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는 자연환경이 발원지”
“슈퍼박테리아는 자연환경이 발원지”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7.08.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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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에 퍼져있는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 구축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슈퍼박테리아는 자연환경이 발원지”

자연환경에 퍼져있는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 구축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이후 많은 항생제들이 개발되어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페니실린’ 발견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바로 항생제 내성 때문이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인류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나, 항생제 내성에 대한 거의 모든 연구는 병원을 위주로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미생물 전문가들은 ‘자연환경’이 항생제 내성의 기원 및 저장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환경 유래 항생제 내성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중앙대 차창준 교수를 만나 인류의 위협이 되고 있는 항생제 내성에 대한 이야기와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들어봤다.   


항생제 내성은 미생물의 자연적인 현상

2011년 ‘네이처’ 저널에 3만 년 전 동토에서 여러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것이 보고되면서 항생제 내성은 인간의 항생제 사용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오래된 자연현상이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으로 굳어지고 있다. 차창준 교수는 “항생제는 세균들이 경쟁하면서 다른 세균을 죽이기 위해 자연적으로 내는 물질”이라고 소개하며 “수평적으로 유전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미생물들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다재내성을 갖게 되고 이것이 슈퍼박테리아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 미국 정부에서는 항생제 내성을 비롯한 감염성 질병에 대해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통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원 헬스(One Health)’의 다학제적 협력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차창준 교수는 여기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온 ‘환경 내성체(environmental resistome)’, 즉,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통합적 개념인 리지스톰(resistome)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환경에서의 항생제 내성체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차 교수는 환경부 생활공감 환경보건기술사업을 통해 중앙대학교 내 ‘항생제 내성체 연구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5년간 1년에 약 10억 규모로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전북대와 광주과기원이 공동참여하고 있으며 항생제 내성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국가 감시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 항생제 내성지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생물의 모든 것을 분석한다 

연구센터는 항생제 내성 분석 방법으로 배양법과 비배양법을 활용하고 있다. 배양법은 자연계 미생물의 일부만 분리된다는 단점이 있어 비배양법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비배양법은 환경에 존재하는 DNA를 직접 분석하는 방법으로 고효율 대량 유전자 분석기술인 스마트칩 기술과 메타유전체 기반 분석기술이 활용되고 있는데 차 교수는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항생제 내성 유전자뿐 아니라 미생물의 모든 유전자를 더 폭 넓고 깊게 분석할 수 있는 메타유전체 기술이 주류 기술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차 교수와 공동 연구팀은 1년에 3번 2월, 5월, 8월에 한강의 15 지점과 전국 주요도시의 하수처리장, 축산폐수처리장 등에서 연간 약 5000 균주의 미생물을 수집해 항생제 감수성을 조사하며, 스마트칩과 메타유전체 기술을 이용해 내성 유전자를 분석한다. 차 교수는 5년 간 축적된 모든 미생물 및 항생제 내성 유전자 서열 정보를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국가 항생제 내성 지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2016년 연구센터가 설립된 이후 1년간의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한강 상류와 중류보다 하류의 항생제 내성체 수치가 확연히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차 교수는 “인간의 활동이 많을수록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한강의 경우 어떤 미생물이 내성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이어서 관련 분야 최고권위의 저널에 논문을 준비 중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생물 모니터링으로 항생제 내성체 발생과 전파, 진화 시나리오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국가 감시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며 “북한강 및 남한강 상류, 한강 하류에 이르기까지 직접 시료를 채취해 미생물을 수집하고 수 만개가 넘는 페트리접시를 만들어 실험하는 우리 학생들이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연구실 학생들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원-헬스(one-health)의 중요성 인식해야”

환경미생물 내성체 연구로는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차창준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주도하는 ‘원-헬스(one-health) 항생제 내성 연구’ 다부처 R&D 사업 기획의 환경 부문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원-헬스의 중요성을 알려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다부처가 참여하는 사업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라며 임상 의사들도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생제 내성의 지속적 발생과 확산이 인간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WHO가 경고함에 따라 관련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다부처 R&D 사업을 계기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미생물학대회(IUMS)가 올해 싱가포르에 이어 2020년 대전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향후 관련분야의 발전이 더욱 더 기대된다. 차 교수는 조직위원으로 참여해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도 일조하고 있다. 그는 “미생물이라는 기초적인 연구를 하고 있지만 기초연구를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에는 응용연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센터를 통해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뿌듯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좋은 연구 성과를 내기까지 거치는 모든 과정들을 하나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며 제자들에게 꼼꼼히 꾸준하게 연구에 임하기를 주문하기도 했다. 

  항생제 내성의 확산에 따라 인류가 항생제를 발견하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아직 세계적으로 확실한 선도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중앙대 항생제 내성체 연구센터가 등대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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