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떡이 남의 떡보다 더 맛있을 수 있다”
“내가 가진 떡이 남의 떡보다 더 맛있을 수 있다”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7.09.19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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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내가 가진 떡이 남의 떡보다 더 맛있을 수 있다”

거꾸로 수박바로 본 인간의 심리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6월, 아이스크림 수박바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수박의 빨간 부분과 초록 부분이 뒤바뀐 모습이었다. ‘거꾸로 수박바’라는 상호의 이 아이스크림은 출시 전부터 소비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막상 맛을 본 소비자는 기존의 수박바가 낫다며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한 ‘초점의 오류(Focusing Illusion)’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업무 후 연락에 대한 상반된 의견


직장인이 고대하는 시간 중 하나인 점심시간. 식사를 마친 후 디저트를 먹기 위해 방문한 편의점에서 일행 기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스크림 냉동실에 ‘거꾸로 수박바’가 자리 한 곳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꾸로 수박바는 1986년 출시된 이후 매년 150억 원 이상 판매되고 있는 ‘수박바’의 새로운 모습이다. 수박의 모습처럼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나누어져 있던 이 아이스크림은 소비자로부터 초록색이 빨간색보다 더 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왔다. 아이스크림 크기에 10%도 차지하지 않는 초록색 부분이 90%를 차지하는 빨간색 부분보다 맛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제조사는 소비자의 반응에 응답했고, 올해 6월, 거꾸로 수박바를 출시했다. 하지만 거꾸로 수박바의 맛은 기자 일행의 환호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일 먼저 아이스크림을 맛본 임혜진 기자는 “빨간색 수박바가 훨씬 맛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고, 뒤이어 박지훈 기자 역시 “기대 이하다”라고 평했다. 거꾸로 수박바를 보자 가장 큰 환호성을 질렀던 박진명 기자도 “빨간 수박바가 더 맛있고, 거꾸로 수박바는 맛이 밋밋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네티즌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거꾸로 수박바를 맛본 네티즌들은 “갑자기 빨간 부분이 맛있는 것 같다”고 말하거나 “원래 수박바가 나은 것 같다”는 글을 작성했다. 빨간 부분과 초록 부분이 동일하게 들어간 ‘쌍쌍바 수박바’나 ‘줄무늬 수박바’ 등 새로운 제안을 한 네티즌도 있었다. 수박바에서 빨간색보다 초록색이 맛있다고 주장한 이들이 거꾸로 수박바가 등장하자 왜 맘을 달리하게 됐을까? 그 이유는 ‘초점의 오류(Focusing Illusion)’에서 찾을 수 있다.

 

업무 후 연락에 대한 상반된 의견


초점의 오류는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이 가장 먼저 언급한 현상으로 어느 한 면에 집중한 나머지 초점 이외의 부분을 무시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수박바에서 우리는 10%에 불과했던 초록색 부분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춰 빨간색 부분의 맛을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거꾸로 수박바를 먹는 순간 빨간 부분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30살 명정석 씨는 “거꾸로 수박바를 먹고 난 뒤 수박바가 왜 빨간 부분이 많은지 이해했다”며 “그동안 빨간 부분을 다 먹고 초록 부분을 먹어서 초록 부분에 아쉬움이 컸는데 그건 맛보다 양에 대한 문제였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초점의 오류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보면서, 명문대학교에 들어간 친구를 보면서 우리는 흔히 ‘저 친구는 행복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츠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97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인생의 만족도와 외모 만족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절반에게는 인생의 만족도에 대해 먼저 묻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외모의 만족도에 대해 먼저 물었다. 그 결과 외모 만족도에 대해 먼저 질문한 학생들은 외모 만족도가 높을수록 인생 만족도 역시 높았다. 반면, 인생 만족도를 먼저 질문한 그룹 사이에선 외모 만족도와 인생 만족도 사이의 연관성이 훨씬 약하게 나타났다. 외모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면 외모가 수박바의 초록색 부분처럼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의 서은국 교수는 “과거 서울과 춘천의 삶의 만족도라는 실험을 했는데, 서울에서 사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사전 조사 결과와는 달리, 춘천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의 삶의 문화생활의 기회가 많고, 직업 선택도 자유롭다는 동경이 있었지만, 이는 초점의 오류의 결과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접하지 않은 삶에 사람들은 동경 어린 시선을 보내지만, 사실 이상과 현실은 괴리감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저서 ‘프레임’을 통해 “창문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보이는 광경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우리의 마음의 창도 스스로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가치관이 달라지고 결국은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의 떡이 내가 가진 떡보다 더 커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남의 떡보다 내 떡이 더 맛있을 수 있다. 심리 전문가들은 ‘행복한 삶’이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행복이 수박바의 모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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