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이냐 관용이냐, 소년범죄 딜레마
처벌이냐 관용이냐, 소년범죄 딜레마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7.09.06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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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처벌이냐 관용이냐, 소년범죄 딜레마

 

대담해지는 청소년 범죄, ‘엄벌’이 답?

 

 

 

 

지난 3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서 벌어진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의 피의자가 10대 여고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소년범죄가 또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사건의 파급력은 이전과는 크게 달랐다. 피해자와 피의자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는 점, 범행 과정이 지나치게 치밀하고 잔혹했던 점, 범행 이후 피의자와 공범의 행위가 비상식적이었던 점 등 충격적인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년법 개정 문제도 다시금 공론화되고 있다.


형법 악용하는 강력 범죄 증가세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피의자가 구치소와 법정에서 보여준 행태로 인해 소년범죄를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게 했다. 살인범 김모 양의 공범인 박모 양 측 변호인은 2차 공판에서 소년법 적용 만료 시점 전에 재판이 완료되길 바란다는 의사를 밝히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재 만 18세인 박 양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올해 안에 이뤄지면 ‘소년법(법률 제13524호)’을 적용받게 된다. 국내 소년법에 따르면 재판 선고 시점을 기준으로 미성년자가 아무리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그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은 20년이다. 가석방까지 고려하면 15년 정도의 징역형을 살 수도 있다. 더욱이 10세에서 14세 사이의 아이들은 범법행위를 저지르더라도 판단이 미숙한 것으로 간주돼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觸法)소년’으로 분류된다. 범행 당시 소년범이 정신적·사회적 미성숙 상태에 있었다는 점, 교화나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성년자의 범죄 행위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에서 벗어난 처분이 논쟁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지난 7월 경기도 고양시의 한 백화점에서 일어난 테러 협박 사건의 용의자는 초등 4학년생으로 밝혀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귀가했으며, 지난 5월엔 중학생이 초등생을 유인해 흉기로 위협한 일이 발생했음에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교내 봉사 5일과 학부모 교육 5시간 처분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촉법소년 연령대 아이들의 발육과 지적능력이 빨라지면서 심지어 이를 악용해 자신의 범죄 행위를 자랑하거나 범죄에 활용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또한 지난해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10대 중 촉법소년 비율이 2011년 10%에서 2015년 13%로 증가추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듯 상당수 전문가들과 법조계에서는 현재의 형법이 지난 1953년 제정 당시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잔혹해지는 범죄, 처벌강화법 움직임

미성년자들이 저지르는 전체 범죄 건수는 대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경찰청 범죄분석통계를 살펴보면 2012년 10만 4,532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미성년자 범죄 건수는 점차 감소하며 2015년 7만 9,342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양적으로는 범죄가 줄었지만 문제는 범죄가 집단화 되면서 그 죄질도 더 나빠진다는데 있다. 살인과 성범죄, 방화 등 전체 미성년자 강력범죄에서 14세와 15세가 차지하던 비율은 각각 2012년 4%와 16%였지만 2015년에는 11%와 20%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검찰청에 송치된 소년사범 중 공판에 넘겨진 비율은 2007년 3.9%에서 2015년 5.0%로 늘어난 반면 불기소된 경우는 60.1%에서 49.2%로 하락했다.
 

  이처럼 성인범죄를 잔혹성을 뛰어넘는 소년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소년법을 적용하는 연령 기준을 하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법 제도가 의도적인 흉악범죄에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하면서 피해자의 인권이 경시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경기 용인정)은 지난 7월 ‘소년 강력범죄 처벌강화법’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18세 미만의 소년범에게 사형 또는 무기형을 선고할 때 형량 완화 특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도 형량 상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표 의원은 “강력범죄를 범한 소년범이 짧은 형기를 마친 후 보복 또는 재범에 나설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줄이고 미성년자의 잔혹한 범행으로 어린 자녀를 잃은 유가족의 충격과 상실감을 덜어주기 위해 입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면죄부 안돼’ VS ‘보호할 의무’, 의견 팽팽

소년범죄의 처벌 강화를 외치는 엄벌주의자의 주요 요지는 미성년자들이 연령 때문에 법 규정상 혜택을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이다. 소년 범죄자의 흉악범죄 증가 비율이 성인보다 높은 상황에서 미온적인 처벌은 시대착오 적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중한 처벌이라는 응보적 행위가 소년 범죄자들에게 범죄 억지력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수 교수는 “그간 소년법은 소년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아왔지만 이제는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2차 피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 입장도 만만찮다. 기존의 소년법 취지를 잘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단죄효과’를 충분히 살릴 수 있으며, 단순히 법 기준을 강화해서 범죄를 예방하려는 정책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인범죄처럼 강하게 처벌했을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일부 극단적인 사건 때문에 성급하게 법 기준을 강화하면 소년법의 목적이 훼손되는 부작용이 뒤따를 거라고도 말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강경래 교수는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10~19세 청소년들은 단순 가출로도 소년원에 보낼 수 있고, 집단적으로 몰려다니거나 음주를 할 경우 가정법원에 송치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소년법이 너무 관대하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규정을 소년법이 ‘처벌’보다 ‘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소년법은 소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목적이 아닌, 소년 범죄자에게 회복 기회를 부여하고 소년의 보호와 교육을 통해 원만히 사회에 복귀토록 하여 보통의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 구조 개혁을 통한 근본적 해결책 찾아야

다른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만으론 청소년 범죄를 줄일 수 없다며 사회 구조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년범이나 문제 학생이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청소년들은 범죄가 처벌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인지하는데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원인에 대한 논의 없이 강한 처벌로 범죄를 억제하려 한다면 사회의 혼란만 부추기고 더 심각한 범죄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소년범 중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나 품행장애 등 정신 질환을 가진 청소년 비율이 높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봉석 교수 연구팀은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정신건강에 게재한 논문에서 소년원에 재소 중인 남성 청소년의 90.8%가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가지며 75.1%에서 정신질환의 공존병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범죄 청소년들에 대해 처벌도 중요하지만 교육과 치료가 선행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지금의 교육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이다”며 “학교 밖에서도 사회 규범을 배울 수 있는 대안교육 체계를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년보호기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과 인원 확충 및 시설 현대화도 필요한 부분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소년범 재범 비율은 2006년 28%에서 2015년 42%까지 뛰었으며, 소년원 내 사건사고도 2011년 306건에서 2015년 1,011건으로 3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리 인원 부족과 수용 정원 초과라는 현실 속에 지금의 청소년 교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수치기 때문이다.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우리 사회의 산적한 과제를 시급히 풀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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