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조원 ‘통 큰 투자’…정몽구식(式) 공격경영
81조원 ‘통 큰 투자’…정몽구식(式) 공격경영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5.02.0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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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Cover Story]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81조원 ‘통 큰 투자’…정몽구식(式) 공격경영

“105층 사옥 짓고 올해 車 820만대 판매한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규모 투자’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 6일 오는 2018년까지 80조 7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연평균 투자액(20조 2000억 원)은 우리 정부 연구개발(R&D) 예산(18조 9000억 원)보다 1조원 이상 많다. 이날 투자계획은 국내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나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이 만난 ‘201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 다음날 전격적으로 발표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설 투자 49조·R&D 32조… 年평균 20조씩 투자하기로


지난 1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신사옥 착공 시기를 언제로 보십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몽구 회장은 “두고 봅시다”라고 답했다. 평소 질문에 잘 대답을 하지 않는 정 회장이지만 이번만큼은 자신감에 찬 눈빛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정 회장의 자신감은 다음 날인 1월 6일, 현대차의 투자계획 발표에서도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을 끝으로 연간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3년 만에, 그것도 연간 투자계획이 아닌 올해부터 2018년까지 80조 7000억 원 투자라는 통 큰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완성차 800만대 판매 달성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손에 넣은 정몽구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몽구 회장은 1월 2일 열린 현대차그룹 2015년 시무식에서 올해 경영방침을 ‘투자 확대를 통한 미래 경쟁력 제고’로 제시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 선도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글로벌 820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며 “목표를 위해 나 자신부터 노력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800만대에 이어 900만대 시대를 위해 중·대형차 사업에 대한 주문도 했다.

 
정 회장의 이런 발언을 뒷받침하듯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투자계획의 85% 이상(68조 9000억 원)은 그룹의 중심인 자동차에 집중돼 있다. 미래형 자동차 개발과 파워트레인(동력장치) 등 핵심부품 기술 확보는 물론 2018년까지 11조3000억원을 투입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연료전기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친환경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현대차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실제 폴크스바겐은 향후 5년간 856억 유로(약 114조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지난해 말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 계획이 내수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전체 투자액 80조 7000억 원 중 76%인 61조 2000억 원을 국내에서 집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R&D 인력 7345명과 GBC 건립 관련 건설 인력 4225명 등 총 1만1600개의 신규 일자리도 만든다. 국내 투자 확대를 바라는 정부 방침에 적극 부응하는 한편 현대차가 1990년대 말 이후 국내에 신규 공장 건립이 전무했다는 비판을 불식시킬 수 있는 카드이다. R&D에 30조원이 넘는 투자액을 배정한 것은 한전 땅을 10조원 넘는 거액에 사들여 R&D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국내 투자 활성화로 정면 승부


이번 투자계획 발표를 현대차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의 의지를 대내외 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차원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작년 12월 9일부터 30일까지 15거래일 연속 현대차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주식수는 201만 주(3384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가 한전부지를 낙찰 받기 이전인 지난해 9월 17일 이 회사의 주가(종가기준)는 21만8000원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5일 기준 16만 8000원으로 22.9% 하락했다. 현대차가 고가(10조 5500억 원)에 한전부지를 매입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차갑게 변한 셈이다. 더불어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연간 800만대 판매 달성 이후 추가 성장 동력에 대한 의구심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대차의 이번 투자계획 발표는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향후 4년간 자동차 부문에만 68조 9000억 원(매년 17조 2250억 원)을 투자해 ‘포스트 800만대 체제’를 갖추기로 한 것은 이번 현대차의 투자계획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한편 이번 투자계획을 삼성동 한전부지에 들어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조기 착공을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전부지에 “105층 규모의 통합 신사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날 정 회장은 "통합 신사옥은 대한민국의 경제와 문화를 대표하는 복합 비즈니스 센터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대규모 건설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GBC는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입주하는 업무시설과 자동차 테마파크, 한류체험공간, 호텔 등으로 구성된다. 2017년쯤 인·허가 등을 마치고 공사에 들어가 2021년쯤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GBC 건립 태스크포스(TF)는 현재 한전부지의 지질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조만간 서울시에 GBC 건립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투자계획에서 신사옥 건립을 들어가는 돈을 투자로 해석한 것도 눈여겨 볼 부문이다. 현대차는 2018년까지 토지 매입비용을 포함해 공사, 인허가, 기타 부대비용 등 총 11조원을 GBC 건립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세계 5번째로 800만대 관문 통과


정몽구 회장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820만대의 차를 팔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496만3천여 대를, 기아자동차는 304만1천여 대를 판매해 합계 800만5천 대를 판매했다. 2008년 400만 대를 돌파한 지 4년, 2012년 700만 대를 돌파한 지 2년 만이다. 800만 대 판매는 글로벌시장에서 선두업체 도약을 위한 관문으로 통한다. 세계 자동차업체중 판매량이 800만 대를 넘어선 곳은 토요타와 GM, 폭스바겐, 르노-닛산과 현대기아차뿐이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시장은 신흥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환율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어려운 영업환경이 지속됐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아반떼 등 주력차종이 꾸준히 팔리며 판매실적을 끌어올렸다.

 
1월 2일 정 회장은 지난해 800만대 생산·판매를 달성한 임직원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올해 판매 목표를 820만대로 제시했다. 판매 성장률 목표는 지난해 실적치 5.9%보다 낮은 2.4%다. 양적 성장보다 품질 향상에 치중하겠다는 의지다. 현대차는 멕시코와 중국 등에 총 3곳의 공장 증설을 확정했지만, 올해 완공되는 공장이 없다. 정 회장은 "공장 설립 기간이 1년 6개월 내지 2년이고, 한 공장당 30만대를 생산하게 된다"고 밝혀 내년이나 2017년께 900만대 생산·판매 시대에 들어설 것을 시사했다. 

 
정 회장은 "우리가 소형차를 중심으로 800만대에 도달했지만, 900만대 판매 시대가 되면 대형차도 해외 유수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전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올해 질적인 성장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우리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스마트카 기술 집중확보… 내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듯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전체 투자액 중 85%인 68조 9000억 원을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사업인 완성차와 부품 부문에 집중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친환경차와 스마트카 R&D 투자다. 2018년까지 11조 3000억원을 투입해 충전식 하이브리드 자동차,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전용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2018년에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수소연료 전지자동차 후속 모델도 출시하기로 했다. 미국·중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연비규제 강화에 맞춰 일반 가솔린·디젤 자동차의 연비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울산·화성·서산에 차세대 엔진·변속기를 개발·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새로 짓는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까지 뛰어들고 있는 무인(無人) 자동차 경쟁에도 2조원을 투입한다.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 연구 시설을 새로 짓고 자동차에 적용되는 IT와 전자 부품을 적극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중국 허베이(河北)성과 충칭(重慶)시에 짓기로 한 현대차 4·5공장과 멕시코 기아차 공장 건설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과도 궤를 같이 한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현지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바깥보다는 안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전체 투자(2018년까지)의 76%를 국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스마트 자동차 개발 인력 3251명을 포함, 총 7345명의 연구개발(R&D) 인력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동 신사옥 건설 등에 투입될 4225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투자 대부분을 국내에 집중, 대규모 경제효과와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다른 그룹에도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정몽구 회장의 뚝심 있는 승부수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남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수준의 투자를 하고 공격적으로 나서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이번 투자계획 발표에는 정몽구 회장의 평소 지론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신흥국 경제 위기 재연 조짐이 보이고 원화 강세 같은 불안 요소가 있는 가운데 적극적인 선제(先制) 투자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뱃심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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