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소년 범죄, 풀어야 할 우리 사회 숙제
증가하는 소년 범죄, 풀어야 할 우리 사회 숙제
  • 민문기 기자
  • 승인 2017.09.05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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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민문기 기자]


증가하는 소년 범죄, 풀어야 할 우리 사회 숙제

 


​처벌 수위 놓고 찬·반 논쟁 이어져…

 

 


지난 10월 경기도 용인에서 9살의 초등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던져 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여성을 사망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원도에서는 9살의 초등학생이 1년간 9명의 여학생에게 음란 영상을 보여주며 성추행하고 남학생 4명에게는 폭력을 휘둘렀다. 9살의 아이들이 했다고 생각하기에 어려운 위 두 사건은 매우 충격적인 ‘범행’이지만 이들은 ‘촉법소년’의 대상자로 ‘형사 처분’이 불가능하다. 늘어만 가는 소년범죄에 비해 이들을 법적으로 제재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이 사실상 없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형사 처분 대상에서 제외되는 촉법소년(觸法少年)


일명 ‘캣맘 사망사건’이라 불리는 용인시 벽돌 투척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초등학생들이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사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들의 관심은 촉법소년이 무엇인지에 쏠렸다. 1953년 형사법 제정 후 형법 제9조에 따라 ‘만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만 14세 미만은 형사 미성년자로 분류돼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촉법소년’으로 분류되는 만 10세에서 14세의 경우 가정법원을 통해 소년원 송치, 가정 및 학교로의 위탁 교육 등의 처분을 내리는 것은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촉법소년에 대한 처분도 사실상 형사처벌이 아닌 교육과 보호의 개념에 가깝기 때문이다. 만 9세 이하에 대한 형사처벌 미적용은 현재 62년간 유지되고 있다. ‘보호처분’ 하한 연령만 한 차례 12세에서 10세로 내려갔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 A군은 9세의 나이로 촉법소년으로 기소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조차 받지 않게 된다. 

반면 촉법소년보다 나이가 많은 만 14세 이상에서 만 19세 미만이 범죄행위를 저지르면 ‘소년범’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미성년자의 나이지만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캣맘 사망사건의 범인이 9세 소년으로 밝혀진 지난 10월 16일 개설된 ‘다음 아고라’ 청원에는 4만여 명의 네티즌이 형사 처분을 요구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리얼미터’가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형사 처분 연령 기준 하향에 찬성하는 의견이 62.6%, 반대가 32%로 찬성이 2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촉법소년 범죄 10년간 38% 증가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지능적, 대담하게 진화하고 있으며 사건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일부 촉법소년들은 이점을 악용해 범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지난 10월에는 서울 송파구 일대 식당과 편의점 10여 곳에서 금품을 훔친 14살 중학생 7명이 경찰에 체포되었지만, 이 중 4명은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훈방조치로 풀려났다. 이들은 다음 날 똑같은 범행을 시도해 다시 체포됐다. 촉법소년 범죄 발생 건수는 해마다 1만 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9,500건, 2012년 1만 2,800건, 2013년 9,500건에 달한다. 특히 성폭행, 강도, 방화 등 4대 강력범죄 건수는 2011년 322건, 2012년 304건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전체 범죄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강력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4%에 달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촉법소년의 범죄율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가 범죄 의식이 약하고 범죄를 저질러도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에도 충격적인 사건이 계기가 되어 어린 나이에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일정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졌다. 지금의 형사미성년자 규정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된 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최근 아동들의 정신적 신체적 발달, 발육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진 것에 비해 이러한 법안은 현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이에 형사 처분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가 다시 재기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학교폭력’에 대한 새누리당 대책의 일환으로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기존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만료 폐기됐다. 만 13세부터는 중학생에 해당되기 때문에 중학교부터 심해지는 학교폭력에 ‘형사 처분’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만 10~13세의 촉법소년 범죄 중 약 70% 정도는 만 13세 소년범죄다. 12세 범죄는 약 20%를 차지한다. 따라서 여당의 학교폭력 대책안은 결국 ‘보호처분’으로 끝났던 촉법소년 범죄의 90%를 형사 처분으로 엄격히 다루자는 주의다. 경찰 등 일선 수사기관에서도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14세 미만의 우범 중학생들은 스스로 형사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범행을 저지른다는 한탄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도 처벌강화 의견이 나왔다. 한 변호사는 “구가 형벌권은 범죄인을 교화시키는 것 못지않게 사적인 복수를 대신해 준다는 중요 기능이 있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국가가 아예 형벌권을 행사하지 않을 때 피해자의 상실감은 커져가고 결국 사적인 복수심을 부추겨 사회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형벌의 사회 질서유지 측면을 강조했다.

 

 

▲ⓒkbs

 

 

촉법소년 기준 낮추는 문제 신중론 대두


소년범죄 처벌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과 반대로 일부 청소년전문가들은 형사 처분 연령을 낮추는 것은 사회적 파급효과가 커서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소년범죄를 징벌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것도 필요하지만, 소년범죄자를 사회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 결국 ‘성인범죄자’로 양산되는 쪽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처벌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행 청소년들에 대한 처벌보다는 선도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회적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도 발생한다. 어린 나이에 소년범으로 처벌을 받을 경우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혀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전문가는 “무조건적으로 처벌만 해버리면 사회에서 정상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된다”며 “청소년 범죄를 따로 구분해 소년재판으로 넘겨 선도 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촉법소년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도 소년범 연령을 낮춰도 크게 달라질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소년범죄는 대부분 일시적 충동을 자제하지 못해 일어나기 때문에 사리분별이 가능한 상태에서 저지르는 성인 범죄와는 차이가 있다”며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은 교화와 선도가 목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견들로 전문가들은 범죄에 노출된 아이들을 예방하고 교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는 “아이들은 치매노인이나 정신이상자 등과 같이 책임 능력이 없고 사리분별이 완성되지 않은 미성숙한 단계이기 때문에 형사 처분은 큰 의미가 없다”며 “이 때문에 처벌보다 보호관찰, 치료감호 등 비형벌적인 보안처분을 통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반적인 환경 조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소년범죄에 대응하는 외국의 자세


세계 각국은 사회, 문화적 환경 차이에 따라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만 7세에서 18세까지 다양하게 기준으로 하고 있다. 국가별로 형사책임연령을 정의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7세와 14세에 여러 국가가 기준을 둔다. 주로 의무교육과정을 마치는 연령과 취업연령 등이 형사책임 최저연령 설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UN 아동권리협약은 아동범죄를 다룰 때 형법 위반능력이 없다고 추정되는 최저연령을 설정하고, 최저연령이 만 12세 이하인 국가의 경우 이를 상향 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국내와 가장 유사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본 형법 제41조는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997년 고베아동연쇄살인사건 등 충격적인 범죄가 끊이지 않으며 형사처분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2000년 만 16세 이상이던 형사 처분 가능연령을 만 14세 이상으로 낮췄고, 2007년에는 소년원 송치 가능 연령을 12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2014년에는 만 14세 이상 소년범에게 선고 가능한 형량을 징역 15년에서 20년으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미국은 아동범죄를 가장 엄격하게 다루는 국가로 손꼽힌다. 미국 관습법에 의하면 7세 미만 소년을 형사책임 최소연령으로 보고 13세 미만 범죄자를 ‘아동비행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대부분의 주들이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두지 않고 있다. 형사 처분 최저연령이 있다고 해도 아무 조치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7세 미만도 소년법원의 보호처분이 가능하고, 범죄 의도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되 사법당국에서 죄를 명백하게 입증할 경우 형사 처분이 가능하다. 

  
영국은 1963년부터 형사책임 무능력자를 10세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유럽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형사책임연령을 규정하고 있어 아동인권적 시각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스코틀랜드의 경우 2010년 UN의 권고대로 최저연령을 8세에서 12세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영국도 형사책임 하한연령과 별개로 18세 미만 소년은 소년법원의 관할로 두고 있다. 구금·훈련 명령은 12세 이상에게만 할 수 있으며 소년교도소 수용도 15세 이상만 가능하다.

   

아이들의 빠른 성장과 함께 소년 범죄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들이 법의 개정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캣맘 사망사건’이 계기가 돼 증가하는 소년 범죄에 대해 법의 보완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인 제도의 정비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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