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 행보를 시작하다
미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 행보를 시작하다
  • 임성지 기자
  • 승인 2015.07.01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임성지 기자]

[Cover Story]젭 부시(Jeb Bush)

미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 행보를 시작하다

‘클린턴VS부시’ 정치명가의 대결구도에 촉각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달 1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41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43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주지사는 공화당 내에 폭넓은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어 강력한 대권 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과거 주지사 시절 여러 번 구설에 올랐던 점과 부시 家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한계를 어떻게 타개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공화당 경선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중도성향의 공화당 후보, 젭 부시 


부시 전 주지사는 지난달 15일 오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데이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14일에는 ‘젭(Jeb)! 2016’이라는 선거 로고와 함께 3분짜리 출마 예고용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동영상은 지난 1999~2007년 플로리다 주지사 재직 시절 추진했던 개혁 조치들과 그로 인해 수혜를 입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동영상에서 부시 전 주지사는 “가장 취약한 계층이 우리 사회의 전면에 놓여야 한다”며 “미국 최고의 날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중도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젭 부시 전 주지사는 재선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인 히스패닉계 이주민의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을 보인다. 미국 내 히스패닉 유권자는 통상적으로 보수성향의 공화당보다 이민에 개방적인 민주당에 우호적이다. 그러나 지속적 증가세를 보이는 히스패닉 유권자가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네바다, 플로리다, 버지니아주 등지에서 증가하며 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먼저 공화당 경선이 진행될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주는 히스패닉 유권자가 증가하고 있어 대선 후보를 판가름할 주요 지역으로 분류됐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71%가 오바마에게 투표하며 승부가 결정되었고, 얼마 전 끝난 중간선거 출구 결과에서도 히스패닉 유권자의 62%가 민주당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워싱턴 정가의 대표적인 ‘중남미통’으로 멕시코 태생의 부인을 둔 부시 전 주지사의 공화당 내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부시 전 주지사는 방송 인터뷰와 저술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민법 개혁을 주장해 다른 공화당 주요 인사들과 선을 긋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법을 어긴 것은 맞지만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 것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하며 불법 이민자들을 옹호했다.  

 
부시 전 주지사의 중도적 정치성향은 몇몇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전미 공통교과 과정(Common Core)을 지지하며,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공통교과 과정은 비판적 사고력을 강조하고, 글로벌 경쟁을 염두에 둔 엄격한 학습기준으로 공화당 소속의원의 다수는 공통교과 과정의 도입이 연방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한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또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1977년 성공회에서 감리교로 개종한 것과 달리 그는 1996년 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며, 종교와 정치가 밀접하게 연계된 미국 사회에서 종교의 유연성을 보였다. 하지만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가톨릭교회의 입장과는 달리 부시 전 주지사는 사형제 유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주지사로 재임하는 동한 총 21건의 사형집행을 승인했고, 임기 중 사형 집행 방식을 전기의자에서 약물 부여 방식으로 바꾸는 데 앞장섰다.

 

 

 

 

부시 家의 쉽지 않은 세 번째 대권 도전


부시 家에서 세 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부시 전 지사는 최근 뉴햄프셔 주에서 열린 기업인들과의 조찬모임에 참석해 자신의 형인 조지 W. 부시의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의 2기 행정부는 세금을 너무 많이 썼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예산에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라크전 침공이 근원적인 실수였다고 인정하며 형과의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부시 전 주지사의 대권행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월 10일 “젭 부시의 2016년 미 대선 캠페인은 본격 시작도 전에 휘청거렸다”라며 지난 6개월간 ‘계산착오’로 점철된 부시의 행보가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손상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WP는 공화당 주요 후원자들이 참가한 5월 말 공화당 주지사 협회 회동에서 이미 ‘젭 부시가 생각했던 것처럼 막강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부시의 강점으로 여겨졌던 자금력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시 전 주지사가 여러 주를 차례로 방문하며, 사실상 선거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선거법의 엄격한 정치자금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 출마선언 미루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슈퍼팩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해 올해 첫 3개월간 1억 달러(약 1,091억 원)의 선거자금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로는 그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히스패닉계의 총아’로 불리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 후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루비오 상원의원의 지역인 플로리다 주의 첫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군 가운데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미 여론조사기관 메이슨-딕슨이 지난 4월 14~16일 플로리다 주의 공화당 등록 유권자 400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루비오 의원은 31%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루비오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멘토’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인물이자 경선 관문의 가장 큰 벽으로 인식되는 부시 전 주지사를 근소하게나마 앞섰다. 이는 앞서 지난달 실시 된 두 차례의 플로리다 여론조사에서 부시 전 주지사가 각각 24%, 25%의 지지율로 우위를 달리고 루비오 의원은 각각 12%, 15%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4월 여론조사는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루비오 의원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불과 며칠 만에 4,000만 달러(약 432억 원)를 모금하며 선거자금 동원 능력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부시 측 외부 자문관인 빈 웨버는 “우리 측 선거자금이 상당하다는 경제적 이점이 타 공화당 후보들의 출마선언을 막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며 “뉴 페이스들이 생각보다 강해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월 초 독일,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하며 외교 시험대에 선 부시를 향한 날 선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젭 부시가 베를린 테스트에서 낙제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2008년 베를린을 방문했던 오바마는 자신이 왜, 어떻게 대통령이 될지를 보여주었지만, 젭 부시는 왜, 어떻게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을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과거 대선후보 신분으로 방문해 ‘독일인들의 진심 없이는 미국의 원조도 소용없었을 것’이라 말한 오바마는 박수갈채를 받았으나, 독일 언론은 이번 부시의 ‘외교 시험’에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부시가 경제협의회(Economic Council)의 주최로 2,000여 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대해 독일 일간 디벨트는 “그의 농담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강연이 더 재미있었을 듯”이라고 평했으며, 독일 정치 평론가 후베르투스 뵐머는 “원고를 급하게 읽어 내려가는 부시의 모습은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 2008년 오바마와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주지사 재임 기간에 있었던 일도 부시의 대권 행보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데일리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부시 전 주지사는 플로리다 주 연금기금 중 총 130만 달러를 포르노 영화를 제공하는 영화 대여업체인 ‘무비 갤러리’에 투자했다. 이 같은 사실은 그가 최근 공개한 주지사 재임 기간 공용 이메일 28만 건 중 투자의 시정을 촉구하는 미국가족협회 창립자 도널드 월드몬의 메일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부시 전 주지사는 비판 메일에도 연금기금의 투자는 최고의 수익을 좇을 것이라는 입장으로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 명문가의 맞대결로 이어지나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명 베팅업체들은 일제히 당선 배당률을 제시했다. 온라인
베팅업체 ‘패디 파워’는 민주당, 공화당 후보는 물론 당 밖 유력 인사들까지 포괄한 우승 배당률을 내놓았다. 1위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으로 1.25대 1의 배당률을 보였으며 2위는 5대 1을 기록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였다. 이 같은 배당률은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이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공화당의 부시, 루시오가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NBC방송은 지난 3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는 ‘왜 힐러리 클린턴은 젭 부시를 필요로 하나’라는 보도를 했다. 이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42%를 포함해 모든 정당 등록 유권자 60%가 부시가 과거 정책의 회귀를 대표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 24%를 포함해 모든 정당 등록 유권자 51%가 클린턴이 과거 정책의 회귀를 상징한다고 응답했다. 부시가 미래의 새로운 이념과 비전을 보여줄 것이라고 응답한 이는 27%였고, 클린턴에 대해서는 44%였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9%는 이번 대선에서 변화를 원한다고 답했고, 조사 결과에 의하면 힐러리 클린턴은 부시와 맞붙으면 안정적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타났다. 

 
현재 부시 전 주지사는 ‘민생정치’라는 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아버지 부시’를 내세우며 ‘형 부시’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 실패, 애매한 출마 행보 등이 부시 전 주지사에 대한 미 유권자들의 피로도를 가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부시 전 주지사 지지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비오 상원의원을 비롯해 랜드 폴 상원의원,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가 지지율 11%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는 부시 전 주지사가 지난 3월 21% 지지율로 공화당 경선 후보들 가운데 1위를 차지했던 여론조사 결과와 확연히 다른 모양새다. 46대 미 대선을 1년여 남긴 시점에서 부시 전 주지사가 현 위기를 극복하고 유일무이한 부시 家의 세 번째 대통령에 당선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