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7.09.0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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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

 

10주년 맞이한 전 세계 민주주의

▲ⓒissuemaker

 

 국제연합(UN)은 지난 2007년 9월 15일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고 현존하는 민주주의를 성찰·보완하자는 취지로 세계 민주주의의 날을 제정했다. 그리고 올해 세계 민주주의의 날은 벌써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각국에 민주주의는 여러 형태로 진화와 퇴보를 거듭했고, 그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에 민주주의와 연관성이 높은 국민, 시위, 권위주의 세 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조명했다.




민주주의 근간인 국민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아테네에서 출발했다. 국민을 뜻하는 ‘demo’와 지배를 의미하는 ‘kratos’가 합쳐진 ‘demokratia(국민의 지배)’가 민주주의(Democracy)의 어원이다. 그래서 국민은 민주주의국가에서 각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현재와 달리 과거에는 사회 구성원 중 일부만이 국민으로 분류됐고, 이들만 참정권을 부여받았다. 고대 아테네는 성인 남성에게 참정권이 주워졌고, 이를 통해 아테네 남성들은 직접 정치적 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상황에 따라 그들이 투표한 대표들에게 자신의 발언권을 대리하도록 했다. 18세기 유럽도 시민혁명을 주도한 부르주아만이 참정권을 부여받아 프롤레타리아나 여성, 노예의 삶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현재 여성, 이민자, 인종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보다 완화됐지만, 이들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하다. 정연보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민주화 과정에서 다양한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문제, 동성애, 인터섹스(intersex), 트렌스젠더 등 젠더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성차별과 성소수자 문제가 민주주의를 위한 핵심요소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성숙한 민주주의 위해 시위하라!


역사상 민주주의가 꽤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될 기본권에 대한 열망이 구성원 모두에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은 국민이라는 범주에 속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고, 그로 인해 수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다. 과거 시위는 주로 지배층에 항의하는 성격이 강한 반면에 현재 시위는 환경, 종교, 노사, 인종 등 발생 원인이 세분화됐다. 아시아만하더라도 UN이 세계 민주주의의 날을 선포한 이래 많은 시위가 나타났다. 신형식 한국민주주의연구소장은 “2014년 3월 대만에서는 학생들이 입법원을 점거한 해바라기 학생운동이 발생했고, 2015년 홍콩에서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발표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안건에 반대해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이 9월 28일부터 79일간 전개됐다”고 말했다. 신 연구소장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대한민국 촛불 시위를 ‘촛불 시민혁명’이라 명명, 아시아 민주주의 역사와 운동에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진명 고려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촛불시위에 꽤 오랫동안 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축제분위기를 형상한 만큼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위 풍경을 자아냈다”고 전했다.


 

저무는 민주주의, 약진하는 권위주의?


UN이 세계 민주주의의 날을 선포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이전만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 10년간 민주주의에 대한 열의가 강한 국가가 있는 반면에 민주주의 후퇴로 권의주의가 약진을 보이거나 비(非)민주주의로 복귀한 국가도 있었다. 30년 전 민주주의국가를 수립한 필리핀은 2016년 5월 전통적인 성향이 강한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후 그는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비인권적인 모습을 보여 인권 전문가들에게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맹비난을 받았다. 한편 신형식 연구소장은 민주화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사례로 중동을 예로 들었다. 그는 “2010년 재스민혁명과 2011년 아랍의 봄이 일어나 중동에 민주화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과 군부의 개입으로 인해 이집트에는 권위주의 정부가 다시 들어섰고, 시리아는 종파간의 분쟁으로 끝 모를 내전과 테러에 휩싸였다”고 설명했다. 신 소장에 따르면 전직 정부 수반의 모임인 마드리드 클럽은 민주주의의 위기는 개발도상국만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에 그는 “경제위기와 실업률의 증가로 선진국 민주주의 역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들의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은 개도국 민주주의 지원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선동에 눈 먼 대중과 바른 말 규제받는 언론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7 언론자유 보고서’는 올해가 전 세계 언론자유 상황 13년 이래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론 때리기’와 권위주의자들은 물론이고 일부 민주 정부들까지 그들과 뜻을 달리한 미디어를 규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가짜뉴스와 포퓰리즘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을 겨냥한 가짜뉴스가 나돈 적 있는데, 가디언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가짜뉴스를 유포한 벨레스의 청소년들은 가짜뉴스가 돈이 되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장미대선 당시 일부 후보자를 겨냥한 ‘문용준 제보조작사건’이 그 대표적인 가짜뉴스 사례다. 한편 포퓰리즘은 민중에 의한 정치를 펼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적 성격을 갖지만, 선동가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프란치스코 교황은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교황은 “당시 독일은 1930년 경제 위기를 겪고 붕괴된 상태였다. 독일인들은 국가를 다시 일으켜줄 지도자를 원했고, 이때 히틀러가 ‘내가 할 수 있다’고 외치며 나섰다”고 언급하며 “히틀러는 권력을 훔치지 않았다. 히틀러는 국민에 의해 선출됐고, 그 후 국민들을 파멸시켰다”고 강조했다. 즉,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급급한 선동가들이 가짜뉴스로 대중들의 눈을 멀게 하는 셈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영제 한국민주주의연구원의 ‘한국 민주주의 수준과 국가의 품격’은 현 시대를 “민주주의국가임이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민주적이지 않은 국가들이 비정상적인 상황, 즉 민주주의가 보편적인 정체된 시대”라고 정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00개에 가까운 국가가 민주국가이며, 혼합정체 국가는 50여개 국가, 독재국가는 20개 내외에 지나지 않은데, 이는 사회주의권 붕괴로 독재 국가 수가 급속히 감소돼 1990년대 이후에는 독재국가보다 민주주의국가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리덤하우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33점을 기록한 한국은 조사 대상 199개 국가 가운데 66위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부분적 언론 자유국’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신형식 연구소장은 “시민참여민주주의는 정당 중심의 대의제라는 간접민주주의의 결점을 보완하고 대의제를 성숙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며 “시민들은 일상적으로 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학문, 사상,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통해 권력을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연보 교수는 “여성과 성소수자들에 대한 낙인과 배제,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젠더 문제로 차별 없는 민주주의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사람들은 국민들에 의한 국가 민주주의에 큰 매력을 느꼈다. 시대를 거듭할수록 민주주의가 가진 한계점이 하나둘씩 드러나자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감에 빠졌고, 일부는 비민주주의를 선택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미완이었기에 시민들은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항의하고 결사했다. 현재 민주주의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다면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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