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구이무(一球二無)’ 정신의 명장, 다시 전장에 서다
‘일구이무(一球二無)’ 정신의 명장, 다시 전장에 서다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5.01.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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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Cover Story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일구이무(一球二無)’ 정신의 명장, 다시 전장에 서다

돌아온 ‘야신’은 다시 한 번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노장 김성근 감독이 꼴찌구단 한화 이글스의 감독으로 돌아왔다. 최근 3년 간 최하위에 머문 한화는 팀의 전력을 끌어올릴 감독으로 김성근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그에게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붙여 준 김응용 감독의 후임으로 한화 이글스를 맡았다. 한화 이글스는 명장 김응용 감독도 꼴찌에서 건져내는 데 실패한 구단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프로 사령탑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 한화 팬들은 김 감독이 꼴찌팀 한화를 내년엔 단숨에 상위권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왜 김성근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을 받는 것일까?

 

 

꼴찌 한화의 ‘마지막 카드’


한화의 선택은 김성근 감독이었다. 한화는 지난 10월 25일 "팀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 제 10대 감독으로 김성근 감독을 선임하고, 3년간 총액 20억 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1942년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 만 72세, 한화를 맡아 첫 시즌을 치르는 내년에는 73세가 된다. 김 감독은 한국 프로스포츠 현직 감독 최고령이고, 연봉은 최고액(류중일 삼성 감독과 공동 1위)이다. 

 
김 감독은 지금의 한화를 제외하고 프로팀과 실업팀, 고등학교팀, 그리고 얼마 전까지 몸담았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포함해 총 13개 팀의 감독을 거쳤다. 그중 한국 프로야구팀의 감독에서는 모두 ‘해임’이라는 형태로 물러났다.

 
야구의 승패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감독의 능력이 팀 성적의 중핵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고 감독의 존재는 허상일 뿐 선수들의 능력만이 팀 성적의 절대적 요인을 제공한다고 보는 ‘감독무용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 스타 플레이어를 포함한 선수, 그리고 구단의 역할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늘 해고당했던 배경에는 이런 고집스러운 생각이 있다. 구단 입장에서 감독은 피고용자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야구단 운영이 불가능한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프런트는 김 감독의 지도 방식을 프런트의 권한까지 침범하는 ‘제왕적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구단과 늘 불화를 일으키는 김 감독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도 처음엔 삐딱한 시선이 더 많았다. 그러나 김 감독이 점점 더 좋은 성적을 내는데도 그가 구단에 늘 ‘팽’ 당하자 ‘팬심(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 감독을 향한 뜨거운 응원은 올 가을에 정점을 찍었다. 한화 이글스 팬들은 취임 전 김 감독을 영입할 것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청원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세 시즌 연속 꼴찌 팀 한화 팬들은 일인시위, 인터넷 청원 등을 통해 구단에 김성근 감독 영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결국 한화는 김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10월 28일 한화 공식 취임식에서 “이번에는 감독된다는 생각을 거의 안 했다. 그런데 한화에서 불러줘서, 팬들이 뒤에서 밀어줘서 복귀 기회가 생겼다. 과거에 13번 감독 한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얼떨떨하다”고 했다.


“결과 없는 리더는 쓸모가 없다”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는 ‘지옥훈련’이다. 프로 선수들을 마치 아마추어 선수들을 조련하듯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새벽 훈련은 물론이고 연습 경기 후 나머지 훈련이 이어지고, 야간 훈련도 있다. 500개 이상의 펑고(수비 훈련을 위해 배팅볼을 쳐 주는 것)를 직접 쳐주는 ‘지옥의 펑고’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이번에도 혹독한 훈련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취임 직후 한화 이글스 선수단의 휴일을 박탈했다. 김 감독은 10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꼴찌가 어디서 노느냐, 휴식은 없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비정함이 지금 사회에서 부족한 부분인데 비정함 자체가 애정에서 나오는 감정”이라며 “훈련 과정에서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많이 쓰러질 것이지만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고대로 그의 훈련은 혹독했다. 3년 만에 프로로 돌아 온 김성근 감독은 연봉 15억 원의 김태균도, 4년 70억 원의 정근우도 예외 없는 혹독한 훈련으로 담금질 했다. 김 감독이 강압적인 스파르타 훈련을 하는데도 선수들이 따르는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혹독한 육체적인 훈련과 더불어 ‘멘탈 교육’을 강조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왜 야구를 하느냐”고 묻는다. 지옥훈련을 소화해야 하는 동기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연봉)를 올리기 위해서는 힘든 훈련을 소화해야 하고, 어차피 프로야구 선수가 된 이상 남자로서 한 번은 가장 빛나는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다. 

 
혹독한 훈련과 더불어 김 감독의 경기 방식도 종종 도마에 오른다. 오직 승리만을 위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는 방식은 ‘재미없는 야구’ ‘더티한 야구’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김성근 감독의 경기 방식에 대해 욕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면 난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의 팀을 이기면 된다’고. 그런 야구를 하는 팀이 우승하지 못 하는 걸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 감독은 이런 논쟁을 늘 한마디 말로 정리한다. “리더는 결과로 말한다”는 것이다. 

 

 

 

김성근 리더십에 대한 우려, “리더는 손가락질 이겨내야”


이번에도 김성근 감독은 취임과 함께 팀을 혁신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 감독은 한화 이글스가 패배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취임 이후 김 감독이 취임 제일 먼저 한 일은 코치진 물갈이였다. 한화 이글스는 10월 27일 새로운 코치 3명을 기용하고 기존 코치진 9명과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코치는 모두 김 감독과 손발을 맞춰온 인물들이다. 재계약에 실패한 9명 가운데 송진우 투수코치 등 한화의 레전드 선수 출신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한화 구단의 한 관계자는 “연고 등 승부와 관련 없는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리더십에도 우려도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소통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리더십 탓에 구단과 선수, 다른 팀과 불화를 낳았던 경우도 많았다. 선수를 혹사시킨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받아왔다. 낙오자 문제 등 선수와 사이가 틀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 감독은 취임식에서 “팀 승리가 중요하지 개개인에 매달리는 야구는 없다”면서 “따라오려면 따라오고 아니면 같이 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이기는 야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경기운영으로 자주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김 감독은 청와대 리더십 강연에서 “세상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야지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위에 선 사람이 이 일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뚝심 있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성과에 더욱 민감하다. 모든 평가를 결과에 걸고 있기 때문에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바로 리더십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한화 이글스를 재건하는 일은 김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김인식과 김응용 등 뛰어난 감독들도 최하위라는 굴욕을 맛봐야만 했다. 한화 이글스의 한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은 사실상 구단과 팬들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김 김독이 한화 이글스 재건에 실패한다면 김응용 감독과 같이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27세에 마산상고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45년 동안 오로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부족한 선수 자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1점이라도 더 쥐어짜내서 이길 수 있는가 하는 목표다. 그래서 그에겐 ‘개발도상국형 지도자’라는 수식어도 붙었고, 야구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혹평에도 시달렸다. 하지만 45년 동안 꾸준히 성과를 냈고, 또 끈질기게 현장을 지켰다.

 
김 감독의 철학은 그의 좌우명인 ‘일구이무(一球二無)’라는 말로 압축된다. 선수에게
두 번째 공은 없다는 뜻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72세의 그는 이번에도 철저한 준비로 오직 ‘승리’만을 향해 달려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논란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야구를 할 것이고 묵묵히 성과로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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