 이로 인한 민심 향배가 당락을 좌우하기도 했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세계적으로 ‘레드 콤플렉스’가 사라졌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강성한 것은 전쟁의 기억과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존재 때문이다”며 “색깔론은 자유주의를 지키는 역할도 하지만 대체로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을 방해한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념 대신 진정한 의미의 색깔 정치 시작

안보 위협은 여전하지만 우리나라와 북한의 체제대결이 사실상 종식되며 최근 색깔론은 점차 희석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색(色)을 활용한 정치 시대가 개막하면서 각 정당은 ‘상징색’을 통해 대중들에게 ‘정당 정체성(Party Identity)’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주요 정당들은 선거를 앞두고 당이 위기에 봉착하거나 정계개편을 꾀할 때 정당명을 바꾸거나 정당 색과 로고에 변화를 준다.


  색깔 정치의 원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1988년 총선에서 ‘인내’와 ‘희망’의 상징이 담긴 노란 스카프와 목도리를 두르고 자신에게 씌워진 ‘빨간 딱지’를 지우며 승리를 거두었다. 이후 노란색은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색깔로 분류되었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노란 스카프와 노란 풍선, 그리고 노란 깃발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한 디자인회사의 대표는 “2002년 대선 때 노사모가 불러온 노랑 물결은 한국정치에 ‘컬러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만개하는 신호탄이 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색깔을 이용한 정치는 이미 보편화되었다. 각종 선거철이 되면 출마할 각 후보들과 선거운동원들은 소속된 정당의 고유 색깔로 치장을 하고 유세를 펼치며 홍보하고 있고, 특정 색깔의 넥타이나 의상을 통해 정치인의 숨은 의도를 분석하기도 한다.


 

상징색 변화에 희비 엇갈리기도

현재 한국의 주요정당들은 ‘색깔’을 통해 울고 웃고 있다. 노랑과 녹색을 오가던 더불어민주당은 2012년을 기점으로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이 선택하던 파란색으로 변색하며 진보정당에게 가해지던 색깔 공세를 차단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박 평론가는 “과거 보수정당이 사용하던 색을 과감히 가져옴으로서 외연을 확산하는 원동력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18대 대선을 앞두고 파란색이라는 상징 대신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담은 빨간색을 덧칠했다. 유럽의 진보 정당이 주로 활용한 빨강색을 당색으로 정했던 당시 새누리당의 선택은 상당히 파격적인 선택이었는데, 오랫동안 금기로 여기던 색을 수용함으로써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녹색’을 사용하는 국민의 당을 비롯해 ‘하늘색’의 바른정당과 ‘노란색’의 정의당 모두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맞는 색깔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와 같이 보수와 진보정당의 색깔을 통한 변화 추구는 극적인 표심 변화를 가져오며 색이 드러내는 정당 정체성이 강력한 영향력을 낳는다는 것을 알려줬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색깔을 자꾸 바꾸면서 아전인수식 해석이 난무하는 것보다는 실속 있는 정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복대 시각디자인과 성기혁 교수는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정당이 상징색을 바꿔치기할 만큼 정책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탓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미지 정치’의 시대, 색깔 속에 담긴 심오한 의미와 철학만큼이나 내실이 뒷받침 된 선진화 된 정치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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