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공화국 Ⅰ]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프랜차이즈 공화국 Ⅰ]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 김솔 기자
  • 승인 2017.09.06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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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솔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각종 논란으로 얼룩진 프랜차이즈 산업계

 

▲ⓒPixabay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오너(Owner)들의 ‘도덕성 파문’과 가맹본부의 ’갑질 논란’ 탓에 프랜차이즈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이와 더불어 수익은 본사에, 위험은 가맹점에 집중된 불평등한 산업 구조 또한 끊임없는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소규모 프랜차이즈를 제1호 감시대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는데, 한국 경제의 ‘민낯’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그 이유다.


개념 도입 후 40년, 연간 150조 규모로 성장

국내에 ‘프랜차이즈’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77년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림스치킨’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2년 후인 1979년 ‘롯데리아’ 론칭을 계기로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본격적인 태동을 시작했고, 이후 ‘버거킹’, ‘미스터도넛’, ‘피자헛’ 등 외국계 브랜드들의 국내 유입을 시작으로 8·90년대에는 패스트푸드와 외국계 외식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 여파로 인해 사회로 내몰린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프랜차이즈 진입은 시장의 급성장에 불을 지폈다. 대전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창업 당시를 회상하며 “아무런 준비와 노하우 없이 회사 밖으로 내몰렸을 때,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절호의 기회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2002년 42조원 규모였던 시장은 2010년 114조원 규모로 몸집을 부풀려 9년간 27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현재 프랜차이즈 시장의 키워드는 ‘소자본 창업’이다. 불안한 고용환경에 놓인 2·30대 청년들과 경력 단절 여성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소자본 프랜차이즈 창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은 이러한 기조에 힘입어 지난해 5,273개 브랜드, 가맹점 21만 8,997개, 연간 매출 15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오너 리스크(Owner Risk)’에 따른 가맹점 피해 속출

지난 6월 초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전 회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을 시작했고, 40% 가까운 매출 하락에 점주들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미스터피자(MP그룹)’ 정우현 전 회장은 친동생이 운영하는 치즈 회사를 공급업체에 끼워 넣어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치즈를 공급하는 일명 ‘치즈 통행세’를 물려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뿐 아니라 부당함에 항의하는 점주를 고소하고 이탈한 가맹점주 매장 근처에 직영점을 여는 ‘출점형 보복’ 등을 자행해 해당 점주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은 대기업의 ‘나이 지긋하신’ 회장님들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채소를 아이템으로 ‘맨주먹 성공신화’를 일궈낸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대표 역시 최근 비상식적인 갑질 경영, 이른바 ‘똥개 교육’으로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본사 직원들 가운데 가맹점 점주를 선발하는 회사 구조 상 점주들은 이 대표를 신봉하듯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는 점주들에게 욕설과 폭력 등 비인간적 대우를 일삼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점주 B씨는 “크던 작던 ‘갑질’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며 “본사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모션이나 할인 행사 등은 대부분 가맹점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구조이며, 본사를 통해서만 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점도 가격과 신선도 측면에서 심히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갑을 관계’의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이처럼 ‘갑을 관계’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시장의 산업 구조는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을 야기한다. 가맹본부의 ‘갑질’ 행태는 가맹점에 대한 자재 공급시스템을 활용한 부당한 수익 창출, 가맹점 이탈에 대한 본점 출점형 보복, 점주 모욕과 직원 성희롱 등으로 대표되고 있다. 또한 오너의 도덕성 부재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즉각적인 가맹점 매출 하락으로 나타나 그 피해가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력과 노하우가 없는 점주들에게 진입 장벽이 낮고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춘 프랜차이즈 창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다. 박기영 제6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연 200조원 매출을 기록하는 삼성전자는 1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지만, 프랜차이즈 산업은 100조원 매출로 124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프랜차이즈 산업의 순기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서정석 장안대학교 프랜차이즈경영과 교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정한 표준 계약서를 도입해 각자의 역할과 수익 구조를 명확히 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오너 리스크’에 따른 가맹사업자의 일방적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효율적인 법적 제도 마련과 비정상적 수익구조 개선 등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건강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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