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치 양강구도 깨다
스페인 정치 양강구도 깨다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7.11.0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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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동지훈 기자]

 

스페인 정치 양강구도 깨다

​국민의 바람 담은 포데모스, 밑으로부터의 개혁 단행


 

▲ⓒPodemos

 

 

2014년 1월 16일 스페인 정치학자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가 창당한 ‘Podemos(이하 포데모스)’는 이듬해 치러진 스페인 총선거에서 2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스페인 제 3당으로 올라섰다. 좌익 노선을 추구하며 모든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포데모스는 우익 정당인 PP(이하 국민당)와 좌익 정당인 PSOE(사회주의노동당, 이하 사회당)가 이끌어온 스페인 정치 양강구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양대 거대 정당 사이에서 발아한 대안정당

1975년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 사망 이후 스페인 정치를 이끄는 운전대는 국민당과 사회당이 번갈아 쥐었다. 각각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이 정권을 잠식하는 동안 스페인 국내 정치 지형은 시소를 타는 듯 했다. 경제 정책은 주변 강대국 상황과 국제 정세에 따라 달라졌다. 특히 유로존 가입 이후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경제난을 겪은 스페인은 지금까지도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을 겪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면서 ‘88만원 세대’와 비교할 수 있는 ‘Mileurista(1,000 유로로 한 달을 사는 청년 세대를 일컫는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1년 스페인 정부가 긴축재정안을 발표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15M 운동을 주도했다. 청년실업 해결과 시민 정치 참여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를 기점으로 이내 전국적인 정치 개혁 운동으로 확대됐다. 

 
전국적 시민운동 이후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 요구가 거세지던 2014년, 15M 운동을 이끈 정치학자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가진 자들을 위한 정부에 반대한다”며 “대안 정당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포데모스를 창당했다. 포데모스는 창당 초기 조직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만 4개월 만에 치른 유럽의회 선거에서 7.9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듬해 스페인 총선거에서는 69석을 차지하면서 국민당과 사회당에 이어 제 3당 자리로 올라섰다. 포데모스가 신생 정당인 점과 당내 유력한 정치권 인사도 없이 선거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어느 조직보다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Wikimedia Commons

 

 

밑으로부터의 개혁으로 탄생한 진화의 산물

정치개혁의 깃발을 나부끼면서 출범한지 3년이 지난 2017년 포데모스는 당원 약 42만 명으로, 국민당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정당으로 성장했다. 반면, 좌익노선을 추구하면서 스페인의 대표적 진보 정당으로 군림했던 사회당은 약 19만 명의 당원을 보유하며 포데모스에게 자리를 내줬다.
 

첫 지방선거에서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지에 시장을 배출하는 등 단기간에 주요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포데모스의 성장은 몸집 불리기만으로 볼 수 없다. 이데올로기에 갇히길 거부하면서 스스로 ‘아래’를 대표한다고 선언한 포데모스는 올 2월 전당대회 격인 시민의회에서도 ‘밑으로부터의 개혁’을 단행했다. 이번 2차 시민의회에서 당 대표로 볼 수 있는 사무총장 선거를 실시했는데, 포데모스는 비(非) 당원 선거인단을 포함시키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한 것이다. 스페인은 물론 세계 어느 정당에서도 볼 수 없던 장면에 포데모스 관계자는 “이런 부분이 포데모스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라며 “당원이 아닌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대표와 후보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포데모스는 정당보다는 시민운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포데모스는 창당 이후 지속적으로 여러 시민 단체들과의 연대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관계자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난 30여 년 동안 지속됐던 스페인의 양당 정치 구도를 깨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스페인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의 정치 조직은 지금까지 고유의 이념을 내세우면서 하향식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했다. 반면, 포데모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당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포데모스는 보수와 진보의 틀에서 존재하기를 거부하며 기존 정당의 생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포데모스는 진화의 산물이다”라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의 말대로 포데모스는 메마른 땅위에 진화를 뿌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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