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마광수 교수 생전 인터뷰] 성문학도 문학의 한 장르일 뿐이다
[故 마광수 교수 생전 인터뷰] 성문학도 문학의 한 장르일 뿐이다
  • 이슈메이커
  • 승인 2017.09.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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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슈메이커]


성문학도 문학의 한 장르일 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적 구속이 옭아매고 있다”

 

 

 

 

 

시대의 이단아, 문단계 왕따, 야한 소설의 대부 등 이 무성한 말들은 마광수 교수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그가 쓰는 책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어쩌면 언론의 비판을 받고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또한 그가 쓰기만 하면 19금이 돼버린다. 사람들은 그들 두고 시대적 희생양이다. 에로티시즘을 추구하는 작가다. 심지어 변태라는 말까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이야깃거리가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독창적이다 못해 특이하다고까지 생각되는 마광수 교수. 그런 그와의 인터뷰가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그가 장미담배를 즐겨 핀다는 얘기를 듣고 그를 만나기 전 연세대 근처 담배가게를 찾았다. 아쉽게도 장미담배는 절판됐다고 한다. 담배가게 아저씨는 한라산담배가 그나마 장미담배와 맛이 비슷하다며 건낸다. 담배는 그로부터 진솔한 얘기를 들으려는 일종의 뇌물과도 같은 것이다. 기자의 흑심이 조금 담긴 담배를 들고 그의 연구실로 향했다. 

  

 

마광수 교수의 파란만장한 삶 

 

순수 국내파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스물여덟 살 때 정식 교수로 임용된 마광수 교수는 젊은 시절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행의 시작은 그의 소설「즐거운 사라」가 ‘직설적이고 원색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했다’는 이유로 1992년에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되면서 부터이다. 그 이후로 그는 감옥살이를 했고, 대법원까지 간 재판에서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마 교수는 “‘죄’란 ‘범죄행위’가 있어야만 성립됩니다. 그런데 제가 겪은 필화사건은 오직 문학적 ‘상상’이 처벌된 사건이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2007년에는 독자가 내 소설을 인터넷에 전부 올리는 바람에 불구속 기소되어 또 다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그는 “전 싸움도 못해요. 그런데 성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전과 2범이 되었죠. 그래서 연금조차 받을 수 없게 되었어요. 심지어 제가 내는 책들은 전부다 19금이 돼서 책 앞, 뒤에 빨간 19금딱지가 붙고 서점에서 읽어 볼 수도 없게 비닐로 밀봉하고 진열도 못하게 하니 책을 어떻게 팔아먹겠어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출판사들은 제 책을 내는 것을 꺼려하고 있어요. 연금도 못 받고 책도 팔리지 않으니 앞으로 노후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요.”라고 말하며 우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유죄 판결 이후 마 교수는 교수직을 박탈당했다가 1998년 사면 복권돼 복직됐다. 하지만 2000년 6월 국어국문학과 동료 교수들에 의해 재임용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이에 분노한 그는 이의를 제기했다. 이러한 풍파 속에서 커다란 충격을 받은 마 교수는 자진 휴직을 신청하고 학교를 떠났다가 2004년 강단에 복귀했다. 연이어 학교에서 쫓겨나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되풀이됐다. 그는 90년대 대부분을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위해 검찰과 오랜 싸움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몸과 마음은 많이 지쳐보였다. 

 

하지만 그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지난 4월「돌아온 사라」를 출간했다. 마 교수는 “단순한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주시기를 바란다.”며 “이중적으로 점잔 빼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나의 화두는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다. 여기서 ‘자유’와 ‘방종’의 억지스런 구별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난 8월 신작 에세이집「마광수의 뇌구조」를 출간해 자신의 세계관, 여성관, 섹스관, 문학관. 추억관, 철학관, 미술관 등을 속속들이 드러냈다. 

 

그는 일관되게 동물적 본능의 충족, 그 중에서도 단연 섹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야한 정신’이란, ‘과거보다 미래에, 도덕보다 본능에, 질서보다 자유에, 정신보다 육체에, 전체보다 개인에, 절제보다 쾌락에’ 가치를 매기는 정신을 말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화적으로 낙후된 나라일수록 ‘섹스’에 대한 얘기 놀란다” 


「즐거운 사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즐거운 사라」는 국내 소설 중 유일하게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작품입니다. 외국에서는 이 책을 두고 페미니즘을 다룬 성(性)문학으로 규정했어요. 제가 구속됐을 때 외국 언론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작가를 잡아간다’며 난리가 났었죠. 제 자신이 문학에서 새로운 ‘창조’를 해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은 오직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이나 일본 같으면 아무런 화젯거리가 못 될 작품이 한국에서만은 그토록 큰 풍파를 일으킨 것이죠. 그래서 저는 지금도 한국에 태어난 것이 억울해요. 제가 ‘한국적 상황’에서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이 있다면 그건 ‘성문학’에 대한 이론과 창작을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폭력성을 띠는 영화, 에로 영화, 성인 만화 등도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문학에 대해서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무라카미 류’는 괜찮고 저는 왜 안 되나요? 

 

예전보다 성에 대한 인식의 있다고 보십니까? 

 

90년도에 제가 겪은 필화사건이 10년이 지나면 코미디가 될 사건이라고 장담했어요. 하지만 20년이 지났는데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어요. 저는 여전히 변태라는 굴레가 벗겨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언론과 학계에서는 다원주의의 도래, 문화 민주주의 등 문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외쳤지만, 이런 급변하는 흐름에서 성은 항상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른바 ‘민주’와 ‘자유’와 ‘진보’를 외치는 지식인들마저 이런 상황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어요. 아니 입을 다물고만 있는 게 아니라 저를 헐뜯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요. 그들에게는 ‘성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타락이나 퇴폐나 범죄로 인식되어 있어요. 20여년이 지나도록 ‘젊은 마광수’, ‘제2의 마광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그 답이겠죠. 

 

문화적으로 낙후된 나라일수록 ‘섹스’에 대한 얘기에 놀라고, 애써 감추려 하고, 그런 얘기를 꺼내 글로 쓴 사람은 비난받고 매장됩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성에 대해 초연하냐면 그게 아니거든요. 예술의 중요한 기능으로 카타르시스를 꼽는데 그게 결국 대리배설 아닙니까. 

 

서구의 지식사회나 이웃나라 일본의 지식사회에 견주어볼 때 한국의 지식사회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조차 다다르지 못한 상태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식사회는 조선조 시대의 수구적 봉건윤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이렇게 참담한 형편이니, 우리나라의 성범죄 발생률이 우리가 ‘변태 왕국’이라고 비웃는 일본의 열 배나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중학생이 임신하고 낙태하고 아이를 낳아 버리는 일이 일어나는 시대입니다. 이게 현실인거죠. 더 이상 성을 숨기고 억제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성은 아는 게 힘이지 모르는 게 약이 아니에요. 이제는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교육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는 ‘성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한국의 문화적 발전에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나이 60. 인생의 종반기, 아니 종반기의 문턱에 들었어요. 더 비약적이고 기발한 ‘변태’를 ‘창조’해내고 나서 죽어야만 여한이 없을 텐데, 한국이라는 사회 여건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니 미치고 환장할 지경입니다. 

 

“성에 대한 한국의 이중성 벗자!” 

 

성에 관해 뼛속 깊이 박힌 한국인의 이중성에 대해 비판하셨는데요. 

 

우리나라처럼 매춘이 은밀히 허용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룸살롱, 단란주점, 성인PC방, 대딸방까지. 낮에는 온갖 점잖은 척 하다가 밤이면 남모르게 음란한 행위들을 하는 것은 괜찮고, 드러내 상상하고 표현하면 안 된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이중성 아니겠습니까. 

 

속으로는 섹스와 쾌락을 탐닉하면서도 겉으로는 욕하는 이중적인 시선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어요. 위선에 찬 기성세대와 그들이 조성한 사회 속에서 세뇌된 이중성 때문에 병들어가고 있는 젊은 세대가 더 이상 문화적으로, 정신적으로 파괴되지 않기 위해서는 본능을 억압하지 않고 인정하면서도 자유롭게 풀어주었을 때 진정한 자율이 실현되는 거죠. 

 

몸이 많이 야위신 거 같습니다. 

 

필화 사건 이후에도 우울증을 앓았지만 동료 교수들의 집단따돌림이 저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어요. 신경쇠약에다가 우울증, 위장병까지 겹쳐 병원 신세도 많이 졌습니다. 자살 시도도 여러 차례 했죠.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보니 폐인이 돼있더라고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깡마르고 머리도 듬성듬성 빠져 늙고 초라해 보이더군요. 건강상의 이유로 술은 입에도 못 대고 있어요. 의사가 담배도 끊으라고 하지만 담배는 끊을 수 없더라고요. 유일한 낙이자 마음의 의지가 되니까요. 

 

성문학에 대한 사회적 시각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해요. 현재 나오고 있는 소설들이 전부가 천편일률적인 교훈주의예요. 그렇게 써야 만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상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요. 상을 받는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면 문장부터가 안 읽혀져요. 죄다 어려운 문장만을 쓰고 있어요. 우리나라 독자들은 마조히즘이 있어서 어렵게 써 줘야 좋아해요. 저는 아주 쉽게 쓰잖아요. 근데 쉽게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람들은 모르고 우습게 생각해요. 성문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공포문학, 추리문학을 하는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처럼 성문학을 하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마광수처럼 될 필요는 없지만, 저 같은 사람도 하나쯤은 있으면 좋지 않겠어요? ​
 

<이 기사는 이슈메이커 2011년 12월호에 게재됐던 마광수 교수 생전 인터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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