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태권도 국가대표 이대훈 선수
[단독 인터뷰]태권도 국가대표 이대훈 선수
  • 임성지 기자
  • 승인 2017.09.04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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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지 기자]

 


태권도가 가진 편견 깨뜨린 회심의 돌려차기

슬럼프 이겨내고 세계 대회 금메달 연달아 획득

 

 

 

태권도의 날, 한국 태권도 영웅을 만나다

 

WTF(세계태권도연맹)은 세계 태권도인들 간의 단결과 태권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9월 4일을 ‘태권도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은 1994년 9월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날이다.

 
태권도는 한국에서 창시되어 세계화된 국제공인 스포츠이다. 태권도가 우리나라 종주국인 만큼, 세계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강세를 보여 왔다.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효자 종목의 자리를 지켜왔고, 많은 태권도 스타도 탄생했다. 그중 주목받는 태권도 스타가 있다. 태권도 실력만큼이나 잘생긴 외모를 가진 국가대표 이대훈 선수다. 그는 지난 8월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7 월드태권도 그랑프리시리즈’ 1차 대회 남자 68kg급 결승에서 알렉세이 데니셴코(러시아)를 18-1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6월에는 전라북도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무주 세계선수권 대회’ 남자 68kg에서 대만의 황 유옌 선수를 26-8로 대파하고 이 대회 통산 3번째 정상(2011·2013년)에 올랐다. 이에 9월호를 준비하며 9월 4일, 태권도의 날을 기념해 이대훈 선수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무주 세계선수권 대회와 월드태권도 그랑프리시리즈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최근 대회들의 우승은 이대훈 선수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 2015 첼랴빈스크(러시아)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8강을 기록했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8강 탈락한 후 패자부활전 끝에 동메달을 땄습니다. 주변에서는 전성기가 지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졌고, 저 역시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내가 기량이 떨어진 것 아닌가’라는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차라리 기대를 버리자고 마음먹은 것이 부담감을 더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금메달은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Q. 지난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패했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 선수를 2017 월드태권도 그랑프리시리즈에서 다시 만나 승리했습니다. 아부가우시 선수를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요?


- 5살 때부터 20년 동안 운동을 하면서 승패를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승패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흐마드 아부가우시 선수는 매우 훌륭한 태권도 선수 중 한 명입니다. 훈련한 결과를 모두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Q. 리우올림픽이 끝나고 ‘금메달 못 딴다고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 화제였습니다.


- 매 경기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물론, 저 나름대로 욕심은 있습니다. 리우올림픽이 끝난 후 아름다운 패자라고 쓰인 기사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름다운 패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1등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1등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사실 이대훈 선수는 잘생긴 태권도 선수로 더 유명합니다.


-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자꾸 잘생겼다고 칭찬해주시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2010년 아시안게임 우승하고 꾸준히 얼굴 비치다 보니까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면서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됐는데, 쑥스럽지만 저를 좋게 봐주신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운동선수들의 방송 출연이 잦아졌습니다. 이대훈 선수도 혹시 생각이 있으신가요?


- 현재는 방송 출연 생각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은퇴하고 나이가 많게 되면, 하고 싶은 프로그램 있으면 출연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무한도전 팬이어서,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은 나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화끈한 공격력으로 슬럼프 격파


사실 2016년 리우올림픽이 끝난 후 이대훈 선수는 큰 시련을 겪었다. 8강에서 탈락한 후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딴 그를 반겨주는 건 비난뿐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각종 대회에 나가 우승을 석권했던 이대훈 선수 본인에게도 기대에 못 미친 리우올림픽 성적은 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 두 차례 열린 메이저 대회에서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승리하며 이대훈 선수는 스스로 자신의 기량을 증명했다.

 
우승보다 놀라웠던 것은 경기력이었다. 이대훈 선수는 방어적인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 태권도 종목에서 강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그는 그야말로 ‘득점왕’이었다. 이대훈 선수는 2017 무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진행한 총 6경기에서 무려 162득점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대훈 선수의 경기를 본 후 우승의 결과도 값지지만, 과정의 화끈함에 최고라고 평했다.

 

Q. 리우올림픽 이후 비난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 리우올림픽 이후 저와 관련된 기사를 보다가 ‘연약하다’, ‘말랐다’ 등 비난을 하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악플을 보고 이를 채찍질로 생각해 지적받은 부분을 보완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상체 운동인 턱걸이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태권도는 발차기로 점수를 내서 상체 운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 편견과 싸우고 싶었습니다.

 

Q. 턱걸이 실력은 어떻게 되시나요?


- 운동선수들은 턱걸이 수십 개씩은 거뜬히 해낼 거로 생각하잖습니까? 특히 투기 종목 선수들은 더 잘할 것으로 예상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턱걸이를 한 개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매달려 있는 것으로 시작했고, 그렇게 2분씩 매달리다가 버틸 만해질 때쯤에는 시간을 조금씩 늘렸습니다. 하지만 상체 운동을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코치 선생님들이 '또 턱걸이 하니?' '지금은 몇 개나 하니'라고 물어볼 정도로 철봉에서 살았습니다. 그 결과 3개월이 지나면서 정확한 자세로 턱걸이 5회를 할 수 있었고, 지금은 10회씩 5세트를 거뜬하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상체운동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준 건가요?


- 운이 좋게도 WTF가 태권도 경기에 새로운 룰을 도입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두 선수가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손으로 미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상대를 밀어내거나 버틸 만큼의 상체 힘이 있으면 멀어진 공간을 파고들어 포인트를 올릴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를 이용해 공격적인 태권도를 펼쳤고, 결과도 좋았습니다.

 



 

Q. 어려운 과정을 이겨낸 지금, 이대훈 선수가 가지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 저는 보통 목표를 속으로 생각할 뿐 누군가에게 알리는 편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 우승했다고 해서 일희일비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도 만약 기회를 얻는다면, 아시안게임에 나가 3연패를 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한 단계 한 단계씩 밟아나갈 계획입니다.

 

Q. 9월 4일, 태권도의 날을 맞이하여 이슈메이커 독자들과 이대훈 선수 팬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습니까?


- 사실 아시안게임 우승보다 더 이루고 싶은 게 있습니다. 더 빠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이 태권도가 포인트 따기 급급한 재미없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십니다. 빠르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그 편견을 깨고자 합니다. 이슈메이커 독자 분들과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모든 분께서 태권도가 재미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시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재/임성지 기자, 글/김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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