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5,000만 명 시대의 ‘그늘’
대한민국 인구 5,000만 명 시대의 ‘그늘’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8.0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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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문제 못 풀면 기회가 위기로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Society Issue] ‘20-50클럽’ 가입

 

인구 5,000만 명 시대 개막으로 한국은 ‘20-50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을 동시에 충족하는 20-50클럽 가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국으로선 한국이 유일하다. 이로 인해 강대국으로 가는 초석을 닦았다는 평도 있지만 인구 구조의 ‘내실’을 따졌을 때 반색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강국의 앞길에 세계 최하위권의 출산율과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 지속적인 잠재성장률 하락 등 먹구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인구 5,000만 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2차 대전 독립국 가운데 첫 20-50클럽 가입

지난 6월 23일 오후 6시 18분 서울시 묵정동 제일병원 분만실에서는 우리나라 5,000만 번째 인구로 등록될 ‘5,000만 둥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1983년 4,000만 명을 돌파한지 29년 만에 인구 5,000만 명 시대를 열게 된 순간이다. 이날 세계인구는 70억 5,000만 명을 돌파했고, 한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0.71%를 차지하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에 진입했다. 현재 20-50클럽에 해당하는 국가는 일본(1987년), 미국(1988년), 프랑스·이탈리아(1990년), 독일(1991년), 영국(1996년)이다. 이들 국가들이 지금까지 이 수준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고, 오히려 인구와 국민소득이 모두 성장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도 전 세계에 새롭게 인식될 전망이다.

대한민국 인구 5,000만 명 돌파 이후 열린 ‘제3차 중장기전략 실무조정위원회’에서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세계에서 7번째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목표를 모두 달성함으로써 경제규모 확충과 질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인공위성에 비유하면 우리나라가 안정적인 성장이라는 ‘정지궤도’에 안착했다는 뜻이라고 자평하며, 기업으로서는 구매력을 가진 인구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만큼 존재한다는 의미로 국내시장 공략, 경쟁력 확보, 글로벌 시장 진출의 성공 공식을 보다 용이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부언했다. 전문가들도 경제대국으로 가는 초석을 다졌다는데 동의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이미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생산력 면에서는 경제대국의 반열에 근접했다”며 “여기에 인구 5,000만 명 돌파는 스스로를 옥죄던 ‘약소국’ 인식을 벗어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주 연구위원도 “작은 조각배였던 한국이 이제 어엿한 대형 군함으로 성장한 셈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입 의존도가 높아 여전히 외풍에 영향은 많이 받겠지만, 한국이라는 배가 흔들리거나, 뒤집힐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고 봐야 한다”라고 우리나라의 20-50클럽 진입 의미를 밝혔다.

 

33년 뒤 다시 인구 4,000만 명 시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인구 5,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추가 성장은 말할 것도 없고, 유지하는 일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인구학회장을 지낸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가 5,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저출산·고령화, 성장 잠재력 하락 등 도전 과제가 만만치 않다”며 “5,000만은 성취이자 동시에 도전인 패러독스(역설)”라고 말했다.

6월 22일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에 5,216만 명까지 증가하다가 2045년부터 5,000만 명 이하로 줄어 2060년에는 4,396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즉 인구 5,000만 명 시대는 앞으로 33년간만 유지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시간당 평균 52명이 태어나고 31명이 사망하고 있어 자연증가에 의해 시간당 21명의 인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수치는 인구가 4,000만 명으로 늘어났던 1983년 당시 시간당 88명이 태어나고 29명이 사망한 결과, 자연증가에 의해 59명씩 인구가 증가하던 것에 비해 인구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특히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권을 맴돈 지 오래다. 여성 1명이 평생 출산하는 아이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0년 기준 1.23명에 머물렀다. 이는 선진국들의 2010년 기준 합계출산율 미국 2.08명, 프랑스 1.99명, 영국 1.87명, 일본 1.42명에 비춰봤을 때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이 저출산의 늪으로 떨어진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출산율 5명에서 2명으로 줄어드는 데 20년이 걸렸고, 130년이 걸린 영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반면 지난 30년 동안 출생자가 출생 직후부터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인 기대수명은 높아지는 추세다. 2010년 기준 남자는 1980년 61.8세에서 77.2세로, 여자는 70세에서 84.1세로 높아졌다. 10년마다 평균 5세씩 늘어난 셈이다. 기대수명의 향상은 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로 14세 이하 유소년, 40∼64세 중년층의 사망 확률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040년 남자의 기대수명이 83.4세, 여자는 88.2세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노인층 인구의 규모는 2010년 545만 명에서 2060년 1,762만 2,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30년간 생산가능인구 700만 명 감소

단순히 사람 수가 줄어든 것이 문제는 아니다. 시급한 현안은 5,000만 국민을 누가 무엇으로 먹여 살릴 것이냐는 점이다. 한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성장했지만 어느 나라보다도 더 빨리 ‘늙어가는 나라’가 된다. 통계청은 “향후 30년간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일본 독일 다음으로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3,655만 6,000명(전체 인구의 70%)인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3,703만 9,000명까지 증가해 정점을 찍은 뒤 감소추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통계청은 오는 2040년 우리나라의 생산 가능인구를 2,887만 3,000명으로 예측했다. 향후 30년간 700만 명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과거 1980년에는 100명이 일해 6명만 부양하면 됐지만 2040년에는 2명이 일해 1명의 노인을 모셔야 한다. 더욱이 2060년이면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8명과 어린이 2명을 부양하는 ‘1대 1 부양 사회’가 도래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게 되면 생산이 위축되고 내수 소비 여력이 떨어져 경제 전반의 성장 능력이 저하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중장기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한 나라의 모든 생산자원을 가동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은 2001∼2007년 연 4.4%에서 2012년 3.4%로 떨어진 뒤 2018년 2.4%, 2031년 이후엔 1.0%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20년 후에는 사실상 한국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뜻이다.

노동연구원 방하남 연구위원은 “인구와 경제성장률 추이를 분석해보면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같이 가는 걸 볼 수 있다”며 “인구의 절대숫자 증가보다 인구 구성, 특히 생산가능인구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인구 5,000만 시대와 인구보너스 소멸’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다른 나라 사례를 살펴본 결과,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정점을 찍고 감소하던 시기에 부동산 버블이 터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일본은 1990년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최고치였던 69.7%에 이르렀을 때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했다. 미국도 2005년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정점인 67.2%를 기록한 후 바로 3년 뒤에 금융위기를 맞이했고, 스페인도 같은 시기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최고점을 찍은 뒤 금융위기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순(純)저축계층인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최고점에 달했을 때 부동산 가격도 정점을 기록하고 그 후 가격이 급락하며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인구구조 악화로 인한 부동산 수요 감소가 부동산 버블과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나 금융위기의 토양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 늦추는 데 경제정책 최우선 순위 둬야”

경제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늦추는 것을 우리 경제의 당면한 핵심 과제로 지목한다. 실제로 통계청은 2060년 1.42명(전망치)인 출산율을 1.79명으로 높이면 인구 5,000만 명 이하 감소 시점이 2045년에서 2058년으로 13년 정도 늦춰지고, 2060년 65세 이상 구성비를 40.1%에서 4.3%포인트(2046년 수준) 떨어뜨려 고령화 속도를 14년가량 늦출 수 있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정부는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수립의 일환으로 ‘장기전략국’을 신설했지만, 전문가들은 뚜렷한 아이디어 제시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보육 수당에만 초점이 맞춰진 현재의 출산율 제고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상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 달에 지급되는 20만 원 정도의 보조금은 출산을 결정하는 데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재정건전성만 해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상당한 정부재정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그 효과가 향후 20년 뒤에 나타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수한 외국인 인력의 유치와 여성과 장년·노년 인력의 사회진출을 통해 생산가능인구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출산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없다면 미국처럼 생산가능인구의 국내 유입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주훈 부원장도 “미국은 인구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동력이 떨어지자, 중남미 이민을 폭넓게 받아들여 저가의 노동력을 보강했다. 우리도 이민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 인력 유입 확대에 따른 사회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청년, 여성, 고령층 등 취업 사각지대에 있는 인력을 노동시장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초(超)저출산국에서 벗어나 현재 출산율이 2명에 육박하는 프랑스는 출산과 관련한 장기 휴직이 여성의 당연한 권리로 보장된다. 김영철 KDI 연구위원은 “유럽 국가들은 혼인과 출산에 따른 여성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들이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에서 보육시설 여건을 대폭 확충하는 등 결혼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막아주는 장치들이 지금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면서 “고령층의 고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정년연장과 임금 피크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자영업자들을 위한 보호 장치를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구 5,000만 명 시대. 성장의 질과 양을 동시에 높이는 노력은 정부는 물론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구도 늘지 않고, 마냥 ‘늙어가는 나라’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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