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질서 개편의 신호탄, AIIB 출범
국제금융질서 개편의 신호탄, AIIB 출범
  • 이영현 기자
  • 승인 2015.04.0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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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영현 기자]

[Cover Story]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국제금융질서 개편의 신호탄, AIIB 출범

경제와 안보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한국이 세계 양강(G2)인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충돌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가입과 을 두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몰렸다. 중국은 올해 말 출범하는 AIIB에 한국이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청와대가 ‘3No’ 입장을 견지했던 사드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7차 한ㆍ미통합국방협의체(KIDD) 고위급 회의 의제에 올라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팍스 시니카의 첫 걸음, AIIB 출범


AIIB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동남아시아 국가 순방 때 처음으로 설립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공식 출범이 선언됐다. 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로 시작하고 사무국은 베이징에 두며 올해 말 안에 가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자금은 주로 아시아 지역의 사회간접자본 즉, 도로·항만 등 인프라에 집중 투자된다. 

 
AIIB는 기본적으로 30년간 고성장을 마감하고 중성장기로 진입한 중국이 경제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신(新)실크로드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마련이 1차 목표다. 중국에서 아시아ㆍ중동을 거쳐 유럽ㆍ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육·해상 교역로에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를 구축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최소 5조 달러 규모의 아시아 인프라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세계 주요 국가에 손짓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AIIB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영국과 한국 등 전통의 우방 국가들의 가입을 반대해 왔다. 이로 인해 세계금융시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지난 3월 미국의 우방인 영국이 가입의사를 밝히며 AIIB는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도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참여국 수가 30개국을 넘어섰다.

 
AIIB 설립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과 일본이 공동 최다출자국이 되어 만든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이끌어온 국제금융 질서를 변화시킬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AIIB 같은 대규모 국제개발은행이 설립되는 것은 소련의 붕괴 직후인 1991년 동유럽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외신들은 “AIIB 출범은 아시아 지역 내 경제기구 하나가 출범하는 차원이 아니라 향후 이 지역 경제 및 무역 질서를 미국과 중국 중 누가 끌고 갈 것인가 하는 기 싸움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라고 분석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돈 자석이 미국 우방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면서 “AIIB 출범은 21세기 미중 권력 이동의 신호탄”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AIIB 설립 취지는 인정하지만 AIIB가 ‘높은 수준의 글로벌 표준(Global Standard)’에 부합할 수 있을지는 잘 고려해야 한다”며 AIIB가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만큼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AIIB 설립 코앞에 … 피할 수 없는 국제적 흐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적 성장은 더욱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AIIB 설립에 관해서도 미국 내 일부 전문가 들은 중국 주도의 AIIB 설립은 이제 막기 어려운 추세인 만큼 AIIB 설립을 마냥 반대하기보단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립되도록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영 전문지 포브스는 ‘지금 워싱턴이 해야 할 일’이란 칼럼에서 AIIB에 대한 대응으로 “지금 워싱턴에는 첫 번째, 계속 다른 나라에 가입하지 말라고 할 것인가 두 번째, 미국도 가입할 것인가 세 번째, 그냥 놔둘 것인가 하는 세 가지 선택지에 놓여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고 미국에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차라리 미국도 가입해서 그 안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낫다”고 주문했다. 

 
중국이 자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 설립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실물 부문 경쟁력만으로는 미국 주도의 금융질서를 바꾸는 것이 어려운지를 실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휘청거리는 것을 보면서 얻은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바탕이 됐다. 미국이 AIIB 설립에 반대를 표해 온 이유는 중국의 성장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대 지분을 갖고 출범하는 AIIB를 통해 동남아와 서남아 저개발국에 철도, 공항 건설자금 등을 지원하면 자연스레 중국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 규모가 무려 2900억 달러에 달해 중국의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주요 유럽국들이 AIIB 참여를 선언하면서 실제로 중국 내 분위기는 한껏 고무되어 있다. 중국의 한 유력지는 사설에서 “영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입장을 바꾼 것은 중국의 부상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AIIB 경쟁에서 미국을 이겼다”고 노골적으로 승전고를 울렸다. 이에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아시아 중시 정책’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절대적인 독주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의 성장세는 미국이 억지로 막지 못하는 자연스러운 세계적 흐름이다. 하지만 이 두 강대국은 군사력, 경제력 등 주요 부분에 대해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군사적 대립을 잘 보여주는 것이 한반도 내 사드 도입에 대한 갈등이다. 

 

G2, 미·중 한반도 내 사드배치 놓고 첨예하게 대립


한국의 AIIB 가입과 함께 한반도 내 사드 배치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중 두 나라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드(THAAD)란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missile의 약자로 미국의 군사기지를 공격하는 적의 중거리미사일을 격추시킬 목적으로 제작된 공중방어시스템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해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이 ‘중국견제를 위한 수단’, ‘현재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안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의견이 충돌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섰다. 지난 3월 11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사드와 관련해서 미국의 요청(request)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consultation)도 없었고 결정(decision)된 것도 없다”며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은 ‘3NO’라고 선을 그었다. 사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한 안보전문가는 “최근 미국과 중국사이의 안보 갈등으로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이란 전략은 소모적 논쟁만 낳을 뿐이고, 확실한 입장발표가 없다면 우리의 입지를 넓히기보다 오히려 미·중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드에 대한 우리나라의 고민과는 달리 미국, 중국 두 나라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본토까지 미쳐 이 문제에 극도로 민감해 한반도 내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는 “사드의 한국 배치는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며 명확히 반대한다”고 말한데 이어 얼마 전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라며 “미국과 한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미국은 사드는 한·미 군사동맹 사안인 만큼 중국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17일 “아직 배치되지 않은 개념 단계인 안보 시스템을 갖고 제3국이 왜 강한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것은 별난 일(curious)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을 제3국으로 칭하고 별스럽다고 표현한 것이다. 외교적 수사로 포장했지만 강력한 불만이 담긴 반응이다. 이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한·미간 대응책일 뿐 중국을 상대로 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드와 AIIB 사이, 대한민국 외교 시험대에 올라  


한국과 미국은 이 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7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고위급회의에서 국내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IIB의 경우 3월 21일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때의 논의를 거쳐 이 달 내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 할 것으로 보인다.

 
AIIB는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할 수 있도록 자금 등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이다. 한국이 AIIB에 가입하게 되면 아시아 개도국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 등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나며 북한 개발이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드 또한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점점 더 고조되고 효율적인 방어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의 첨단 방어체계가 들어오는 것이 한반도 안보에 손해가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실리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AIIB 참여를 결정하자 미국도 종전의 강경한 반대 입장에서 “AIIB 가입 여부는 주권국이 결정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국제 관계전문가들은 우리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요청을 애써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위안화의 위력이 점점 강해지는 국제금융 질서 변화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의 경우는 AIIB와 달리 미국의 손을 들어주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드 자체가 북핵 방어용이고 한국에 배치될 X-밴드레이더의 유효 탐지거리를 600㎞로 설정하면 중국 감시용 이라는 논란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對中) 관계에 있어 경제 분야에서는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안보 문제는 분명히 선을 긋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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