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항 민영화 독(毒)이 될 것인가, 약(藥)이 될 것인가
인천 공항 민영화 독(毒)이 될 것인가, 약(藥)이 될 것인가
  • 김용호 기자
  • 승인 2012.07.24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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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영화 논란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시켜야
[이슈메이커=김용호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7월 11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을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1,986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놓고 정부가 인천공항 민영화의 신호탄을 쏜 거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 되고 있다. 경영 및 운영 효율성이 높아 질 것 이라는 찬성 측의 입장과 한 해 3,400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공기업을 왜 매각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대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속내는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1992년 착공해 8년 4개월 만에 총공사비 7조 8,000억 원이 투입되어 2001년 3월 29일 개항했다. 21세기 대한민국 항공 운송의 수요 분담 및 동북아시아의 허브(hub)공항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한 이래 2011년 까지 연간 이용객이 2,700만 명에 달하고, 인천공항을 이착륙하는 항공편이 연간 17만대, 화물량은 170만 톤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용 승객과 물류 량의 증가로 인해 차후 2020년 까지 연간 승객 1억 명, 화물량 700만 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공항을 늘릴 예정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민영화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영화를 임기 중에 끝낼 것인지, 아니면 차기 정권에 넘겨야 하는지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치열한 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0년 8월 11일,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민영화 대상기업으로 인천공항을 선정했다. 덧붙여 정부는 정부 지분 51%, 매각 지분 49% 라는 부분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26일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 추진실적 점검 및 향후 계획’을 통해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을 비롯한 가스산업 경쟁 도입, 전기안전공사 기능 조정 등 3개 과제의 19대 국회 재상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선진화를 위해서는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개방해서 공항의 선진운영 기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경우 매년 수천억 원의 흑자를 내는 재무구조를 갖고 있으며, 국제공항협회(ACI)가 실시한 세계공항서비스 평가(ASQ)에서 7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세계 최초로 ACI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기관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선진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꾸준히 제기되 온 세계적 투자은행 맥쿼리社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을 요구 했는데, 이상득 전 국회의원의 아들 이지형씨(골드만삭스 대표)가 맥쿼리社와 재간접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기말년에 자기 뱃속 채우기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인천공항 기업공개(IPO)의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것일 뿐, 일각에서 제기하는 인천국제공항을 특정인에게 매각하려고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후 인천공항 자체 민영화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알짜배기 사업’으로 알려진 인천공항 급유시설의 민영화를 시작으로, 이후 위험물 터미널, 외항사 터미널, 항공터미널, 항공화물창고, 기내식 시설, 항공기정비시설 등 14개 민자시설 역시 민영화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게다가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인천공항 내 면세점 역시 민영화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본격적인 인천공항 민영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7월 11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을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1,986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다음 주, 긴급 입찰을 통해 새로운 민간사업자에게 운영권을 넘긴다는 방침에 합의했다. 인천공항 급유시설은 지난 2001년부터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이 정부로부터 관리운영권을 넘겨받아 운영 해 왔다. 이는 정부에 급유시설을 기부 채납하는 조건으로 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관리운영권의 민간위탁 방식이다. 이후 민간업체의 관리운영권 종료시점인 2012년 8월 13일이 다가오면서, 인천공항 급유시설이 다시 공영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다. 인천공항 급유시설은,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국내외 항공사들에 항공유를 독점 공급하는 사업으로, 지난 11년간 연 매출 200억이 넘는 수입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는 이사회를 통해 급유시설을 인수 한 뒤, 민간에 다시 3년 동안 임대한다는 민영화 방침을 결정했고 공사는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통해, 입찰신청을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심사를 거쳐 늦어도 다음 8월까지 새로운 민간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를 시작으로, 이후 정부가 인천공항 자체 민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계속 시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이번 국회에서 지분 매각이 안 되더라도, 꾸준히 이런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지분 매각 시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정부는 급유시설 민영화 추진의 이유로 사용료 인하를 꼽고 있다. 2001년부터 인천 급유시설이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면서, 부산, 김포, 제주 등과 비교해 국내 최저수준의 사용료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찬성 측 “경영 및 운영 효율성 높아 질것”

▲정부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인 공항이용요금 인사아에 대해, 관련법을 개정해 민영화의 부작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태생부터 민영화 대상이었다. 설립당시부터 많은 부채를 끌어안고 있던 인천공항에 대해 지난 1999년 정부는 51% 지분을 민간에 내놓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신생 공항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2002년 지분 매각이 보류됐다. 이후 주식상장이 재검토됐지만 시행되지 못했다. 공항공사의 지분 매각 계획이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세우면서 공항 지분 49%를 민간에 매각하기로 하고 2009년 말 이를 확정했다. 인천공항 민영화 찬성 측 입장은 인천공항의 경영 및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민간자본의 참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항공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의 자율성 확보 및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공사의 정원을 늘리거나 해외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선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돼있는데,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와 인천의 도시 경쟁력이 중국과 홍콩 공항보다 뒤쳐지고, 공항 지분 매각과 민영화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천공항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국제 허브공항으로, 이를 위해선 다른 외국 항공사들이 이곳을 더 많이 거쳐 가도록 전략적 협력 강화가 필수”라며 “이번 관련법 개정 국회 상정은 당장 지분을 매각하자는 것이 아니라 향후 민영화 작업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4년부터 시작되는 3단계 공사 등을 위해 지분을 팔아 시설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항 지분의 51%는 국가가 보유하고, 공항 착륙료 등 이용요금의 과도한 인상을 막는 규제 등도 관련법 개정에 포함시켜 민영화의 부작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관계자는 “국민들이 매각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정부가 51%의 지분을 유지하고 나머지 지분도 외국인과 항공사의 투자한도를 각각 30%와 5%로 제한하는 만큼 외국인이나 대기업의 지배 가능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대 측 “황금알을 낳는 산업 민영화, 납득가지 않아”

▲여당과 시민단체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인 항공분야에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국부 유출로 이어 질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의 인천공항 민영화 방침에 대한 정치권·시민단체·인천시 등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2004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지난 한 해 3,400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잠재적 가치가 높은 알짜 공기업인 인천공항 지분을 민간에 왜 매각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견해다. 반대 여론은 인천공항의 민영화가 결과적으로 국부 유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외국인 지분을 30% 이내로 묶어도 주주권은 행사할 수 있으며 항공사가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할 경우, 그들의 이익만을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으며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주장인 공항 선진화 방안에 대해, 외국에서도 배우러 오는 인천공항의 선진화 경영 방식에 더 이상 선진화를 추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들 또한 이번 민영화 움직임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2~3일 서울 데이터 리서치는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민영화, ▲대형마트 영업제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인천국제공항 민영화에 대해 반대하는 75.2% 중 ‘적극 반대’는 45.8%, ‘다소 반대’는 29.4%였다. 반면에 찬성은 16.2%로, ‘적극 찬성’ 2.8%, ‘다소 찬성’ 13.4%였다. 민영화 반대 입장이 3배 이상 많으면서, 국민여론이 정부와 다르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구분 없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6월 27일 성명에서 “18대와 마찬가지로 19대 국회에서도 매각 저지에 앞장서겠다”며 “정권 말기에 수천억 원 흑자의 국민기업을 팔겠다는 정부의 속내를 국민 앞에 고백하고 민영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도 “정부가 인천공항 매각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매각 강행을 즉각 철회라고 요구했다. 여당에서 조차 반대 의견이 팽배하다. 새누리당 진영 국회의원은 “작년 이후 정부와 지분 매각을 논의한 바 없고, 지분 매각 재추진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10대 공항 대부분이 국영으로 운영되고 있고, 런던의 히드로 공항이 민영화 된 이후 45위에서 103위로 추락 한 점 또한 찬성 측의 의견을 뒷받침 하고 있다.

 

대 국민적 공감대 형성해야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한 각자 주장이 다르고 또 그럴 듯도 해서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공항민영화가 절실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공항 민영화에 대한 장단점 및 이러한 시점에 민영화가 왜 필요한지 정확한 관련 자료와 매각 수익의 운영에 대해 어떻게 운영되고 국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막연히 인천공항 매각이라고 하면 대부분 국민들이 그렇게 좋은 공항을 왜 민간에 파는지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49% 지분이 외국자본과 민간 자본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불도저식 밀어 붙이기보다 시급한 것은 대국민적 의견 수렴과 현실 대책 마련이 먼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는 국민과 야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세계적 투자은행 맥쿼리社와의 관계나 10조 원대 활주로 유보지에 대한 의혹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이때, 앞으로 정부가 어떠한 입장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계획 할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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