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에서 본 대·중소기업 상생방안
해외사례에서 본 대·중소기업 상생방안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8.08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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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 속 각 나라별 자구책 마련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Economy Focus] 재벌독식 (2)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을 마련하기위해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벤치마킹 사례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본지는 각 나라와 글로벌 기업들은 중소기업과 어떤 상생관계를 맺고 있는지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美 포드(Ford)사, 부품기업과 계약기간 장기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또는 조립기업과 부품제공업체의 관심사는 입장차이 때문에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전자의 관심은 양질의 부품, 낮은 가격, 납기준수 등일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높은 납품가격, 안정적인 거래, 경영 또는 기술 노하우의 전수 가능성 등이다. 양자의 관심사를 통해서도 이들의 관계는 대등한 관계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부품업체가 유일한 또는 독특한 우수 기술이나 제품을 가진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면 다르겠지만, 이를 무기로 하여 협상 테이블에서 대등 또는 우위의 입장에 있는 사례는 글로벌시장에서는 사실상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결코 대등한 입장에 설 수 없는 대부분의 부품중소기업은 조립대기업의 의사결정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라고 해서 부품기업이 겪는 어려움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른 점은, 동일한 문제를 접하는 모든 관련된 이들의 생각과 대응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조립대기업과 부품중소기업 관계에서 논의의 쟁점이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거래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데에서 불거지는 문제고, 다른 하나는 서로 협력해야만 같이 살 수 있다는 논리다. 감성에 호소하는 우리의 경우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불공정거래는 법에서 다루면 되고, 협력을 포함한 양자 간의 거래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이미 계약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하면 된다는 지극히 간단한 원리에 입각한다. 미국이라고 해서 부품중소기업이 열세적인 입장에서 겪는 불리함은 다르지 않다. 기업 간 거래는 당사자 간 계약에 의해 이뤄지며, 이러한 거래의 결과가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만 정부가 나서고 있다.
미국의 대표기업 포드는 부품기업과의 계약기간을 장기화한다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포드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빌 포드 회장은 구조조정의 한 축으로 “더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기 위해 글로벌 핵심부품업체들과 장기계약 전략을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자동차산업보다 개발에서 실용화단계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단기간의 계약 때문이라고 보고, 장기계약을 통해서 그 기간의 단축을 포함한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스피드로 인한 선점과 부품기업의 기술 및 경영수준의 제고 등이 중요한 것이 자동차 시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는 것을 체감한 것이다. 포드사의 이러한 계획은 결국 자신들을 위한 것이지만 혜택은 부품기업에게도 돌아간다. 매우 단순한 논리이며, 작은 일 같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것을 시사하고 있다. 거래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부품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계획에 의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제공된다는 이점도 있기 때문에, 부품기업의 경영전반에 걸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부품중소기업으로서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이러한 이점은 결국 대기업의 제품에도 반영되고 대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선순환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日 “퍼주기 없지만 철두철미 공정계약”
일본의 경우에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협상력의 열세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상호간에 이루어진 계약은 성실히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수탁중소기업의 역량이나 위상으로 볼 때 협상력이 우리나라의 경우보다는 높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지만 계약을 중시하고 상거래 관계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모두 상호간에 동반자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경영활동을 해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상거래의 윤리적 차원에서 동반자라는 개념 없이는 상생을 위한 협력을 정착시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거래관계에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계약당사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계약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신뢰를 축적해가는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경쟁 속에서 살아가기 어렵고 경쟁력도 쇠퇴하여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중소기업의 문제를 덜어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정부의 정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계열화 붕괴로 인해 개방적 거래관계가 확산되면서 영업력이 부족한 수탁중소기업의 판로가 문제가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대·중소기업간 알선제도에 초점을 둔 협력촉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정보제공이나 거래 상대자를 물색할 수 있는 상담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대·중소기업 간에 원활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거래의 개방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거래와 관련된 계약자의 선택, 계약의 실행 등은 거래당사자의 몫이고 정부의 몫은 거래질서의 공정화 및 거래촉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임을 보여준다. 
일본 도쿄 외곽에 자리한 금형배관 전문업체 나미키(NMK)는 금속 대신 플라스틱으로 배관 부품을 제조해 타이어와 플라스틱 대기업인 브리지스톤에 공급하고 있다. 제품 개발과정에서 브리지스톤의 시혜적인 지원은 일절 없었다. 대신 ‘철두철미한 계약관계’에 기반을 둔 브리지스톤과 NMK의 아름다운 동행이 있었다. NMK는 제품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철저한 이력 관리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를 문서로 만들어 해당 정보를 브리지스톤과 공유하면서 문제점을 함께 해결했다. 이 과정에는 브리지스톤의 기술 지원이 있었고 지원 내용은 계약에 따라 이뤄졌다. 브리지스톤의 네모토 마사유키 대표는 “기술 지원에 대해 기간과 비용을 세부적인 사항까지 계약하고 이에 따라 모든 지원에 일정 형태의 반대급부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원을 통해 NMK는 플라스틱 소재가 빨리 굳지 않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고 양산에도 성공했다. 철저한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 대·중소기업의 협력방식은 ‘닛산-오츠카’ 사례에서도 드러나는데 중소기업은 대기업 지원에 대해 그만한 대가를 지급하기도 한다. 오츠카는 자동차 부품 개발을 위해 닛산에서 기술 인력을 지원받지만 이 인력들은 한국처럼 대기업 직원 신분으로 파견되지 않는다. 오츠카의 오츠카 히로유키 대표는 “대기업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계약기간에는 오츠카 직원이고 근무기간·급여 등을 세부적으로 계약해 우리가 급여의 절반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지원에 대해 급여라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파견 직원들은 제품개발 과정에서 협의의 통로로도 활용되며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파견은 일시적이지만 협력은 영속적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다. 계약 기간 종료 후 아예 중소기업 직원으로 전직하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특별한 노력 없이 기술 인력을 유치하고 대기업은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효과를 얻는 win-win 효과를 내고 있다. 오츠카는 3명의 닛산 출신이 정규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협력은 결국 제조업 공동화 속에서도 일본에 잔류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독일, 노·사·정 3자 협력모델 구축
독일 중소기업들은 일찍부터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갖춰 대기업과 대등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작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0.3%, 실업률은 12%로 예상되어 1950년대 이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중이다. 이에 독일 기업과 국민들은 가격경쟁이라는 세계화 추세에 적응하기 위한 고통스런 노력들을 시작했다. 임금을 동결하면서 주당 근로 시간을 35시간에서 38시간으로 늘리고, 구직자들은 같은 회사 근로자 임금의 80%를 받으면서 기꺼이 취업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GWB(경쟁제한 억제법)라는 중소기업들의 카르텔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을 마련해 필요시 중소기업들의 협업과 제휴가 촉진되도록 하고 있다. 시장 여건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발휘에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일 때나 중소기업들이 카르텔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개선할 수 있을 때를 예외적인 사항으로 두어, 중소기업들이 구조적인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조항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 폭스바겐은 페르디난트 포르쉐와 히틀러가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비틀’에서부터 시작됐고, ‘98년 롤즈로이스, 람보르기니를 사들여 최고급 세단과 슈퍼카까지 거느린 유럽 제일의 메이커가 됐다. 총 336,843명의 근로자들이 1일 평균 21,5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폭스바겐의 본사가 있는 독일의 Wolfsburg는 ’폭스바겐 시‘라고 불리고 있다. 볼프스부르크 시의 일자리는 폭스바겐과 직접 관련된 것만 60%에 이를 정도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폭스바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폭스바겐 노사와 시 당국은 ‘98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3자 협력모델을 만들자는 데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그 합의의 산물이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이다. 그 목표는 지역 실업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지역경제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키며, 폭스바겐 일변도의 지역경제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노·사·정 3자는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99년 함께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2004년 까지 6년간 ‘볼프스부르크주식회사’는 100개 기업을 새로 유치하고 200여 기업의 창업을 지원했으며 7,5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시 전체적으로는 23,000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된 것이며, 독일 전체 실업률이 11%대 인데 비하여 볼프스부르크 실업률은 8%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대기업이 골목길 상권까지 점령하면서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반대 양상이다. 현재 폭스바겐의 협력회사는 총 1,500개사로, 협력사의 공정혁신을 목적으로 전체 공장을 세부적으로 진단하고 개선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가인하의 목적이라기보다는 미래지향적 win-win의 관점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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