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숨겨진 용 ‘몽골’
아시아의 숨겨진 용 ‘몽골’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8.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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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자원부국에서 희망을 찾다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Zoom In] 몽골


한국이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떠올랐던 영광을 뒤로하고 아시아의 숨겨진 용, ‘몽골’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최근 몽골의 영자신문인 ‘유비 포스트(UB POST)’를 보면 새로운 광물자원의 발견과 개발에 관한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세계 최대의 미개발 금동 광산인 오유 톨고이(Oyu Tolgoi)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으며,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은과 구리가 섞인 대규모 광산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세계 최대의 미개발 석탄 광산인 타반 톨고이(Tavan Tolgoi)에 대한 소식과 맞물려 최근 국제시장에서 석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기사가 신문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몽골은 ‘금덩어리를 깔고 앉아 있는 거지’ 신세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자조적인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몽골은 성장궤도 진입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고, 세계 각국이 앞 다퉈 몽골로 향하는 중이다. 이에 세계 10대 자원 소비국이지만, 97%의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자원부국 몽골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더불어 몽골 국민 사이에서 한국이 가장 우호적인 나라로 꼽히는 것도 몽골에 끌리는 이유다.


 

2021년 1인당 GDP 1만4000달러 목표
몽골 정부가 2008년 수립한 몽골의 국가발전전략(National Development Strategy)에 따르면 국민 1인당 GDP(국내총생산) 달성 목표를 2015년 5,000달러, 2021년 1만 2,000달러로 설정해 놨다. 최근 몽골 정부는 이 목표를 2015년 7,000달러, 2021년 1만 4,000달러로 수정했다.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고, 또한 자신감도 갖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몽골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점은 2000년대 중반으로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몽골은 1990년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체제전환 국가 중 하나다. 체제전환 초기 몽골은 구소련으로부터 받던 원조 중단과 제반 경제 관계의 혼란으로,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불황으로 몽골의 경제규모는 2001년에야 1990년 수준을 겨우 회복할 수 있었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몽골은 2003년 7% 경제성장을 기록한 후 2008년까지 매년 8~10%의 높은 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2004년에는 10%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몽골의 주력 수출품은 광산물로, 특히 구리와 금의 비중이 높다. 구리 단일 품목이 총 수출의 30~40%를 차지하고 있고, 광물 수출의 비중이 2008년에는 84%에 달했다. 몽골의 주요 수출품은 구리, 금, 석탄, 몰리브덴, 형석 등 광산물과 캐시미어로 구성돼 있다.
몽골의 성장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남고비 지역에서 발견돼 개발 중인 오유 톨고이 금동 광산이다. 세계 최대의 미개발 금동 광산으로 알려진 이곳은 2013년부터 본격적 채굴과 상품 생산이 예정됐으며, 생산이 최고조에 달하는 2019년에는 세계 구리 생산의 6%(90만t)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채굴이 시작되면 몽골의 수출은 GDP의 55%, 재정수입은 GDP의 2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광산의 평균 수명은 45년 정도로 예상되며, 생산 추이에 따라 그 수명은 달라질 수 있다. 몽골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대변하는 또 하나는 타반 톨고이 석탄 광산이다. 역시 남고비 지역에 있으며 세계 최대의 미개발 코크스 석탄 광산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부존 규모 30억t으로 연간 1,500만t의 석탄을 200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으나, 최근 부존 규모가 60억t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다.
최근 몽골에는 ‘울란 카타르(Ulaan Qatar)’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는 ‘붉은 카타르’라는 뜻으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laanbaatar)가 ‘붉은 영웅’의 뜻을 가진 데서 유래했다. 몽골도 머지않아 중동의 카타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1인당 GDP 국가가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말일 것이다. 몽골의 공무원이나 전문가 중 일부 성급한 사람들은 1인당 GDP 2만 달러는 한국이 먼저 달성했지만, 3만 달러는 몽골이 먼저 도달할 것이라고 큰소리치기도 하며 경제성장의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몽골 경제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는 있다. 몽골 경제를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광물자원의 개발 방법과 관리에 관한 것이다. 자원이 많은 것은 분명 경제적 축복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잘 관리돼야만 지속적 번영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 사례를 보면 자원이 많은 나라가 번영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가 침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경우 자원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저주로 작용했다. 자원이 많은 나라는 자원 수출만으로도 경제적 호황을 누릴 수 있지만, 물가가 오르고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이 진행되면 오히려 국내 제조업이 쇠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결국 경제가 침체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네덜란드 병이라고 부른다. 1959년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유전을 발견해 지금의 몽골과 비슷하게 호황을 누리게 됐지만, 정부가 선심성 현금을 국민들에게 지급했다. 결국 통화가치 상승 및 인플레이션으로 국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져 1960~70년대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남미의 브라질, 칠레 등도 자원 수출은 늘어나지만 제조업 수출은 감소하는 것이 이러한 현상의 하나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원 수출 비중이 높은 몽골과 러시아,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현재 이런 징후가 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의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 노동생산성, 환율의 평가절상 등을 비교하는 가운데 이러한 우려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2011년 3월 2일 몽골경제포럼에서는 이와 관련된 이슈가 주로 거론됐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최근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 등을 들어 네덜란드병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반면, 몽골 정부의 장관 및 경제전문가들은 몽골이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자신 있게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몽골 정부의 경제 관리 능력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린다. 1990년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이후 몽골 경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독립국가연합(CIS·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등 여타 체제 전환국가와 비교하면 양호한 경제 관리능력을 보여 왔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정치적으로도 민주화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고, 이미 여러 차례 이뤄진 정권교체 경험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사회주의 시절의 관행이 남아 있어 정치적 포퓰리즘에 쉽게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동안 수차 재정 건전성과 투명성 지표 등에 문제점을 드러낸 것들이 부정적인 면으로 꼽힌다.

 

한국, 제2의 북방시대 여는 기점
현재 몽골은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다자관계를 통해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0년 몽골로 유입된 해외 직접투자에서 중국의 비중이 감소하고, 대신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비중이 대폭 높아진 것은 이러한 노력의 성과 중 하나다. 한국도 몽골을 재평가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몽골과 우리는 역사와 문화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한국 사람과 몽골 사람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금방 친근함을 느낀다. 한국과 몽골은 1990년 3월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해 올해로 22주년을 맞고 있다. 특히 한국 제품은 몽골에서 최고급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류의 바람이 몽골에도 불어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친숙도도 매우 높다. 몽골의 수도 한가운데 ‘서울의 거리’가 있고, 여러 대학에 한국어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다. 몽골 내방객 수를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더 많지만, 순수한 관광객으로 보면 한국이 가장 많다. 최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몽골인의 거부감이 한국인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양국 관계의 근간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몽골의 총 교역규모를 살펴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비중은 4.2%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 중국은 48%, 2위 러시아는 21%로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몽골의 수입 면에서 보면 러시아가 36%, 중국이 25%, 한국이 7% 로 순위는 여전히 3위지만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몽골로 유입되는 해외 직접투자 역시 한국은 중국과 캐나다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김홍진 교수는 “이제 한국은 제2의 북방시대를 생각할 시점이 됐습니다. 몽골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몽골의 비중을 제대로 평가해줄 때인 거죠”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지금까지 줄곧 제기돼온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한국의 교역규모 면에서 볼 때 몽골은 그 비중이 매우 낮지만, 몽골의 입장에서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죠”라고 주장했다. 몽골 경제가 성장하면 수입 수요 또한 크게 증가할 예정이다. 현재 몽골이 한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제품은 기계류, 부품, 중간재, 전자제품 등이다. 이는 몽골 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것으로, 앞으로 교역량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면 몽골에서
지난 2011년 3월 3일 몽골경제포럼 만찬 자리에서 몽골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몽골은 자유의 나라, 민주주의의 나라, 기회의 나라”라고 역설해 참석한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았다. 물론 이 말을 정치적 수사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몽골의 밝은 장래에 대한 대통령의 자신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몽골 경제에 대한 정기적 자문을 맡고 있는 IMF 관계자도 몽골에 물가 안정과 재정 건전화 등을 주문하면서 향후 몽골은 광물자원 개발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며, 이는 곧 몽골 국민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 지역 투자보고서를 작성하는 유라시아캐피털의 알리셔 알리 회장은 “부상하는 몽골이야말로 원 아시아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몽골은 아직 인구가 300만명이 되지 않고 그마저 대부분이 유목인인 상황입니다. 그러나 두고 보십시오. 앞으로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이 4배가 될 테니까요”라고 강조하며 “몽골이 기회의 땅인 만큼 리스크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앞으로 축적될 막대한 부를 적절하고 공정하게 관리하는 일, 의회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일 등은 특히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단국대 몽골학과 이성규 교수도 몽골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 교수는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보유국 중 하나로 최근 개발이 진행 중에 있고 우리나라 기업의 몽골 진출이 활발해지는 시점입니다”라며 “체계적인 교육으로 몽골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몽골은 여전히 1인당 GDP 3000달러 이하의 개발도상국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그럼에도 몽골 경제는 분명히 빠른 속도로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더욱이 향후 10년 이내에 몽골의 경제규모가 다섯 배 이상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 기회를 놓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제 몽골 경제를 재평가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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