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변화의 선두에 선 30대 지도자들
정치 변화의 선두에 선 30대 지도자들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7.11.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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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Cover Story 유럽 젊은 지도자 바람
 

정치 변화의 선두에 선 30대 지도자들

한국, 젊은 정치 기반 없인 젊은 지도자 탄생 어렵다​

 

 

 

 

 

유럽이 또다시 30대 젊은 지도자를 선택했다. 지난 10월 15일(현지시각) 진행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1986년생, 만 31세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당수가 총리로 당선됐다. 이로써 유럽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39) 프랑스 대통령과 샤를 미셸(41·취임 당시 38세) 벨기에 총리,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39·취임 당시 38세) 우크라이나 총리, 위리 라타스(39·취임 당시 38세) 에스토니아 총리, 리오 버라드커(38) 아일랜드 총리, 그리고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당선자(31) 등 총 6명의 젊은 지도자가 국가를 이끌게 됐다. 전문가들은 유럽에 ‘30대 젊은 정치’ 바람이 불게 된 이유로 기존 정치권을 향한 염증이 커지고, 변화를 향한 열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다시 탄생한 유럽 30대 젊은 지도자


유럽의 ‘30대 젊은 정치’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10월 15일(현지시각) 진행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1986년생, 만 31세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당수가 승리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보다도 어리다. 

 
오스트리아 통신사 APA에 따르면 이날 183석의 오스트리아 국민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 결과, 중도우파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당이 31.4%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국민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준비 중인 자유당은 27.4%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당이 자유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합의하면 ‘위즈키드’(젊은 귀재), ‘원더보이’ 등으로 불리는 쿠르츠 당수(현 외무장관)는 차기 총리에 오르게 된다. 그는 이날 승리가 확실시되자 “많은 분이 우리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면서 “이제 새로운 정치를 만들 시간으로, 겸허히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쿠르츠 당수는 지중해 난민 루트 폐쇄, 난민 복지 축소 등 극우 정당이 내세워 왔던 반난민 정책 일부를 수용하면서 극우 자유당으로 옮겨 갔던 중도우파 유권자들을 돌려세웠다. 특히 오스트리아 거주 5년 이하인 난민에 대해서는 모든 지원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하며, 많은 지지자를 보유할 수 있었다. 쿠르츠 당수가 취임할 경우 유럽연합(EU) 회원 28개국 수반의 평균연령은 52세가 돼 40대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9년 전 평균연령은 55세였다.

 
유럽에서 30대 젊은 지도자 탄생은 이미 흔한 일이 됐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쿠르츠 당수에 앞서 지난 5월 만 39세로 취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848년 40세로 권력을 잡은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가지고 있던 최연소 대통령 기록을 깼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2014년 당시 38세에 총리가 됐다. 미셸 총리는 벨기에가 1830년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이후 배출한 가장 어린 지도자다. 지난해에는 위리 라타스 에스토니아 총리와 블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우크라이나 총리가 38세의 나이로 나란히 총리에 올랐다. 2015년 폴란드 대선에서 승리한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은 취임 당시 43세로 폴란드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었다.

 

‘늙은 유럽’ 이끄는 젊은 리더


유럽의 젊은 지도자들은 신흥 정치세력을 이끌며, 정치 변화에 선두에 서고 있다. 오스트리아 쿠르츠 당수는 지난 5월 국민당 대표로 취임한 뒤 3위에 머물던 당 지지율을 순식간에 1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중도우파인 국민당의 안정적 이미지로 대중에 만연한 반이민 정서까지 끌어들여 보수·극우 표를 함께 묶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신생정당 앙마르슈를 이끌고 총선에 승리하기도 했다.

 
젊은 지도자들은 이미지 정치에도 능숙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7월 일부러 유서 깊은 파리 베르사유궁에서 상·하원을 소집해 국정 연설을 하면서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했다. 쿠르츠 오스트리아 당수 역시 24세였던 2010년 시 의회 선거에서 당의 상징색인 검정 험비 차량에 올라 ‘검정은 당신을 멋지게 만든다’는 구호로 중앙 정계에 이름을 알렸다. 미셸 벨기에 총리는 2014년 활동가들로부터 마요네즈를 맞는 수모를 당하고도 “마요네즈 냄새가 날지 모른다”는 유머로 능숙하게 받아넘기는 등 침착한 대응으로 박수를 받았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 역시 인도계 이민자인 약점을 오히려 ‘참신한 인물’임을 강조하는 데 적극 활용했다.

 
사실 유럽은 젊은이보다 노인이 많은 사회로 가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유럽 28개국의 국민의 평균 연령은 2001년 38.3세에서 2016년 42.6세로 11% 이상 늘었다. 노인이 많아지고 있는 유럽에서 젊은 지도자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유럽에 젊은 지도자 바람이 부는 이유는 기존 정치권을 향한 염증이 커지고 변화를 향한 열망이 확산되면서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젊은 지도자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기성 정당들은 금융위기 이후 변화 요구가 커지자 ‘리더 정치인’들의 연령을 낮춰 대응했다”면서 “단순히 정치혐오에 따른 현상이기보다는 젊은 세대가 정치에 적극 참여한 데 부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년 지도자 탄생보다 청년 정치 기반 다지는 일이 먼저


한국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사회에 돌입했다. 젊은이보다 노인이 많은 사회로의 돌입은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한국의 청년 지도자 탄생도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한국에서의 청년 지도자 탄생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아직 한국에서는 청년 정치의 기반이 잡히지 않아서라고 입을 모았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김푸른 청년위원장은 “거대정당에서 등장하는 청년 의원들은 그 정당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선거철만 되면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지만, 그 인물이 당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라며 “스웨덴의 경우 32살에 교육부 장관이 된 사례가 있는데, 그 인물의 경우 11살에 입당을 해서 그 정당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리고 19살에 국회의원이 됐고, 32살에 장관이 됐다. 무조건 나이로만 청년인 것이 아니라, 어떤 청년이 어떤 삶의 비전을 가지고 어떤 정치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은 이런 사례가 없기 때문에 청년 지도자 탄생은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청년정당 우리미래 이성윤 대표는 “지난 2014년 OECD 국가들의 만 40세 미만 의원 비율은 평균 19%였다. 그런데 지난 19대 국회에 우리나라의 40세 미만 의원은 민주당 김광진, 장하나 의원 정도 있었을 뿐이다. 19대에 2030 의원은 9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대는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1명 있었다. 과거에도 가능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20대가 의회에 진출하는 게 더 어려워진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청년참여연대 김현우 정치분과장은 “한국에서는 청년들이 기득권 정당에 들어가게 되면기존에 가지고 있던 의식들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거대정당과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만의 색깔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 점은 한국 정치가 가진 문제점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유럽에 젊은 지도자 바람이 불면서 젊은 지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역시 지난 장미 대선 전 촛불 집회에서 많은 청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며, 청년 정치의 희망을 보았다. 하지만 한국은 정치권 안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없었고, 정치에 대한 활동과 지식이 부족했던 만큼, 젊은 지도자 탄생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주장이 강하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은 “유럽의 젊은 지도자들은 10대부터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해온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정치문화의 발전 없이 단편적으로 ‘젊은 지도자’ 현상만 추종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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