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불 켜진 레드라인 적색등
한반도에 불 켜진 레드라인 적색등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7.10.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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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한반도에 불 켜진 레드라인 적색등

레드라인으로 곤경에 빠진 문재인 대통령과 세계 정상들

 

 

 

문재인 대통령이 레드라인의 위험에 빠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기화를 레드라인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보름도 지나지 않은 9월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은 북한이 문 대통령이 정한 레드라인을 넘겼다고 주장했고, 청와대는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것이 레드라인이라고 말하며 일부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사실 레드라인 위험에 빠진 정치인은 문 대통령만이 아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레드라인을 언급했다가 진땀을 뺀 사례가 있다. 정치인들의 레드라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레드라인 위험에 빠진 문재인 대통령


레드라인. ‘한계선’이란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대북 포용정책이 실패할 경우 봉쇄정책으로 전환하는 기준선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기화를 레드라인으로 규정했다.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에 선을 긋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북한은 보란 듯이 레드라인을 조롱하고 나섰다. 북한은 9월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며 전격적으로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번 6차 핵실험은 문 대통령이 지정한 ‘레드라인’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북한 핵실험에 대해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항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영국 BBC는 “북한이 작년 9월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로 최근 탄도미사일 도발을 계속해 국제사회에 긴장을 야기해왔다”고 지적했다. 일본 NHK는 “중국에 있어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보다 이번 핵실험이 레드라인이었을 것”이라며 “향후 중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북한이 레드라인이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흔들리게 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국이 군사적 옵션을 고집할 경우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이) 어처구니없는 전략적 실수를 자행했다.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강하게 북한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다시금 대화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는 것이 레드라인이라며 대화와 제재 병행이라는 대북 노선의 기본 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레드라인 부분이란 게 구체적으로 핵과 미사일, ICBM의 결합이라고 말했는데, 아직 완성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본다”며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결국 북한이 레드라인을 밟아도 우리가 북한에 치명적인 대응에 나설 의지가 없거나 나설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을 언급하며, 야당으로부터 섣부른 판단이라고 비난받은 문 대통령은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레드라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세계 정상들


레드라인으로 곤경에 처한 정치인은 문재인 대통령뿐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시리아 알아사드 정부에게 화학무기 이동과 사용을 레드라인으로 지정했다가 곤경에 처한 경험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8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가 화학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당국의 보고를 받은 후 참모들과 주말 내내 마라톤 전략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러시아 같은 제3국 중재자를 통해 알아사드 정부에 경고를 보내자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화학무기를 이동시키거나 사용하는 것이 레드라인”이라며 “이런 일이 생기면 나의 계산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에 없던 발언이었다. 뉴욕 타임스(NYT)는 “전략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참모들은 ‘대체 어디서 레드라인이 튀어나온 것이냐’며 놀랐다. 당초 계획은 알아사드 정부에게 겁을 주는 것이지, 대통령이 어떤 행동에 얽매이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불과 1년 뒤 오바마 대통령은 레드라인 후폭풍에 직면했다. 2013년 8월 알아사드 정부는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구타 지역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고, 약 1,400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군사적 행동 검토에 나섰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그 레드라인은 사라지는 잉크로 그은 것임에 틀림없다”고 비난했다. 2013년 9월 오바마 대통령은 “레드라인은 내가 그은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그은 것이다.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이 인도주의적으로 옳지 않다는 데는 압도적 의견 일치가 이뤄져 있다”고 말을 바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 개발을 레드라인으로 지정했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012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이란이 내년 여름까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뇌관에 불이 붙은 폭탄이 그려진 종이를 들어 보였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이 표시된 그림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주머니에서 매직 펜을 꺼내더니 90% 바로 밑에 빨간 선을 그으며 “이란이 두 번째 단계의 핵농축을 마치기 전에 (군사공격 시점을 가늠할) 레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며 반대했고, 국제사회는 곧 이란 핵 폐기를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그가 행동으로 보여준 레드라인은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2015년 다시 화제가 됐다. 백악관이 이란 핵 합의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그림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렸는데,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 총회에 들고 나왔던 것과 같은 폭탄이었다. 90% 밑에 그어진 빨간 선까지 똑같았다. 하지만 백악관의 그림에는 불붙은 뇌관이 가위로 잘려져 있었다. 핵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빨간 선을 넘었겠지만, 합의가 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우라늄 농축은 없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을 비난하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백악관의 창의적인 비난이었다.

 

 

▲ⓒ청와대

 

 


북한은 레드라인을 어떤 방법으로 넘을까?


북한 문제에 대해 한국이 레드라인을 언급한 것은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북한은 탄도미사일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했다. 당시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레드라인이 등장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하거나 제네바 합의를 위반하는 핵 개발을 할 경우 이를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받아들이고 대북 포용 정책에서 봉쇄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레드라인을 거리낌 없이 넘었다. 북한에 레드라인 설정은 소용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 외교안보전문 매체 디플로매트의 앤킷 판다 선임 에디터는 “문 대통령이 정말 북한의 ICBM 무기화를 레드라인이라고 한 것이라면, 북한은 이미 그 라인을 넘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올 1월 신년사에서 ICBM 개발을 이야기했을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6개월 뒤 그런 일은 일어났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레드라인에 근접하거나 넘으면 한미가 미리 약속한 강제 조치를 가동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가볍게 여기는 만큼, 이번 문 대통령이 말한 레드라인을 어떤 방법으로 넘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북한의 다음 시험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수소탄 같은 핵무기를 탑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핵무기를 이용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는 게 북한의 목표여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9월 3일 수소탄 시험 직후 “국가 핵 무력완성의 완결단계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매우 의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 폭발력 및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수준을 향상시켜왔다. 하지만 당장 ICBM에 핵무기를 탑재해 미국 본토를 날릴 만큼의 기술력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기술력 향상 과정을 볼 때 이는 시간문제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수소탄 시험이 핵무기 완성을 위한 최종시험이 아닌 단계 목표라고 밝힌 만큼 추가 핵실험이나 ICBM 실험을 각각 진행해 성공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이 ICBM에 핵을 탑재해 발사해 미국 본토로 발사하면 이는 전쟁개시로 간주하고, 미국은 즉각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군사도발 적 시험이 아닌 기술적 시험을 통해 핵무장 완성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번 수소탄이 이름을 '화성 14형 수소탄'이라고 지어놨다”며 “화성 14형을 쏴 볼 가능성이 있다. 그것도 그냥 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상공을 넘어갔듯이 일본을 넘겨서 실거리 사격을 해볼 수도 있다. 최소한 괌을 넘어 하와이를 넘어가 8,000km 남태평앙쪽으로 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열수 국방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ICBM에 재래식 무기를 실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똑같은 무게로 강한 폭발력을 낼 수 있는 게 수소탄이다. ICBM에 수소탄을 실어 날리면 미국으로선 전쟁개시 즉 레드라인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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