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폐지가 2017년으로 다가오며 ‘고시계의 메카’로 불렸던 신림동 고시촌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선발 인원이 1,000명으로 늘며 한때 2만 5,000명에 육박했던 사시 응시자가 로스쿨 도입과 맞물리며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6,000명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빚어진 일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해 공무원 경력직 선발 확대와 함께 행정고시 선발 인원을 점차 줄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행시 준비생마저도 줄었다. 4만 명에 육박했던 신림동 고시생(사시·행시·외시) 숫자는 현재 2만여 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고시촌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초 마지막 사시 1차 시험이 치러진 후엔 사시 준비생들도 썰물처럼 신림동 고시촌을 빠져나갈 것이란 위기감이 퍼지며 고시원은 물론 독서실, 고시서점, 고시생 식당들도 줄줄이 폐업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김남근 기자, 이영현 기자, 글/김남근 기자
정부의 무관심에 빛을 잃어가는 ‘신림동 고시촌’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고시촌이 쇠락하면서 정치인들도 긴장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던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고시촌 살리기’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 정도였으며, ‘국회에 가면 사시 존치에 앞장서겠다’라는 공약을 내걸기 일쑤였다. 하지만 정작 여·야 수뇌부에서는 이에 큰 관심은 없어 보인다.
최근 ‘청년층 소통’ 행보를 펼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3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을 찾아 청년층과의 소통을 시도했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청년들이 고시촌서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갈 때 박근혜·김무성은 뭐했나’, ‘청년실업 최고치! 취업해도 비정규직! 월급은 쥐꼬리! 박근혜 책임져라’ 등의 피켓을 내건 청년들의 거센 아우성이었다.
청년단체 ‘더 나은’의 임선재 대표는 김 대표 측에 지난달 11일에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이메일과 등기로 전달하고 전화로 재차 참석 의사를 물어봤지만, 일정상의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는 답변과 함께 해당 단체 소속 회원들의 소속과 성향 등을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임씨가 전 통합진보당 당원일 뿐 아니라, 그 청년회 회원 대부분이 당원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임씨와 그 청년회가 순수하게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해 청년들의 분개를 샀다. 초청 공문에는 ‘청년문제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보자’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드러나 있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청년 정책과 관련한 해당 단체의 제안 내용 등과 무관하게 사실상 단체 소속 회원들의 출신과 성향을 이유로 청년들의 대화 요청을 거부한 셈이다.
낙후된 서울의 변두리였던 ‘신림동 고시촌’. 과거 대규모 판자촌 밀집 지역이었던 이곳은, 청년들의 희망, 대한민국의 밝은 내일을 위한 청년들의 열정으로 가득 찼었다. 하지만 이젠 쇠퇴 속도가 빨라 보인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사법고시와 함께 빛을 잃어가는 ‘신림동 고시촌’. 몇 년 후 이곳은 어떻게 변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